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구글 '디지털세' 공세, 성공할까

검색·SNS등 3대 업종 대상…실효성 공방

인터넷입력 :2018/10/30 15:26    수정: 2018/10/30 17:0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영국이 ‘디지털 제국’을 향해 먼저 칼을 빼들었다. 구글, 페이스북을 겨냥한 ‘디지털 서비스 세금’을 앞세워 조세정의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필립 하몬드 영국 재무상은 29일(현지시간) 의회에서 2018년 하반기 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디지털 서비스 세금’ 도입 계획을 공식화했다.

내용은 간단하다. 검색엔진, 소셜미디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등 3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디지털 서비스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관심을 끄는 건 과세 방법이다. 수익이 아니라 매출을 기준으로 과세 대상을 선정한다. 영국 재무부가 내놓은 과세 기준은 ‘연 매출 5억 파운드(약 7천315억원)’다.

구글 본사. (사진=씨넷)

이 금액을 초과하는 기업들에 대해 매출의 2%를 세금으로 받겠다는 것이다. 과세 기준은 ‘영국인들이 참여와 관련 있는 활동으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이다.

이를테면 소셜 미디어 같은 경우 영국 이용자들에게 노출되도록 한 콘텐츠를 통해 올린 매출이 디지털 서비스 세 과세 대상이 된다.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는 영국 이용자 간의 거래를 촉진하는 활동이 과세 기준이 된다. 검색엔진 역시 디스플레이 광고를 통해 올리는 매출을 기준으로 한다.

■ "구글, 작년 영국 매출 6조8천억원…세금은 730억원 불과"

영국이 첫 테이프를 끊긴 했지만 ’디지털 서비스 업체’들에게 정당한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다.

디지털 서비스 세는 영국 정부가 2017년 11월 처음 제기했다. 그러자 유럽연합(EU)도 적극 동조하면서 비슷한 제도 마련에 착수했다. EU는 전 세계 매출 7억5천만 유로(약 9천730억원) 이상인 기업 중 EU 지역 매출 5천만 유로(약 648억원)인 기업을 과세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EU의 시도는 아직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체코 공화국을 비롯한 몇몇 회원국들이 “과세하는 비용이 매출보다 더 많다”면서 디지털 서비스 세 도입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U에선 세제 개혁을 위해선 28개 회원국 모두 찬성해야만 한다.

결국 EU를 탈퇴한 영국이 독자적으로 디지털 서비스 세 도입에 착수하게 됐다. 영국이 디지털 서비스 세를 한 발 앞서 도입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하나는 브렉시트 이후 추가적인 세수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다. 영국은 디지털 서비스 세를 적용할 경우 4억 파운드(약 5천855억원)의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이유는 역시 ‘돈을 많이 벌어가면서 세금은 적게 내는’ 거대 IT 기업들의 관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한 것과 관련이 있다.

영국 정부는 구글,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이 내는 세금이 터무니 없이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마존 영국 서비스는 지난 해 19억8천만 파운드(약 2조8천900억원) 매출을 올리고서도 법인세는 456만 파운드(약 66억원)만 납부했다. 그나마 전해 납부액은 740만 파운드(약 108억원)에 비해서도 크게 줄었다.

구글도 사정은 비슷하다. 영국 정부가 지난 2013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은 2006년부터 2011년 사이 영국에서 180억 달러(약 20조원) 매출을 올리고서도 법인세는 1천600만 달러(약 182억원)만 납부했다.

영국 재무부의 2018 예산 자료.

최근 자료를 살펴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17년 영국 디지털 광고 매출이 23억 파운드(약 3조 3천56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구글은 47억 파운드(약 6조8천591억원) 수준이다.

반면 두 회사가 같은 기간 납부한 세금은 각각 1천570만 파운드(약 230억원)와 5천만 파운드(약 730억원)에 불과했다.

이런 기업들에게 디지털 서비스세 2%를 징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영국 정부는 새로운 과세 기준을 적용할 경우 구글, 페이스북이 납부할 세금은 2억 파운드(약 2천918억원)을 조금 밑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EU-OECD 등과 공조없는 세금공세에 회의적 시선도

필립 하몬드 영국 재무상은 “디지털 서비스 세금의 가장 큰 기준은 공정성이다”면서 “이 세금은 약 30개 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로 영국에서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합당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건 지속 가능한, 혹은 공정한 처사라고 볼 순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위험 부담도 적지 않다. 영어 사용 국가인데다 고급 인력이 많은 영국은 그 동안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꼽혔다. 구글, 스냅, 애플 등은 최근 영국 사무소를 확장했다.

하지만 영국이 혼자 디지털 서비스 세를 도입할 경우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필립 하몬드 영국 재무상

이에 따라 EU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과 공동 보조를 취하지 않고 영국 혼자 디지털 서비스 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EU나 OECD 등과는 계속 대화하고 협력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서비스세를 추진하는 도중이라고 EU 등이 새로운 제안을 해오면 적극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을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관심사다. 하지만 각국들은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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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영국이 먼저 디지털 서비스 세를 도입키로 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과연 영국의 시도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조세 정의’를 외치는 각국 정부의 시선이 당분간 영국으로 집중될 전망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