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의 협력 없이는 스마트시티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민간기업이 협력하려면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과 규제 개선이 필요합니다. 길게 보면 정치보다 산업이 우선인 사회가 돼야 합니다.”
LG CNS 유인상 스마트시티사업추진단장은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유 단장은 현재 4차산업혁명위원회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 위원과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민간위원을 겸하고 있다. 그는 2003년 서울시 신교통카드시스템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어찌 보면 스마트시티의 첫 발판을 만든 셈이다.
그는 “LG CNS가 투자해서 만든 한국스마트카드(티머니)는 서울시의 제각각이던 대중교통 노선을 정리하고, 편리하게 하나의 카드로 이용할 수 있게 해 시민의 삶을 바꿨다”며 “독보적인 선진 사례가 됐다”고 소개했다.
선진 사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정책 일관성과 민간의 IT기술 요소 투입을 꼽았다. 공공기관에서 정책을 일관성 있게 만들어 추진하고, 민간 기업의 IT기술을 통해 운영비용을 혁신적으로 절감했기 때문이다.
■ “공공과 민간이 역할 분담…민간에 더 많이 오픈해야”
그는 스마트시티 성공 전략도 이와 같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 기관과 민간 기업이 역할을 확실히 분담하고, 각자에게 맞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비스를 3가지로 분류했다. 수익형 서비스와 비용 절감형 서비스, 그리고 공공서비스다. “CCTV를 설치해 불법 주정차에 벌금을 걷는 서비스와 같은 트랜잭션으로 수익을 얻는 서비스는 굳이 시에서 예산을 들이지 않아도 민간이 투자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시에서는 적은 예산을 이런 곳에 쓰지말고, 티머니 사업처럼 규제를 풀어 민간이 투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간이 투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서비스 영역은 비용 절감형 서비스다. 비용 절감형 서비스는 초기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운영비용이 절감돼 투자 비용이 회수되는 서비스를 말한다. 예를 들어 형광등을 LED 등으로 바꾸는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유 단장은 “수익형 사업은 민간에 다 오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특정 민간기업에 락인(lock-in)되면 안되기에, 데이터는 공공이 가져가야 한다”며 “티머니도 데이터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서울시에 34% 지분을 기부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자체는 CCTV를 달아 시민 안전을 보장해주는 등의 공공서비스를 해야 한다”며 “적은 예산으로 지자체가 우선순위가 아닌 사업(민간이 투자해야 할 사업)에 투자를 하니 정작 나중에 공공서비스에 들어갈 돈이 없다”고 꼬집었다.
■ “지자체, 스마트시티 선거용으로 이용하면 안돼”
“시장들은 권위를 가지고 군림하는 사람이 아닌, 조금 더 세일즈맨이 돼야 하고, 철학자가 돼야 합니다.” 그는 시장이 자신의 재선, 인기의 도구로 스마트시티를 이용하는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스마트시티는 준비된 곳이 해야 한다”며 “스마트시티는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선거용, 인기용으로 악용하게 되면 유지 보수비가 없어 결국 그 사업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자체는 자신들의 문제가 뭔지 전문가를 데려와 진단을 내리고, 도시 비전과 방향성을 잡는 게 우선적으로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스마트시티 구현은 공기업, 민간기업이 혼자 한다고 되지 않는다”며 “거버넌스 체계 정립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시장은 너무 바쁘기 때문에 시장을 대신해 부처별 갈등을 조율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부시장 위에 전문가인 민간스마트시티위원을 둬 자문을 받으면서 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좋은 아이디어 낸 기업에 가산점 줘야"
“정책의 일관성이 이뤄지지 않으면 민간 기업은 투자하기가 어렵습니다.” 유 단장은 현재 민·관 협력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매번 달라지는 환경에서는 이익을 내야 하는 민간 기업이 쉽게 투자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규제 개선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실행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재원 조달이 필요한데, 이는 민·관이 협력하지 않으면 힘들다”며 “규제를 빨리 풀어줘야 민간 기업이 함께 협력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u시티에서 조금 더 ICT 기술을 붙인 수준의 스마트시티밖에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업과 관련해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한 기업에는 가산점을 주는 방식이 실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은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입찰을 진행하고, 입찰하더라도 가점을 주지 않는다”며 “아이디어 자체가 사업인데, 법에 명시된 대로 우수한 아이디어를 준 기업에는 명확히 가점을 줘야 민간기업이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정치보다 산업이 우선인 사회가 돼야 한다면서 SW산업진흥법에 아쉬움을 표했다. 현재 SW산업진흥법은 대기업의 공공SW사업을 금하고 있다. 유 단장은 “모든 것을 대기업이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중견·중소기업이 사는 길은 대·중소 혁신생태계”
유 단장은 개편 방안으로 대·중소 기업 혁신 생태계를 말했다. “중소기업이 가장 힘든 건 대금결제”라며 “악덕 대기업이 아닌 이상 대기업이 잘하면 중소기업도 그 밑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 투자가 필요하니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중소기업 혁신생태계를 만들고, 중견과 중소기업 비율은 상임위에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플랫폼 사업은 초기에 투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기업 투자가 불가피하다”며 “같이 사는 길을 열어줘야지, 한쪽을 틀어막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결국, 인프라·플랫폼·서비스로 나뉘는 스마트시티 층위에 따라 각자의 업이 다르다는 게 유 단장의 설명이다. 돈이 많이 드는 인프라·플랫폼 사업은 대기업이, 그 위의 디바이스·서비스 개발은 중견·중소기업이 나눠서 하자는 것이다.
유 단장은 “대기업 독식이 아니라, 대·중소 혁신생태계에 이바지하는 대기업 참여를 희망한다”며 “도시 설계를 운영하는 기업과 협업하고, 지자체와 교류해 미래 스마트시티 운영에 있어 현명한 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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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는 올 초에 국가 스마트시티 시범도시인 세종 5-1생활권의 마스터플랜 과제를 시행사인 LH로부터 수주, 이행하고 있다. 세종 시범도시 비전을 정하고, 그에 맞는 핵심 과제 등을 설계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7월에는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인 '시티허브'를 출시, 대기업 최초로 국토교통부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주관하는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