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PC 사업 부문 실적은 2012년 1천500만 대까지 성장한 후 하락을 거듭해 현재는 2008년보다 후퇴한 연간 320만 대 수준까지 줄었다.
2008년 경기 침체 당시 인기를 얻었던 저가 노트북인 넷북, 2011년 등장해 노트북 교체 수요를 견인한 울트라북 효과가 모두 사라지고 데스크톱 PC의 공공기관 조달시장 진입이 막힌 결과다. 국내 PC 시장 역시 역성장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도 삼성전자가 PC 사업 부문을 매각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를 일축하며 PC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 넷북·울트라북 수요 줄어들며 규모 축소
삼성전자의 PC 판매량은 2008년 360만 대, 2012년에는 1천500만 대 규모까지 성장했다. 2011년만 해도 블룸버그는 "레노버나 삼성전자가 HP PC사업을 인수하면 글로벌 1위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성장세를 견인했던 저가 노트북인 넷북, 휴대성을 강조한 울트라북 효과가 사라진 2012년부터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2012년부터 불거진 데스크톱 PC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관련 논란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데스크톱 PC 대부분을 국내 중소업체에서 OEM 형식으로 제조하고 있다"며 반론했다. 그러나 2012년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의 공공기관 PC 납품 비중을 단계적으로 늘려 2015년부터는 전량을 중소기업이 납품하도록 했다.
현재 데스크톱 PC는 중소기업자간경쟁제품으로 지정되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진출이 원천 봉쇄된 상황이다.
■ 연간 PC 판매량, 10년 전보다 하락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연간 PC 판매량은 국내 시장과 미국, 중국, 브라질 등 4개국을 모두 합쳐 320만 대 전후 수준이다. 10년 전인 2008년보다 오히려 더 하락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노트북이 렌탈·리스 업체 등 B2B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보급형 제품은 레노버와 에이서, 에이수스 등 외산 제품에 밀리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연간 460만 대 수준(2017년 기준)인 국내 PC 시장이 확대될 여지가 적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올 8월 이전만 해도 여러 시장조사업체는 국내 PC 시장이 게임 특수에 힘입어 소폭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9월부터 표면화된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이 발목을 잡으며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의 성장세는 크게 꺾인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 11일 올 3분기 세계 PC 출하량이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 등의 영향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0.9% 감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 PC 주변기기 사업 모두 매각.. 'PC만 남았다'
삼성전자는 2011년 이후 PC 관련 사업 부문을 하나 둘씩 정리해 왔다. 현재는 PC 관련 핵심 부문인 PC 사업 부문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2011년에는 씨게이트에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사업을 매각했고, 2014년에는 일본 도시바와 합작한 ODD(광드라이브) 사업부문인 TSST를 옵티스에 매각했다. 2016년에는 프린터 사업 부문을 '에스프린팅솔루션'으로 분사한 다음 HP에 1조1천억원에 넘겼다.
2016년 11월에는 외신을 통해 레노버가 삼성전자 PC사업부 인수를 검토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일본 후지츠의 PC 사업을 저울질하던 레노버는 결국 후지츠 PC 사업을 인수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 "IT 제품군 중심장치는 PC, 사업 지속할 것"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 22일 PC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PC가 여러 IT 제품군의 중심인데다 적지만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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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후 5년만에 열린 '노트북 플래시' 공개행사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PC사업팀 이민철 상무는 "IT 제품군에서 PC는 중심 장치다. PC가 있어야 모니터와 프린터 등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어서 "노트북의 과거 트렌드를 보면 화면이 덮이는 클램셸 타입에서 휴대성을 강조한 씬앤라이트(Thin & Light), 투인원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연계성을 강화하면서 신기술을 도입한 제품을 계속해서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