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데이빗이 암호화폐 지갑 직접 만든 이유

표철민 대표 "한국의 코인베이스 노린다"

"국내 대부분 거래소가 빗고(Bitgo) 지갑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데이빗은 직접 지갑을 만들었다. 앞으로 '크립토 금융'을 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자체 지갑이 있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암호화폐 보관대행업(커스터디)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2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ABF 인 서울 2018' 행사 중 미디어 컨퍼런스 세션을 통해 자사 암호화폐 거래소 데이빗이 직접 암호화폐 지갑을 만든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데이빗은 지난 10일 오픈한 신생 거래소다. 대부분 국내 거래소가 해외 지갑 대여 서비스 빗고를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데이빗은 자체 지갑을 가지고 있어 "입출금이 다른 거래소 대비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점을 장점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빗고 지갑을 이용하는 거래소는 상장, 입출금을 빗고에 요청해야 하기 때문에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자체 지갑은 처음 개발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만들고 나면 관련 토큰을 상장하거나 입출금을 직접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빠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가 29일 ABF 인 서울 2018 행사 중 미디어 컨퍼런스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표 대표는 "거래소를 만들어 보기 전까지 사용자경험(UI)이 가장 중요한 줄 알았는데 거래소를 만들어보니 지갑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날 표 대표는 직접 지갑을 만든 이유가 장기적으로 '크립토 금융 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표 대표는 "기관 투자자들이 들어오면 그 규모가 개인 투자자 거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라며 "기관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할 때는 직접 지갑을 가지고 있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보관대행 때문이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커스터디 서비스는 기관 투자자들이 수월하게 암호화폐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암호화폐 자산을 보관·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이미 미국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주정부 승인 수탁회사 라인선스를 획득하고 사업을 펼치고 있다.

데이빗도 코인베이스 같이 기관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코인베이스프로라는 기관 투자자 대상 거래소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프로 서비스는 일반 투자자가 참여하는 코인베이스와 오더북(매도·매수 주문 장부)을 공유한다. 기관 투자자들은 프로 서비스를 통해 거래하고, 코인베이스 커스터디에 보관할 수 있다.

체인파트너스가 만단 암호화폐 거래소 데이빗이 지난 10일 오픈했다.

표 대표는 "우리도 코인베이스처럼(일반투자 시장과 기관 투자 시장의) 전방위 통합을 생각하고 있다. OTC(장외시장) 사업을 하고 있는 이유도 기관 투자자 고객풀을 확보해 놓고 언젠가 이들을 대상으로 구매대행과 보관대행 사업까지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또 "지금은 데이빗을 통해 일반 사용자에게 서비스하면서 지갑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표 대표에 따르면 최근 체인파트너스 내 금융팀인 체인파트너스리서치가 OTC 사업을 진행하면서 처음으로 커스터디 매출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는 이를 "매우 의미 있는 매출"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에서 표대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거래소 토큰 '데이'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데이 토큰은 20일 상장 직후 가격이 폭락해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표 대표는 먼저 "가격 폭락으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실수요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데이 토큰의 기능성을 계속 강화해서 바이낸스 BNB같은 경제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