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vs 카카오카풀 일촉즉발...해법 못찾나

[백기자의 e知톡] “대화·타협 필요”

인터넷입력 :2018/10/17 17:51    수정: 2018/10/17 17:52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본격 시동이 걸리자, 택시 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택시 단체는 18일 운행을 중단하고 광화문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약 3만 명의 택시 종사자들은 이날 카카오 카풀이 택시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택시 운송질서의 붕괴를 야기한다는 주장을 펼칠 예정입니다. 카카오 카풀이 시민의 교통안전을 위협하게 될 거라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할 계획입니다.

지금의 택시단체와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극한 대립을 보이게 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겠습니다.

2013년 우버 반대 시위

발단은 지난 2013년 우버 사태 때부터 시작이 됐다고 봐야 합니다. 당시 글로벌 시장으로 세를 넓히던 우버는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엑스’를 한국에 출시했습니다. 그러자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우버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했고, 택시 단체 역시 불법 유상운송행위라며 대규모 시위를 열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버가 서비스를 강행하자 서울시는 우버 영업 신고 포상제, 일명 카파라치 제도를 실시했고 우버의 무릎을 꿇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쫓겨난 우버는 언론과 여론의 동조를 크게 얻지 못했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라는 말과 달리, 우버는 우리 정부에게 기술 혁신만을 강조하며 사실상 한국이 우버 법을 따르라고 강요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여론도 언론도 대부분 우버의 한국 진출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이 때 택시 단체들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한 선례를 남기게 됩니다.

그렇게 잠잠하던 교통 시장이 또 한 번 들썩이게 된 계기는 지난해 여름이었습니다. 국내 대표 카풀 서비스 중 하나였던 ‘풀러스’가 예외조항으로 허용된 카풀 서비스 운행 시간을 확대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유연근무제 등 현대인들의 변화된 출퇴근 시간대에 맞춰 카풀 서비스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카풀 기사 모집에 나섰다. 택시단체의 반대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하지만 국토부와 서울시, 택시 단체는 우버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풀러스의 새 사업 모델을 ‘꼼수’로 봤습니다. 결국 택시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거듭 반대의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이들은 정부와 스타트업 단체와의 대화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양보를 요구받을 게 너무 뻔해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 풀러스와 경쟁 관계였던 ‘럭시’는 불똥을 맞았고 택시 단체들과 싸우기 어렵다고 판단, 회사를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에 팔았습니다. 카카오택시로 성공 경험이 있고, 이용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대기업이라면 자신들의 서비스를 보다 힘 있게 추진해줄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카카오 카풀의 전신이 바로 럭시입니다.

당시 럭시는 풀러스처럼 운행 시간을 늘리지 않고, 법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한 출퇴근 시간에만 카풀 서비스를 이어갈 계획이었습니다. 카카오 카풀 역시 럭시 때의 전략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택시단체는 이 마저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언제 풀러스처럼 운행 시간을 확대할지 모른다는 불신이 강하게 배어 있는 느낌입니다.

풀러스는 낡은 여객운수사업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은 풀러스는 경영난에 빠져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임직원도 대폭 축소됐습니다. 현재는 최대주주인 쏘카가 풀러스의 조직 및 서비스 정비를 마치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서 예고한 대로 택시 단체는 18일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입니다. 또 수만대의 택시가 운행을 멈출 예정입니다. 승객들의 불편이 일어날 수밖에 없지만,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단체는 서로 물러날 뜻이 현재까지는 없어 보입니다. 그 동안 택시 이용에 불편을 겪은 다수의 이용자들은 댓글 등을 통해 카카오 카풀을 응원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택시 개개인들에 대한 걱정 또한 적지 않습니다.

택시 단체는 지난 우버 사태 때의 승리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 카풀을 막아내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교통난 해소를 갈망하는 이용자들을 등에 업고 모빌리티 분야의 규제 혁신을 강하게 밀어 붙일 태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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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러스가 출퇴근시간 선택제를 시행하면서 택시 업계의 반발이 본격화 됐다.

참고로 럭시를 창업하고,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카카오 카풀 서비스 출시를 주도하고 있는 최바다 럭시 전 대표의 부친은 택시 운전사입니다. 돌아보면 우리 주변 가까이에도 택시를 생계로 하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내 친척일 수 있고, 내 가족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더 어느 한쪽을 옳다 그르다로 편 가르기 힘든 문제입니다.

기술 혁신으로 업무 형태와 일자리 변화가 생기는 이 때, 어렵고 골치 아픈 문제지만 결국 해법은 대화와 타협에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중재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양쪽 다 “이미 참을 만큼 참았고, 봐줄 만큼 봐줬다”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격해진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이용자들의 편의를 다시 한 번 중심에 두고,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