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디지털 혁신, 미래 예측 능력이 중요하다"

황원철 우리銀 CDO "뱅킹 앱, 다 새로 만들겠다"

인터넷입력 :2018/09/10 16:32

"은행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사람이 서비스 영역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가 핵심적인 문제다. 또 은행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조직 내 변화와 외부적으로는 고객 가치를 키워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하지 않고, 이미지 세팅만 하는 은행들의 행태는 반성해야 한다."

1899년 세워진 '대한천일은행'을 우리은행의 전신으로 본다면, 119년만에 외부 출신 C레벨이 선임됐다.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황원철 CDO(Chief Digital Officer) 얘기다. 최근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에서 만난 황원철 CDO는 거침없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진단하고, 자신만의 철학과 포부를 밝혔다.

그는 "앞에 나서 이마가 깨지더라도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라 우리은행에 온 것 같다"고 말문을 뗐다. 그는 '퍼스트 펭귄' 같은 삶을 살아왔다.

퍼스트 펭귄이란, 모두가 머뭇거리고 눈치만 볼 때 가장 먼저 바다로 뛰어드는 펭귄, 용감하게 도전하는 선구자를 뜻하는 용어다. 황원철 CDO는 비자 및 SK텔레콤과 국내 첫 모바일 결제 '모네타' 개발을 도맡은 프로덕트매니저였으며, KB증권에서 최초로 아이폰 모바일 트레이딩시스템을 기획한 사람이기도 하다.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는 성격이다." 황원철 CDO가 혁신의 DNA와 거리가 먼 은행에 온 이유다.

우리은행 황원철 디지털금융그룹(CDO) 그룹장.(사진=우리은행)

■ "DT, 사람과 지점 역할을 없애는 것 아냐"

황원철 CDO는 가장 먼저 은행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금융서비스의 지점, 사람의 서비스 영역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어떤 의미고 갖고 있느냐가 핵심적인 문제"라면서 "은행의 디지털화가 반드시 지점에 있는 사람들의 역할을 없애는 것과 등치 관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일반 대중을 향한 리테일 서비스보다는 기업영업, 자산관리로 사람의 서비스 영역이 바뀌었다는 것.

또 그는 "지점의 역할은 따로 있다"며 "지금의 양과 규모가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영업점 역할과 함께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고 짚었다.

은행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제고해야 할 것은 두 가지라고 진단했다.

황원철 CDO는 "조직 내 변화와 외부적으로는 고객 가치 제고"라면서 "이미지 세팅만 하는 은행들의 행태는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CDO는 특히 "빅데이터 결과를 튜닝하고 슬라이싱해서 구체적으로 누구한테 무엇을 해야할 지 의사결정까지 가야 한다"며 "실제 영업현장에서 고객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하고 내부 가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원철 CDO는 "우리은행 빅데이터 센터의 존립 근거는 비록 단 5분 뒤라 할지라도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목표는 미래 예측"이라며 "5분 뒤, 10분 뒤, 1달 뒤, 1년 뒤 현재 우리은행의 전 사업부서에서 빅데이터의 분석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하는 게 일상화되어야 하고, 전통적인 고객정보관리(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에서 벗어나 예측이란 관점에서 빅데이터 센터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 기대치 다르다"

황원철 CDO는 또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치가 다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중은행 고객들이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을 선택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고객의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시중은행에 자산 펀드멘털을 두고, 인터넷전문은행에서는 편리함과 체리피킹(Cherry-picking, 좋은 것만 쏙쏙 빼먹는다는 뜻)을 추구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특히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는 사람도 기본 자산은 국내은행에 둔다"며 "왜냐하면 국내은행의 자본 규모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여러개가 동시에 살아남을 것 같지 않다"며 "편의성의 문제는 1~2년 안에 모든 은행이 평준화될 것이며 현재 편의성 차이는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에서 파는 상품이 달라서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사에 설치된 '위비' 조형물.(사진=지디넷코리아)

■ "위비 새단장, 채널 개편…내년 초 디지털 마케팅 본격화"

우리은행 역시 황원철 CDO 주도로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위비'의 새단장이 진행된다.

그는 "모바일 비즈니스에는 세 개의 층위가 있다. 하나는 물리적 기능, 그리고 기능을 갖고 있는 앱, 또 다른 하나는 브랜드다. 세 층위가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위비는 그런 모바일 비즈니스에 비춰봤을 때 1세대가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 역시 메신저를 앱 내 넣었다가 분리했다가, 또다른 메신저와 결합하는 등 기능을 넣고 빼기도 한다"며 "위비라는 메타 브랜드를 통해 갖고 있었던 앱들과 기능들, 우리은행이라고 하는 브랜드를 리패키징해야 하는 단계다. 우리은행의 뱅킹 앱은 다 다시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온라인 마케팅하면 광고밖에 없었다. 역량과 경험치가 없다 보니 마케팅과 광고를 구분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품 프로모션, 온라인 마케팅에 들어갈 예정이다. 교육도 하고, 디지털 마케팅 도구로 채널 개편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글로벌 디지털 전략도 거침없이 설명했다.

황 그룹장은 "전통적인 은행이 성장하는 방식을 밟아나가는 것은 바보다. 결국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해당 국가에서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물리적 점포망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디지털 마켓을 성장시킬 수 있는 전략이 뭐냐에 대한 숙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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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그룹장은 "'동남아시아' 처럼 한 지역을 뭉뚱그려서 얘기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단순한 뱅킹 서비스 외에 그 나라에서 강한 온라인 플레이어와 결합해 에이전트 뱅킹으로 가든 혼합전략을 택할 것이다. 맨 앞에서 나서서 우리은행을 쓸 것인지, 아니면 그렇지 않을 것인지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올해 안으로는 체재 정비를 완전히 끝내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뛰어나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황원철 그룹장은 "디지털 마케팅과 채널 개발에 대한 준비를 올해 말, 내년 초까지 세팅을 할 계획이다.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뛰어나간다"며 "당연히 내년 초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도 대비해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