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관심이 뜨겁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여는 '물건'이라고 확신하는 블록체이너들이 많습니다. "인터넷을 뛰어넘는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블록체인은 참 '재미있는 물건'입니다. 단순히 기술이 아니기때문입니다. 토큰 이코노미와 맞물리면서 경제(산업), 사회(문화), 법제도, 나아가 철학까지 담고 있습니다. 블록체이너들은 이구동성으로 "블록체인은 공부하면 할 수록 공부할게 많고, 그래서 재미있다고"고 합니다. 블록체인의 '마력'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블록체인이 기술, 경제, 사회, 법제도, 철학을 아우르다보니 강호에 '고수'들이 많습니다. 기술만해도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보안 등 각 분야 강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스펙트럼이 넓다보니 블록체인 '짜가' 고수들도 넘쳐납니다. 블록체인 고수는 크게 세 분류입니다. 하나는 비즈니스 모델 면에서, 또 하나는 기술면에서, 다른 하나는 법제도 면에서 고수 입니다. 마치 '문과 고수'와 '이과 고수' 같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이들 강호의 블록체인 고수들을 찾아가는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단순히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뿐 아니라 그들의 삶도 들여다 볼 예정입니다. 그들은 왜 블록체이너가 됐는지, 또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 24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취미와 특기는 무엇인지 등을 소개합니다. 첫번째 순서는 '철학자'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정순형 '온더(Onther)' 대표입니다. '온더'는 이더리움을 전문으로 하는 블록체인 회사입니다. '온더'라는 회사 이름도 '온 이더리움(On Ethereum)'이라는 뜻입니다.
지난주 서울 신논현역 근처 사무실에서 만난 정순형 대표는 "사상가처럼 세상에 무언가 남기고 싶어 블록체이너가 됐다"고 했습니다. 또 "현재의 프라이빗 블록체인 대부분은 망할거다. 나는 이오스를 블록체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도발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정 대표는 학부(숭실대)에서는 경제학을 대학원(숭실대)에는 SW공학을 전공했습니다다. 이더리움 하나만해도 공부할게 많아 "죽을 것만 같다"는 그는 정부의 ICO 금지에 대해 "차라리 척화비를 세워라"며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그와의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습니다.
-블록체인계에서 철학자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하다. 철학(Philosophy)이란 말은 희랍어로 필로스(Philos, 사랑)와 소피아(Sophia, 지혜)를 합한 말이다. 즉, 지식이나 지혜에 대한 사랑을 말한다. 어떤 지혜를 갖고 있나? 또 언제부터 철학자란 말을 썼나
"철학에 그런 뜻이 있는 줄은 몰랐다. 나라는 존재의 확장을 위한 도구가 지혜라고 생각한다. 지식과 지혜가 있다면 내 존재가 그만큼 커질 것이다. 철학자란 말은 '땡글'이라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커뮤니티에 활동하면서부터 사용했다. 2013년 12월 중순에 땡글에 가입했다. 이때 처음으로 철학자라는 필명으로 땡글에 글을 올렸다.
'죽은 경제학자들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책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9년전인 21살때 읽은 책이다. 고대 철학자들은 시대를 넘어 지금도 살아있다. 육신은 죽었지만 그 정신과 아이디어는 살아 있는 것이다. 죽지 않는, 후세에 좋은 거 하나 남기자는 의미에서 철학자란 말을 썼다.
-후세에 무얼 남기고 싶다고?
"애초 마르크스 사상 같은 걸 남기고 싶었다. 그런데 그건 위대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 더라. 공대에 가보니 사상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후세에 남길 수 있겠더라. 철학자가 사상을 남기는 거나 공학도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남기는 거나 같다고 본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면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고, 이것이 세상에 기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으로 창업도 했다."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2013년 말이다. 학군 장교로 복무하던 때다.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엔 돈을 벌자고 산 건 아니었다. 비트코인이 너무 신기해서 호기심에 샀다. 비트코인 논문을 읽으니 비트코인이 암호화폐가 아니더라. 상호간에 신뢰를 규정하는 프로토콜, 시스템으로 봤다. 그래서 20개월 간 저축한 군인공제회 적금을 깨고 비트코인을 샀다."
-지난해 3월 창업한 '온더'는 어떤 회사인가
"분산 애플리케이션과 사이드체인을 개발하는 블록체인 회사다. 사이드체인은 올 연말까지 데모나 개념증명(PoC)까지 보여주려 한다. 현재 직원은 10명이다. 컨설팅도 하고 있다. 특히 감사(오딧) 수요가 많다.
