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대책 중 빠진 한가지…긱 일자리

[조중혁 칼럼] 스마트폰시대의 어두운 그림자

전문가 칼럼입력 :2018/10/29 15:26

조중혁 IT 칼럼니스트
조중혁 IT 칼럼니스트

고전 경제학을 완성한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리카도(1772 ~ 1823)는 노동 공급은 무한하기 때문에 경쟁이 반복되면서 노동자의 임금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틀린 주장 같았던 리카도의 주장이 요즘 들어 맞는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 인터넷 기술이 노동자를 극한의 최저가 경쟁으로 몰고 가는 경우를 만들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부족하다.

긱(gig)는 영어로 '공연'을 뜻한다. 필요 할 때 마다 그때 그때 불러 쓰는 재즈 밴드처럼 필요할 때만 불러서 일을 주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시대적 아이콘이 된 단어이다. 해외 유명 언론사인 가디언 등이 자주 사용하면서 대중화되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프리랜서 혹은 단기 계약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긱’이라는 이름으로 재정의되고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스마트폰의 발달 때문이다. 그 동안은 프리랜서와 단기 계약직이 집에서 외주로 일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 등 일부 직종에 한정되었지만 스마트폰의 발달로 분야와 직종을 가리지 않고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매킨지는 긱을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자"라고 정의했다.

프리랜서 전문 마켓 크몽.

긱은 우리 주위에서 이제 흔히 볼 수 있다. 이미 앱으로 카풀, 음식배달, 차량 공유, 택배를 주문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대부분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지 않는다. 그때 그때 일이 생기면 업무를 받아서 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크몽(https://kmong.com) 같은 전문 플랫폼도 있다. 본인이 할 줄 아는 특기를 올리면 필요한 사람이 비용을 지급하고 일을 시키는 방식이다. 일의 종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명함 만들어 주기, 로고 만들어 주기, 번역해 주기, 카피 라이팅 해 주기, 사업계획서나 제안서 써 주기, 타이핑 해 주기, 운세 상담, 연애 상담, 시장 조사, 리포트 써 주기 등 우리가 업무로 하는 수 많은 일이 사이트에 올라오고 있다.

‘파워포인트 100장 작업에 5만원’처럼 시간이 아니라 결과를 대상으로 흥정을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라는 기준도 없다. 시간당 단가는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긱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은 2014년 이미 전체 노동자의 34%가 긱 일자리라는 발표가 있었다. 점점 늘어나고 있어 2020년에는 40%가 될 것이라고 미국 회계법인 Intuit가 전망하기도 했다.

긱 일자리가 많아져 발생하는 문제는 노동을 하는데 노동자로 적합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식당에서 배달을 하면 식당에 소속되어 있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가 있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동안은 일이 있으나 없으나 고정적 수익이 보장되고 일하다가 다쳤을 경우 (원칙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긱은 식당에서 필요할 때마다 그때 그때 부른다. 긱 노동자는 계속적으로 일을 찾으려 다녀야 한다. 연속성이 없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익은 감소하지만 스트레스는 증가될 수밖에 없다. 다쳤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식당에 소속된 노동자가 아니고 식당하고 단기적으로 계약을 맺은 독립 사업자이기 때문에 노동자로 식당에 적당한 요구를 할 수가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앱으로 그때 그때 편하게 사람을 구해서 사용할 수 있지만 기업으로써 신경 써야 하는 복지, 인사, 재교육 등을 일체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는 이런 불합리한 구조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연대해 집단의 힘을 키우기도 힘들다.

기술은 갈수록 긱 일자리를 늘리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대적 흐름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다. 직원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할 때이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일자리에 대한 노동자의 보호에 대해서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런 논의가 중요 노동 아젠다 중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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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우버에서 운전을 했던 전직 운전자를 우버 직원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15년 12월에는 워싱턴 주 시애틀 시의회에서는 우버 운전기사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에서는 ‘사회보장분담금 및 가족수당 징수조합’(URSSAF)이 우버를 상대로 우버 택시기사를 직원으로 인정하라며 소송했다.

우리나라도 긱 노동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에 대한 고민과 노동자로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종혁 IT컬럼니스트

문화체육부 선정 '올해의 우수 도서'로 선정 된 ‘인터넷 진화와 뇌의 종말' 저자이다. 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지였던 '월간 인터넷' 기고로 글쓰기를시작하였다. 02년 '서울시청 포털' 메인 기획자로 일을 했다. '서울시청 포탈'은 UN에서 전자정부 세계 1위로 대상을 수상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기틀이 되었다. 미래부 '월드IT쇼' 초청 연사, 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동 통신사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