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디지털 장착한 정보회사가 되어야"

한준성 하나금융 그룹디지털총괄 부사장 인터뷰

금융입력 :2018/10/31 14:59    수정: 2018/11/02 12:24

"30년 전 첫 자동차가 포니였다. 지금의 제네시스와 비교가 가능할까. 금융은 어떤가. 30년 전 금융상품과 지금 상품과 달라진게 있나. 없다. 이제 달라지라고 시장이 요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은행을 찾는 손님과의 소통 방식, 누리는 금융서비스의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 내 계좌에 돈을 넣고 관리하지 않는다. 디지털 자산으로 모든 것을 관리한다. 카드·포인트·마일리지 이런건 회사가 만든 것이지 소비자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만 있으면 되는 시대다."

■ 은행 디지털 전환 안하면 굶어죽는 '외딴섬' 될 것

최근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그룹 신사옥에서 만난 하나금융지주의 한준성 그룹 디지털 총괄 부사장(KEB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 겸직)은 금융사가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 대해 '시대적 소명'이라는 답을 내놨다. 달라질 시대를 몇 년전부터 준비하고 예측하며, 변화의 시대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의 한준성 그룹디지털총괄 부사장.(사진=하나금융지주)

한준성 부행장은 "정부나 모든 기업이 자산을 디지털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금을 사면 집 장롱 속에다 놨지만 이젠 '금 통장'이란게 있다. 금을 1kg사더라도 디지털로 갖고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하나머니도 자산이다. 기술이라는 것은 자산을 디지털화해주고 이것을 보고, 쓰고 만질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상이 디지털화되는데 은행이 (디지털화를)안하면 소통이 안된다. 외딴 섬이 될테고, 결국 식량이 떨어지고 굶어죽게 될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하나멤버스'의 하나머니 전환 화면.

화폐가 아닌, 카드도 아닌 자산의 디지털화. 그는 이런 기술적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준성 부행장은 금융그룹으로는 최초로 전 계열사 통합 포인트 제도인 '하나머니'를 내놨던 주역이다. 그룹 전 계열사에서 얻은 하나머니는 편의점에서 현금처럼 쓰거나 인출할 수도 있다. 다른 제휴사의 포인트로도 전환할 수 있다. 하나머니가 즉 돈이자 포인트이자 마일리지인 것이다. 이제는 무대를 넓혀 대만에 가서도 하나머니를 대만 돈으로 환전해 사용하려는 'GLN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

■ 완벽한 상품, 디지털 습성 아냐…시도 계속해야

그렇다고 모든 금융사의 디지털 전환이 성공하진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성공을 위해선 끊임없는 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준성 부행장은 "전체 금융사를 100이라고 한다면 한 반쯤은 실패하지 않을까"라며 "디지털 전환한다고 하면 갈 수 있을 줄 아는데 착각이다. 엄청난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부행장은 "디지털의 습성은 진화"라면서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 등 은행의 상품은 완벽한 것이었다. 여기에만 익숙하다. 과거의 관습이 1원까지 완벽해야했기 때문이다"고 운을 뗐다.

그는 "네이버나 구글 등의 모든 서비스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실패했다고 버리지 않고 학습하고 업그레이드를 한다"며 "은행 역시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 하나머니가 실패하면 버리지 않고 하나머니2를 만들면 된다. 콘텐츠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하나머니의 탄생 배경에는 돈을 전자화폐로 만든 뒤, 전화번호로 송금이 가능했던 수년 전의 '하나N월렛'이 기여했다는 점도 내세웠다.

하나금융지주의 한준성 그룹디지털총괄 부사장.(사진=하나금융지주)

■ 실시간 정보 가치 커…은행도 정보회사가 돼야

한준성 부행장은 금융사는 디지털을 장착한 정보회사로 가는 지향점을 제시했다. 그는 "은행원들은 아직 느끼지 못하는데 실시간 정보가 아니면 가치가 확연히 줄어든다"며 "이를 위해 하는 것이 인공지능이다. 데이터량이 많으니 기계로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내용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예를 들었다. "은행에 가서 당신 과거 포트폴리오를 보니 적금을 가입하라고 해봐라. 고객이 감동하지 않는다. 어떤 고객은 당장 대출금 갚을 돈도 없는데 적금을 가입하란다고 비웃을 수 있다"며 "실시간 정보에 대한 반응, 내 행동에 대한 반응 등 모두 실시간 데이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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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한 부행장은 기술 발전, 디지털화로 인해 은행의 예대마진은 0에 수렴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한 부행장은 "오픈플랫폼 회사로 인해 예대마진이 제로인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대출을 4%로 해주고 적금 금리도 4%하면 예대마진이 0이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알리바바나 구글 등 해외 유수의 플랫폼, 콘텐츠 회사들이 뱅킹업무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선 고객을 유익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짚었다. 한 부행장은 "사람들에게 금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플랫폼 등 회사 역시 가장 중요한 콘텐츠인 금융을 놓칠리가 없다"며 "알리바바나 카카오 등도 그렇기 때문에 뱅킹을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