창업전에 대학원에서 채굴 관련 연구를 했다. 채굴하다 보니 친구와 부모한테 돈을 빌렸다. 이익이 났는데, 수익을 나누기 애매하더라. 이걸 해결하려고 봤더니, 스마트 컨트랙트라는게 있더라.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증권업무 처리 시스템' 등 3건의 기술 특허도 갖고 있다. "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 '블랙 스완(The black swan)'이라고 하던데
"블랙스완은 정말 위대한 책이다. 중요한 순간에, 무엇인가를 결정할때마다 큰 영향을 미쳤다. 2008년인가 2009년에 서점에서 우연히 뽑아든 책이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꽂혀 있었다. 당시 난 경제학도였다. 통계를 너무 못해 고생하고 있었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봤는데 통계 내용이 아니었다.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는 내용인데, 지금도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몇년전 전재산을 털어 비트코인 산 것도 이 책의 영향을 받은 거다. 당시만해도 비트코인은 사기고 투기라고 했다. 전공을 경제학에서 SW공학으로 바꾼 것도 이 책의 영향 때문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이제 30살이다. 책을 많이 읽나? 조숙한 것 같다.
"어릴때 부모님이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했다. 사실, 어릴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다. 세상의 돈이 무슨 원리로 흘러가나 궁금했다. 삶이 팍팍하다보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웃음). 그래서 경제학과나 경영학과를 가고 싶었다. 책은 요즘도 한달에 1~2권 읽는다."
-정 대표에게 블록체인은 무엇인가?
"블록체인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탈중앙화가 그렇다. 탈중앙화는 좋은 것이고, 무조건 그렇게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에서 탈중앙화는 무엇이고 왜 그렇게 중요하나
"우선 세 가지 개념을 알아야 한다. 정치적, 구조적, 논리적 개념이다. 이중 탈중앙화는 정치적, 구조적 두 분야에서만 일어나야 한다. 논리적으로는 중앙화가 돼야 한다. 이것이 블록체인이다. 내가 한 말이 아니다.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이 말한 거다. 비트코인이 대표적 사례다.
시총이 100조 원이 넘는 비트코인은 정치적, 구조적으로 탈중앙화가 돼 있다. 하지만 시총 100조 원이 넘으면서도 1원의 오차없이 잘 돌아간다. 논리적으로 중앙화돼 그런거다. 이게 블록체인과 아나키즘이 다른 이유다. 아나키즘은 아무 규칙이 없다. 정치, 구조는 물론 논리적으로도 탈중앙화돼 있다."
-논리적 중앙화를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보자. AWS는 구조가 탈중앙화돼 있고, 논리적으로도 중앙화돼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탈중앙화가 안돼 있다. 그래서 블록체인이 아니다. 정치, 구조, 논리 이 세가지 모두 탈중앙화된 시스템이 바로 비트토렌트다. 논리적으로도 중앙화가 안되면 문제가 있다. 누군가 바이러스를 심어 놓을 수 있고, 누구 파일이 정당한 지 모른다.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반면 블록체인은 다르다. 논리적으로는 굉장히 중앙화가 돼 있다. 블록체인 장부를 한번 봐라. 논리적으로 하나다. 노드가 1만4000여개인데 모두가 같은 걸 공유한다. 모두가 단일화된, 같은 규칙을 공유한다. 이게 논리적 중앙화다.
-비탈릭이 제시한 개념이라고?
"그렇다. 그가 20대때 쓴 글에 나온다. 이더리움 재단에서는 비탈릭을 컴퓨터과학자라고 하지 않고 경제학자라 부른다. 비탈릭은 인센티브와 매커니즘 디자인을 하는데 정말 천부적 재능이 있다. 물론 SW공학적으로도 뛰어난 개발자다. 그가 10대때 만든 SW를 지금도 세계 개발자들이 매월 2000건 이상 내려 받는다. 비탈릭은 경제학자치곤 컴퓨터를 너무 잘안다(웃음)."
-비탈릭과 비트코인을 만든 나카모토를 비교하면?
"노벨 경제학상을 줘야 한다면 비탈릭보다 나카모토 사토시한데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을 정량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마치 소크라테스와 마르크스를 비교하는 것 같다. 나는 나카모토를 잘 모른다. 하지만 노벨상을 준다면 그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탈중앙화가 되면 무엇이 좋은가?
"이더리움에서는 탈중앙화의 장점을 세가지로 말한다. FAC가 그것이다. F는 Fault tolerance(장애 허용성)를 말한다. 시스템 중 일부가 망해도 전체 시스템은 계속 돌아간다. 권한이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A는 Attack resistance(공격 저항성)다. AWS와 달리 탈중앙화돼 있어 공격할 주체나 리더가 없다. 해커가 어디를 공격할 지 모른다. 보안이 우수할 수 밖에 없다.
C는 Collusion resistance(담합 저항성)다. 탈중앙화돼 있어 참여자간 담합이 어렵다. 탈중앙화된 시스템의 사용자들은 다른 사용자에게 피해를 줘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어렵다. 핵전쟁이 일어나도 비트코인이 안전한 이유다.
