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국정감사, 어느 의원이 또 역풍 맞을까?

[백기자의 e知톡] 금배지 힘 자랑하는 자리 아냐

인터넷입력 :2018/10/22 17:42    수정: 2018/10/22 17:49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정감사 시즌에도 ‘침소봉대’(바늘처럼 작은 일을 몽둥이처럼 크게 부풀려 허풍을 떠는 모습) 하거나 ‘탁상공론’(탁자 위에서만 펼치는 헛된 논설)으로 역풍을 맞는 국회의원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것 같습니다.

국회에 증인으로 불려와 무조건 저 자세로 호통과 혼쭐을 당하기만 했던 증인들의 태도가 ‘할 말은 하겠다’는 자세로 돌아선 이유도 있지만, 아니면 말고 식 국회 지적이 밑천을 드러낸 것 아닐까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대전 동물원에서 탈출해 사살된 퓨마 문제를 거론하기 위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 벵갈 고양이를 가져왔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아무 상관도 없는 어린 고양이를 국감장에 데려온 것 자체가 동물 학대라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퓨마 사살 사건을 두고 정부의 과잉 대응을 질타하기 위함이었으나, 정작 김 의원 본인이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인 경우입니다.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를 위해 가져온 벵골고양이가 놓여져 있다. 김 의원 측은 대전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 사살된 것에 대한 질의를 위해 퓨마와 비슷한 벵갈고양이를 가져왔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대한체육회 국감 중 증인으로 출석한 선동열 국가대표 감독에게 사퇴와 사과를 무리하게 요구하다 누리꾼들로부터 공공의 적이 된 경우입니다. 손 의원이 야구에 대한 지식 없이 증인에게 큰 소리를 내고, 상식에 어긋나는 질문을 던졌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습니다. 최순실 청문회 당시 날카로운 지적으로 스타로 떠올랐던 손 의원은 이번 국감장에서 돌연 공공의 적이 되고 말았습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도 산자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 상임 위원들 공세에 소신 있는 발언으로 맞서 판정승을 거뒀습니다. 이날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가맹점이 손님을 다 뺏어간다는 비판을 했으나, “가맹점주들도 똑같은 자영업자”라고 맞섰습니다. 또 골목상권과 먹자 골목의 차이를 구분, “가맹점주들이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먹자골목에서 경쟁하는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나아가 우후죽순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제도적으로 창업 교육이 필요하다는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해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증인의 소신 발언으로 상임위를 숙연케 만든 사건이 있었습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가 네이버 갑질 논란에 증인으로 불려와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지적한 것입니다.

그는 “페이스북과 구글은 한국에서 엄청난 돈을 버는데 얼마를 버는지도 모르고 트래픽 비용도 안 내고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안 된다”며 “유럽의 경우는 미국 기업과 싸워 살아남기 위해 자국 기업을 돕는 법을 만드는 상황이라며 세계 시장을 놓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부족한 게 많아 내가 모든 걸 다 알고 책임지고 할 순 없지만 10년 전 일본에 갔고, 이후 유럽과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책임지는 게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갑작스런 소신 발언에 당황한 당시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네이버가 세계적 포털 기업과 경쟁해서 살아남고, 우위 기업이 되는 것은 모두가 희망하는 바”라면서 “네이버가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해서 국위선양하길 바란다”는 따뜻한 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2017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GIO.

26일 예정된 확인감사에서도 비판 아닌 어설픈 비난과 질책으로 역풍이 불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과방위 확감 증인으로 이해진 전 의장이 증인으로 채택 됐고, 산자위 증인으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대표와 강신봉 알지피코리아(요기요)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입니다.

과방위원들은 이해진 전 의장에게 네이버 댓글 조작 논란과 포털 갑질 문제 등과 관련해 집중 포화를 퍼부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또 산자위원들은 배달앱 두 대표에게 광고비와 수수료가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확인감사 증인 출석 요구에 예전만큼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국민 대표라면서 갑질을 일삼고 탁상공론 하는 국회의 칼날이 이제 그다지 날카로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 국내 인터넷 환경은 구글(유튜브)과 페이스북,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기업에 빠르게 잠식돼 가고 있어 국내 포털의 독과점 문제는 시시해보일 지경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핵폭탄을 들고 국내 시장에 진입한 마당에, 우리끼리 누구 총이 세다는 식의 싸움을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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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PIXTA]

또 배달앱 시장에 대한 비판 역시 대중들의 공감을 얻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얼마 전 열린 배달앱 문제 개선 정책토론회가 바로 침소봉대 한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토론회에서 국회와 전문가들은 배달앱 광고료와 수수료의 개념을 구분 못하고 혼재해 사용했으며, 일부의 문제를 전체의 것인양 부풀렸습니다. 이에 배달 업계에서는 정확한 배달앱 시장 통계 데이터를 들고 국정감사에 임할 계획입니다. 무조건적인 비판에 객관적인 데이터로 맞선다는 전략입니다.

국정감사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정부와 기업의 지난 활동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비판을 하는 자리입니다. 국회의원이라는 힘을 과시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금배지를 달았더라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본인이 공개 망신당하는 자리가 바로 국정감사라는 걸 잊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