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너제이(미국)=박영민 기자]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업체 자일링스(Xilinx)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차세대 적응형 컴퓨팅 가속화 플랫폼(ACAP)에 삼성전자의 고대역 메모리(HBM)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이 인공지능(AI) 등으로 수요가 폭증하는 HBM 메모리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가 있다.
빅터 펭(Victor Peng) 자일링스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San Jose)에서 열린 '자일링스 개발자포럼(XDF)'에서 진행된 기자와의 1:1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펭 CEO는 "삼성전자가 HBM 공급을 맡았고, 현재 삼성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버설에 탑재된 HBM은 삼성전자의 16나노미터(nm) 공정으로 제작된다.
D램의 일종인 HBM은 3차원(3D) 적층 기술을 이용해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은 제품이다. 일반 D램보다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앞서 이날 자일링스는 첫 ACAP 라인업인 'Versal(버설)'을 공개했다. TSMC의 7나노미터(nm) 핀펫(FinFET) 공정을 기반으로 구축된 이 플랫폼은 회로 변경이 불가능한 일반적인 반도체와 달리 여러 번 회로를 다시 새겨 넣을 수 있는 반도체인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와 주문형 반도체(ASIC)를 한 데로 합친 것이다.
이는 쉽게 말해,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를 통합해 각 부품의 장점과 성능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선두 업체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44.4%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이날 진행한 빅터 펭 CEO와의 일문일답이다.
Q. 한국 독자들을 위해 자일링스가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달라.
"34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반도체 기업이다. 우리는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를 발명했고,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업체) 중에서도 규모가 큰 축에 속한다.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로직 반도체가 주력 제품이고, 메모리인 멀티코어 시스템온칩(SoC)을 제품에 도입하기도 했다. 굉장히 큰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료·오토모티브·무선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다. 우리는 굉장히 멀리 내다보는 회사이고, 그런 능력과 기회를 가지고 있다. 싱글·멀티 카메라부터 스마트시티 애플리케이션까지 우리의 고객인 개발자들이 다양한 앱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모든 것을 연결하는 초연결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재 4천 명이 넘는 엔지니어들 중 절반 가량이 연구개발(R&D)에 투입되고 있다. 팹리스이기 때문에 파운드리 고객사로는 대만 TSMC와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Q. FPGA는 성능은 뛰어나지만 높은 비용이 늘 문제로 거론돼 왔다. '가성비'를 높이기 위해 자일링스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게 있는데, 우리는 스케일이 다양하다는 게 장점이다. 가격대도 다양하다. 머신러닝과 비디오 프로세싱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사실 고부가가치(High Value)다. 우리는 가치를 창조하는 업체이고,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고 있다.
Q. SK텔레콤에 자일링스 FPGA 기반 AI 가속기가 한국 통신사 중 최초의 사례로 적용됐다. 자일링스가 SK텔레콤과의 협업과 관련해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한국 시장과 SK텔레콤은 굉장히 중요하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스마트홈 등을 보면 한국과 SK텔레콤이 상당히 혁신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스마트홈 등의 신기술은 전세계로 확산될 것이고 선두 주자인 SK텔레콤은 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한국은 하이테크(High-Tech) 시장이다. 이런 조건들이 맞아 올해 sk텔레콤과 협력하게 됐다."
Q. 자일링스는 오늘 업계 최초의 ACAP인 버설(Versal)을 발표했다. 그 중 고대역 메모리(HBM)을 탑재한 것이 눈에 띈다. 누가 공급하는가?
"이것이 공개되는 것에 조금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이지만, 괜찮을 것 같다. 삼성전자가 HBM 공급을 맡았다. 현재 삼성과 함께 일하고 있다. HBM메모리는 16나노미터 공정을 이용한 것이다. 버설에선 HBM에 16나노미터 공정이 활용됐다."
Q. 최근 자일링스의 행보를 보면, 지금까지 주력해 온 FPGA를 ACAP으로 진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타겟 우회로도 읽힌다. 이와 관련된 CEO의 구체적인 계획이나 전략은 무엇인가.
"FPGA는 이미 강력한 제품이 됐다. 매우 많은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된다. 우리가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은 ACAP이다. 우리는 ACAP이 멀티 마켓을 지닐 것으로 판단했다. 미드레인지에서 하이레인지까지. 우리는 향후 ACAP이 메인 어댑터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 회사의 제품은 긴 수명(라이프타임)을 지닌 게 또 다른 특징이다. 우리는 순수 FPGA도 현재 생산하고 있다. 멀리 내다보고 ACAP도 우리 제품군의 하나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시스템반도체의 일종인 FPGA 사업에서 줄곧 1위를 지켜온 자일링스가 ACAP을 발표한 것은 메모리와 비(非)메모리 경계를 넘어서는 확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GPU 강자이면서 시스템온칩(SoC) 시장에 진출한 엔비디아와도 비교된다.
"(엔비디아 등) 타사의 경쟁력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 우리는 SoC 시장을 그렇게 집중 공략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전체 생태계에 집중한다. 퀄컴, 미디어텍 등과 어떻게 경쟁할 것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우리는 AI 엔진 등 뉴 아키텍처에 집중하길 원한다. 데이터센터를 봐도, CPU와 GPU, FPGA 등 생태계가 참으로 다양하다. 단지 메모리냐, 비메모리냐를 논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생태계를 봐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버설도 이렇듯 다양한 생태계가 압축된 플랫폼이라고 봐도 된다.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점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FPGA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모든 것을 통합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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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각 산업군에서 실시간 정보처리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 양도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자일링스는 데이터 증가에 앞으로 어떤 대응 전략을 취할 것인가?
"중요한 질문이고, 내가 원하는 질문이다. 현재 데이터 폭증 추세엔 전통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다양한 데이터 종류에 즉시 대응 가능한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 제품은 IT시장의 다양한 트렌드와 기호에 맞춰 제품을 개발,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10x, 20x, 30x에 해당하는 발전을 가져왔다. 물론 시간은 오래 걸린다. 이런 점에서 SK텔레콤 등과의 협력도 다양한 요인을 끌어모은다는 점에서 중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