해킹이나 핵전쟁 같은 외부 공격에 기존 금융시스템이 망가져도 블록체인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안전한 이유이기도 하다. 블록체인은 붕괴 위험이 있는 기존 시스템과 달리 절대로 붕괴가 되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시스템인 것이다.
-우리나라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어떤가?
"정치적, 구조적으로 탈중앙화돼야 블록체인이다. 이게 안되면 블록체인이 아니다. 우리나라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정치적 탈중앙화가 안돼 있다. 그래서 성공하기 힘들다. 정치적으로 탈중앙화가 안돼 있으면 블록체인이 아니고, 블록체인 의미가 없다.
어떤 회사의 시스템이 잘 돌아간다고 치자. 그런데 여기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안된다. 이런식의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성공할 수 없다. 한방에 중단된다. 물류 및 공공에 블록체인을 도입한다고 하는데, 정치적 탈중앙화 안되면 성공할 수 없다. 아마 대부분 성과를 못 거둘 거다. 정치적으로 탈중앙화가 되면 구조적 탈중앙화는 쉽다.
신기술이 처음 나오면 이걸로 뭘 해야 할지 사람들이 잘 모른다. 인터넷도 그랬다. 천개 정도 프로젝트를 시도해 한두개가 살아남는다. 그 살아남은 한, 두개가 다 가져가고 세상을 바꾼다. 어쩌면 자본주의 속성이 도박같은 면이 있다."
-정치적 탈중앙화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위계질서가 중요한 우리나라에서는 성공할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별로 없을 것 같다.
"소프트웨어(SW)는 도구다. 도구는 상황에 맞게 써야 한다. 상황을 보고 알맞은 도구를 써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안 그런 것 같다. 도구를 먼저 들고 뭘 하려 한다. 앞뒤가 바뀐거다. 고층 건물을 지으려면 포클레인을 찾아야 하는데 먼저 삽을 들고 고층 건물을 지으려한다.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탈중앙화를 이루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크립토가 처음 나왔을때 배척 받은 거다. 너무 다르니까. 현재 우리는 '불편한 동침'을 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하려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만 시도 자체는 좋다고 본다. 얻을 레슨(교훈)이 있을 거다. 블록체인은 당장 효율을 가져다 주는 시스템이 아니다. 이를 원한다면 블록체인을 하면 안된다.
-흔히 이오스를 이더리움 킬러라고 한다. '이오스'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오스를 왜 쓰는지 모르겠다. 이오스는 정치적으로 중앙화돼 있다. 중앙화된 블록체인은 끝이고, 결국 중단된다. 리플도 마찬가지다. 정치적으로 중앙화돼 있다. 리플은 리플 재단이 찍어준다. 그래서 리플은 블록체인이 아니다.
이오스도 마찬가지다. 이오스 재단이 (전체 코인의) 10%나 가지고 있다. 중앙화돼 있는 것이다. 나는 이오스도 블록체인으로 보지 않는다. 카르다노는 잘 모른다. 다른 코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이더리움에서는 비탈릭이 혼자 마음대로 못한다. 커뮤니티가 반대하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더리움은 누구 한명이 갖고 있는게 아니다. 지금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모두가 진짜 주인이다."
-컨설팅 하면 주로 무슨 말을 하나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회사가 망해도 지금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지속되게 하라는 것이다. 비탈릭이 죽었다고 이더리움이 죽지 않는다. 만일 그렇다면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이 아니다."
-이더리움 밋업의 공동 운영자인데, 이더리움 밋업은 어떤 단체인가
"얼마전 회원이 1만명을 넘었다. 이더리움(ethereum)과 이에 기반한 댑(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 사업자, 투자자, 학생 등이 회원이다. 한달에 한두번 밋업 행사를 한다. 밋업을 만든 사람은 정우현 운영자다. 나는 3명의 공동 운영자 중 한명이다. 운영비는 소액의 기업 후원을 받는다.
세계적으로 이더리움은 1년에 2번 큰 행사를 한다. 연초에 애드콘, 11월에는 개발자 위주의 데브 컨퍼런스를 한다. 올해도 11월에 체코 프라하에서 '데브컨'이 열린다.
-크립토 관련, 해외에서는 한국을 어떻게 보나
"해외 크립토의 한국에 대한 시선은 돈(머니) 뿐이다. 기술(테크)은 약하다고 본다. 그런데 기술을 가진 해외 팀이 다 한국에 들어온다. 돈 때문이다. 크립토에서 돈을 끌고 가는 시장이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이다.
한국은 오픈소스도 약하지 않나. 또 정치적으로 탈중앙화가 돼있지 않아 다양성도 부족하다. 대학만 봐도 P2P를 전공한 교수가 없다. 어학 문제도 있다. 공대생들이 영어를 잘 못한다. 기술면에서는 독일이 강하다. 하지만 그들은 돈이 없다. 비탈릭이 한국에 자주 오지만 테크 이야기는 잘 안한다. 못 알아들으니까.
