아직도 갈 길 먼 '비휘발성 램'

D램과 낸드 플래시 결합 NVDIMM '특수 서버용' 한계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11/02 15:50

PC가 등장한 이후로 지금까지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 중 하나가 바로 '메모리의 휘발성'이다. 현재 모든 디지털 기기에 탑재되는 메모리는 D램으로 항상 전원을 공급해 주지 않으면 모든 데이터가 지워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D램은 전원이 끊기면 데이터가 날아간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인텔과 마이크론이 공동 개발한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은 물론 최근 마이크론이 공개한 서버용 NVDIMM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다. 그러나 이들 기술이 일반 소비자용 PC나 스마트폰까지 침투하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속도 빠르지만 전원이 꼭 필요한 D램

현재 PC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탑재되는 D램은 대용량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읽고 쓸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최근 출시된 PC에 쓰이는 고성능 DDR4 메모리의 평균 성능은 읽기 60GB/s, 쓰기 50GB/s로 고성능 SSD의 열 배 수준이다.

몇 년 전부터 등장한 인메모리 DB도 이런 특성을 활용했다. 복잡한 데이터베이스 파일을 메모리 위에 올려 처리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나 SSD에는 오직 결과값만 저장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D램은 전원이 꺼지는 순간 저장한 모든 데이터가 삭제되는 약점도 안고 있다. 데스크톱 PC로 작업하다 정전이 일어나면 모든 내용이 날아가는 문제는 이 때문에 생긴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태블릿 역시 배터리가 방전되면 같은 문제를 겪는다.

■ 사실상 D램 대체재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그대로 저장하는 반도체를 PC 메모리로 쓰면 된다. 하지만 D램을 대체할 만큼 빠르고 안정적이며 실용적인 메모리 소자는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온도 차이를 이용해 데이터를 기록하는 P램, 자기장을 이용하는 M램 등 전류에 구애받지 않는 메모리가 꾸준히 개발되고 있지만 이 중 어느 것도 연구소나 실험실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SSD를 구성하는 낸드플래시의 가장 큰 문제는 내구성이다. (사진=씨넷코리아)

최근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에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거의 완전히 대체한 SSD는 어떨까. 그러나 SSD를 구성하는 낸드 플래시는 사실 읽고 쓰는 속도가 D램보다 더 느리다. 여러 메모리 셀에 데이터를 분산하고 한꺼번에 읽어 들이는 방식으로 속도를 끌어올렸을 뿐이다. 무엇보다 읽고 쓰는 횟수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 D램 대체하지 못한 3D 크로스포인트

새로운 반도체 개발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2015년 인텔과 마이크론이 공동 개발해 발표한 비휘발성 메모리인 3D 크로스포인트가 대표적이다.

당시 인텔과 마이크론은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이 기존 플래시 메모리보다 수백 배 빠르고 수명은 1천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속도는 기존 낸드 플래시의 10배 정도에 불과했다.

3D 크로스포인트가 적용된 인텔 옵테인 SSD. (사진=인텔)

현재 3D 크로스포인트 기술로 만들어진 저장장치는 HDD를 보조하는 옵테인 메모리, 그리고 저장장치인 옵테인 SSD 뿐이다. 메모리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 1월 출시된 옵테인 SSD 900P는 4KB 단위 파일을 읽고 쓰는 속도가 기존 플래시 메모리 기반 SSD보다 훨씬 빠르고 수명도 2배 이상 길다. 그러나 480GB 제품 가격이 65만원 전후로 기존 SSD의 3배 이상이다.

■ D램과 낸드플래시 조합한 NVDIMM

반면 마이크론이 최근 공개한 서버용 32GB 메모리인 NVDIMM은 기존 D램에 더해 피난소나 방공호 역할을 하는 낸드플래시를 조합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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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DIMM은 갑자기 전원이 꺼지면 예비 배터리 역할을 하는 울트라 캐패시터를 통해 전원을 공급받으면서 메모리 모듈의 데이터를 플래시 메모리로 옮긴다. 또 전원 문제가 해결되면 낸드플래시에 저장된 데이터를 다시 D램으로 옮겨준다.

마이크론 크루셜 32GB NVDIMM. 낸드플래시와 D램을 조합했다. (사진=마이크론)

단, 이 NVDIMM을 활용하려면 메인보드에 내장된 펌웨어는 물론 운영체제나 각종 응용프로그램도 NVDIMM을 완벽히 지원해야 한다. 또 기존 D램에 비해 용량 단위 가격도 비싸다. 이 때문에 현재는 극도의 신뢰성이 필요한 서버 등 특수 용도로만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