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쿠팡맨’과 빠른 ‘로켓배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쿠팡이 택배운송사업을 시작합니다.
다시 말하면 ‘CJ대한통운’·‘한진택배’·‘롯데택배’처럼 쿠팡도 노란색 번호판을 달고 다양한 물품들을 물류창고에서부터 고객 집까지 배달하는 사업을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제3자 물류배송 서비스라고도 하는데요, 그 동안 쿠팡은 하얀색 번호판을 달고, 회사가 구입해서 자사 창고에 보관해둔 상품을 무상으로 배송했습니다. 그렇지 않은 물품은 한진택배를 이용했습니다.
정부가 택배 영업이 가능한 차량의 수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하얀색 번호판을 단 일반 차량이 다른 회사가 만들거나 유통하는 물품을 유료 배송하면 불법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쿠팡은 배송하고자 하는 물품을 구매해서 창고에 쌓아둔 뒤, 고객이 일정 금액 이상 주문하는 조건으로 무료 배송을 해왔습니다. 이게 바로 30~40대 주부들에게 큰 인기와 믿음을 얻은 로켓배송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택배사들이 소속된 한국통합물류협회는 강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자기네 밥 그릇이 뺏기기 때문이죠. 이에 통합물류협회는 로켓배송이 불법 유상운송행위에 해당한다며 국토부에 강력히 항의했고, 법원에 쿠팡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고소 고발까지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택배사들도 하얀 번호판을 단 일반 차량으로 배송을 하는 모순을 보여 큰 설득력을 얻지 못했습니다. 특히 로켓배송에 대한 사용자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쿠팡에 큰 힘이 됐습니다.
■ 쿠팡, 불법 논란 벗고 정식 택배운송사업자로 등극
그랬던 쿠팡이 지난 달 국토부로부터 신규 택배사업자로 지정됐습니다. 불법 논란에 시달렸던 쿠팡이 정식 택배사업자로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일종의 신분 상승이라고 할까요?
쿠팡은 배송 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설립, 다음 달 대구에 첫 캠프를 개소하기로 했습니다. 정식 택배기사로 일할 기사 채용도 들어갔습니다. 아울러 기존 쿠팡맨들의 정식 택배기사 전환 신청도 받기로 했습니다. 로켓배송 캠프가 아닌, 일반 택배 차량의 거점인 캠프도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늘려갈 계획입니다.
쿠팡에 따르면 회사는 연말까지 택배 기사 모집 인원수에 맞춰 정부로부터 노란색 번호판을 신규로 발급 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제한을 뒀던 노란번호판 발급을 쿠팡에게 연말까지 개방하는 셈입니다.
만약 쿠팡이 1천개의 노란 번호판 택배 차량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면 연말까지 1천명을 정규 배송인력으로 직접 채용해야 합니다. 1톤 트럭 운전이 가능한 1종 보통 면허를 가진 운전자라면, 정식 채용 절차를 거쳐 쿠팡이 새롭게 시작하는 택배사인 CLS 직원이 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쿠팡맨들도 근무나 임금조건이 같지만 일반 택배 기사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쿠팡, 왜 굳이 택배운송업을 할까?
그런데 갑자기 쿠팡이 택배운송업에 본격 뛰어든 이유가 뭘까요. 그 동안 해 왔던대로 하얀색 번호판을 단 로켓배송 차량을 늘려나가도 되는데 말입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틈만 나면 택배단체들로부터 비판 받는 불법 유상운송행위라는 낙인을 지울 수 있습니다. 쿠팡이 노란 번호판 택배 차량과, 현재와 같은 하얀색 번호판을 가진 로켓배송 차량을 운행할 경우 택배단체는 쿠팡 로켓배송에 대한 공격을 하기 힘들어집니다. 기존 택배사들과 차이가 없어지기 때문이죠.
또 하나는 새로운 수익 창출입니다.
쿠팡은 지난해에만 6천4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봤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6년에는 5천650억원 적자, 2015년에는 5천470억원 손해를 봤습니다. 3년 간 적자만 1조7천억원에 달합니다.
이에 쿠팡은 택배운송업을 통해 새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로켓배송 차량과 더불어 한진택배를 이용했는데, 앞으로는 자체 택배차량으로 배송 물량을 충당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고객한테 받는 택배비 중 일부를 수익으로 남길 수 있게 됩니다.
또 쿠팡에서 판매되는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쇼핑몰이나 유통점에서 판매하는 제품들도 쿠팡이 배송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예를 들면 지마켓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쿠팡 로켓배송이 배송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로켓배송과 쿠팡맨에 대한 사용자들의 긍정적인 인식과 경험을 앞세워 공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또 기존 쇼핑몰이나 유통사들도 기존 택배사와의 거래를 끊고, 소비자 인식이 좋은 쿠팡 택배를 선택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홍길동 쇼핑몰은 쿠팡맨이 배송합니다”라는 식으로 자사의 몰 홍보 포인트로 쿠팡 배송을 내세울 가능성도 있겠죠.
택배업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연 5조원에 달합니다. 쉽지 않지만 쿠팡이 이 시장을 5분의 1만 가져와도 1조원에 달하는 새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 쿠팡, ICT 기술로 물류 배송 효율화 무기
로켓배송, 쿠팡맨 외에도 쿠팡이 택배운송 사업에 뛰어들면서 내세우는 무기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전기화물차를 통한 친환경 배송과, ICT 기술을 활용한 최첨단 물류 시스템입니다.
기존 택배사들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시스템으로 운영됐다면, 쿠팡은 전기화물차를 도입해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ICT 기술력을 통한 효율적인 물류 관리와 배송을 한다는 전략입니다. 오래 전부터 쿠팡은 물류창고 관리부터, 배차와 배송 순서까지 IT 기술을 접목하는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습니다.
나아가 쿠팡은 이미 대구에서 전기화물차를 이용한 배송 실험을 이어 왔습니다. 회사는 이번 CLS 대구 캠프 개소를 시작으로 전기화물차를 본격 도입하고, 향후 관련 인프라가 확충되면 전기화물차 배송도 늘려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또 물류 작업에 최적화된 전문 충전 설비를 도입한다는 방침입니다. 전기화물차 이용이 늘면 장기적으로 차량 유지비 감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로켓배송 사라지는 거 아냐?...“변함 없어”
쿠팡은 기존 1만9천800원 이상 주문하면 무료 배송했던 로켓배송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계획입니다. CLS는 쿠팡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로켓배송 상품이 아닌 경우, 또는 제주도 같은 로켓배송이 어려웠던 지역에 활용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로켓배송 또는 로켓배송 상품이 사라지고 다른 쇼핑몰처럼 배송료가 따로 붙는 게 아닐까 하는 큰 걱정은 일단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또 쿠팡의 강점인 휴일 배송과 빠른 배송에도 아무 변동 없다는 것이 쿠팡 측 설명입니다.
고객과 최접점에 있는 대부분의 택배기사들이 불친절하고 고객의 소중한 물품을 소홀히 할 때, 쿠팡은 직접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과 쿠팡맨을 무기로 사용자 신뢰를 단숨에 얻었습니다. 대기업 회의에서 “쿠팡 좀 보고 배우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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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번 쿠팡의 택배운송업 진출에 대한 기대감 또한 적지 않습니다. 대기업들이 참여해 고여 있던 택배운송 시장에 쿠팡이 본격적인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이은 적자로 시장의 우려가 컸던 쿠팡의 새 도전이 국내 유통, 물류 시장에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 또 쿠팡 실적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줄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