이걸 깨려고, 한국에 테크를 가져오려 시도하고 있다. 우리 회사가 플라즈마(이더리움 속도 개선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세계적으로 20개 넘는 곳이 플라즈마를 개발하고 있다. 플라즈마를 쓰겠다고 하는 곳까지 합치면 수백곳이 된다.
-왜 그렇게 이더리움에만 집중하나. 다른 블록체인에는 관심이 없나
"이더리움 하나만해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공부하기 바쁘다. 매일 매일 새로운게 쏟아져 나온다. 이렇게 공부할게 많아 죽을 것 같다. 이 업계가 정말 빨리 변한다. 이더리움 하나만으로도 좆아가기 벅차다.
세계에 있는 이더리움 연구자들이 수시로 'ethresear.ch' 사이트에 새로운 내용을 올리고 공유한다. 물론 비탈릭이 가장 많이 올린다. 이더리움 연구자들은 대부분 여기서 활동한다. 나도 여기를 수시로 들락거린다. 비탈릭이 뭘 이야기했다고 하면 다 여기서 나온 거다. 사이트는 이더리움 재단이 만든거다. 우리도 여기에 몇건 올렸다. 플라즈마에 관한 내용이다. 반응이 괜찮다. 스캠 프로젝트를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레퍼런스가 하나도 없으면 그건 스캠이다."
-블록체인과 AI를 비교하면 어떤가
"AI가 더 어렵다고 본다. AI 역사가 더 길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부할 게 더 많다. 대학원 동기 30명중 28명이 AI를 전공했다. 당시는 AI 시대였고, 블록체인을 전공한 나는 사기꾼 소리를 들었다. 그 친구들이 사회에 나와 일하고 있는데 다들 AI가 어렵다고 한다. 수학과 과학, 통계를 처음부터 배우지 않으면 AI는 힘들다. 블록체인은 이 벽이 AI보다 낮다. 역사가 이제 10년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생태계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싶나
"현재 퍼블릭 블록체인이 겪고 있는 확장성(성능) 문제와 함께 킬러댑이 나올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 먹고 사는데 여유가 생기면 산업계에 쓴소리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아직 블록체인은 유아기 단계다. 곧 청춘이 될텐데, 아프니까 청춘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분리 가능한가?
"탈중앙화는 필연적으로 독립적인 여러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일관된 룰을 부여할 방법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경제적 인센티브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과학 기술이고, 암호화폐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암호화폐 없는 블록체인은 지속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정부가 ICO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허용하고 말것도 없다. 이미 전 세계에서 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막나. 차라리 척화비를 세우는게 낫다."
-24시간이 궁금하다.
"야간형이라 주로 밤 늦게까지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전에는 주로 잠을 잔다. 미팅도 잘 안잡는다. 점심 이후에는 사무실로 출근해서 각종 미팅과 세미나를 소화한다. 온더는 R&D와 지식 전파, 성장을 중시하기 때문에 연구팀 개개인이 주도하는 작은 온라인 세미나가 거의 매일 열린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좀 조용해지면 다시 연구 를 한다."
-취미나 특기, 좋아하는 노래는
"농구를 좋아한다. 주말에 약속을 잡아 매일 모이는 친구들이랑 종종 간다. 헬스장을 가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 잠은 하루에 6~7시간 잔다. 하루 대부분을 이더리움 프로젝트에 할애한다. 작년에 회사를 설립하고 나서 편두통이 생겼다. 그런데 잘 쉬면 안아프다(웃음).
쉴때는 조용한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집에서 게임도 한다. 올초에 닌텐도 스위치를 샀다. 거의 못하다 요즘 피파2019에 빠져있다. 한 경기에 10분인데, 생각하다 머리 식힐 때 좋다.
영화도 가끔 본다. 최근 본 한국영화는 베넘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은 레드벨벳과 트와이스다. 장르 구별없이 최신 유행곡을 듣는다. 노래방은 안가본지 꽤 됐다. 창업이후 한번도 못 갔다. 하림이라는 가수가 부른 '출국'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좌우명은 뭔가
"힘들때마다, 그만 두고 싶을때마다, 위로가 되는 말이 있다. 처칠이 한 말이다.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이 어느 대학에 축사를 갔는데 단 세마디만 하고 내려왔다고 하더라. '네버, 네버, 네버 기브업(결코, 결코, 결코 포기하지마라)'는. 이 말을 모토로 삼고 있다. 좋아하는 일도 반복하면 힘들더라(웃음). 하지만 나름 즐겁게 살고 있다. 몇년전 진짜 친한 친구가 갑자기 죽었는데, 그때 많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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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후나 10년후 모습은?
"그때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