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창시자 "암호화폐 사기?..극단적"

비탈릭 부테린 "투기보다 블록체인에 관심을"

컴퓨팅입력 :2017/09/26 10:21    수정: 2017/09/26 10:29

손경호 기자

"비트코인이 암호화폐를 운영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면 이더리움은 반대로 블록체인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로서 고안됐다."

3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비트코인과 다른 이더리움의 강점을 이 한 마디로 요약했다.

비트코인이 암호화 기술, 분산네트워크, 작업증명(PoW) 등을 조합해 믿을 수 있는 공개된 거래장부인 블록체인을 탄생시켰다면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이 가진 잠재력을 암호화폐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부테린과 동료 개발자들은 이더리움에 쓰이는 암호화폐인 이더(ether)에 중요한 계약을 담은 문서를 블록체인에 공유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는 "블록체인을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인프라로 쓰는 대신 활용 범위를 더 확대해보자는 문제의식에서 이더리움이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구현되는 스마트계약서(Smart contract)는 자산보증, 크라우드펀딩, 도메인 등록, 사물인터넷(IoT) 등 금융/비금융을 아우르는 수많은 영역에 쓰일 수 있도록 확장성을 확보했다.

2014년 등장한 이 아이디어는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 결과, 같은 해 비탈릭 부테린은 '월드 테크놀로지 어워드' IT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마크 저커버그를 제치고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게 출발한 이더리움이 3년째를 맞았다.

2014년 말 첫 방한 당시 채 소년 티가 가시지 않았던 부테린도 어느 새 24살이 됐다. 그 사이 이더리움은 어떤 변화를 꾀하고 있었을까?

3년만에 방한한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비트코인 만큼 광폭 성장한 이더리움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제15회 서울 이더리움 밋업' 참석 차 방한한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을 3년만에 다시 만났다.

부테린은 여전히 깡마른 체구에 쉴 틈 없는 영어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시간이 흘렀지만 중앙 통제가 없는 분산된 환경에서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보겠다는 그의 목표에는 변함 없었다.

3년여 기간 동안 이더리움이라는 분산네트워크에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스마트계약서)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사용권 역할을 하는 이더는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큰 변동성을 노린 투자(혹은 투기) 수단으로 부상했다.

이더리움은 2014년 7월~8월까지 한 달 간 처음으로 이더에 대한 사용권을 주는 대신 투자자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받는 크라우드세일을 진행한 뒤 2015년 7월30일부터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해에는 이더리움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에 펀딩할 수 있는 '자율분산조직(DAO)'이라는 프로젝트를 공개했으나 보안 결함으로 인해 이를 접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을 응용해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일명 '스마트계약서'로 각종 금융계약, 부동산 매매 등을 지원하는가하면 이를 활용해 중앙 서버 없이 실행되는 분산앱(Dapp)을 만들어 서비스하도록 돕는 프로그래밍 언어이자 플랫폼 역할을 한다.

■ 2년여 간 프라이버시-보안-확장성에 주목

우여곡절 끝에 성장해 온 이더리움에 대해 부테린은 지난 2년여 간 크게 3가지 변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먼저 프라이버시 보호다. 그는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 테스트넷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3주 뒤에는 메인체인(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이러한 방안을 담은 메트로폴리스 업데이트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두번째는 보안이다. 부테린은 "이더리움에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솔리디티(solidity)의 경우 (프로그램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꿔주는) 컴파일 과정에서 버그를 막기 위해 해킹 기법 중 하나인 오버플로 여부를 확인하고, 에러 리포트를 내도록 하며 코딩 표준에 대한 개선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세번째는 확장성이다. 이더리움은 메인 블록체인을 루트체인으로 두고, 이와 연결되는 별도 플라즈마 체인을 두는 방안을 고안해 2년 뒤에는 글로벌 카드 결제회사인 비자 수준으로 거래 속도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는 "플라즈마 관련 백서가 3개월 전 공개됐으며 앞으로 6개월에서 1년사이에는 프로토 타입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탈릭 부테린은 지난 2년 간 이더리움이 프라이버시, 보안, 확정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한국 내 투기적 관심, 블록체인의 가능성으로 확장되길"

중국 내에서 인민은행 주도로 전면 금지된 ICO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이더리움 역시 ICO를 통해 대중화에 성공했던 이력이 있다. 이더리움이 초기에 진행한 크라우드세일은 대표적인 ICO 성공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부테린은 "한국도 ICO나 암호화폐 관련 시장에 관심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블록체인이 단순히 투자수단인 것만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암호화폐를 운영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면 이더리움은 반대로 블록체인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로서 고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더리움이 금융, 비금융 영역에서 더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새로운 경제모델을 운영하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되는 이더리움의 기술과 철학에 대해 더 많이 알아줬으면 한다"며 "한국의 투기적 관심과 에너지가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 응용성으로 확장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월가 큰 손의 한 소리…"너무 오버한 것"

이달 초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는 사기"라며 "결국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폭발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에는 또 다시 "지금 당장은 암호화폐가 참신한 어떤 것처럼 보이고 사람들은 자신들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나 이러한 것들이 커질수록 더 많은 정부가 이들을 폐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아무 것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어떤 것은 나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그는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를 포함해 여러 곳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라며 "디지털 달러를 유통시키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부테린은 "사람들 사이에 다이먼의 발언이 지나치게 회자되고 있는 것 같다"며 "전통 금융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극단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달러화, 위안화 등을 포함한 법정화폐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는 아직까지 서로 대체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부테린 역시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여전히 법정화폐 고유의 역할이 있다"며 "암호화 화폐에 쓰인 블록체인의 경우 컴퓨터끼리 가치를 교환하는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곳에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R3 코다-하이퍼레저와는 부분적인 경쟁관계

R3컨소시엄이 공개한 금융권 전용 블록체인 플랫폼인 코다, 리눅스 재단이 주도해 IBM 등 굵직한 글로벌 IT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하이퍼레저 프로젝트와 이더리움은 경쟁관계일까?

그는 "경쟁 분야가 부분적으로는 겹칠 것으로 본다"며 "코다와 같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기업들 간에 특정 부분에서 이들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을 것이고, 이더리움은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모두에 공개된 범용 네트워크인 만큼 그 나름대로 기업 간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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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테린은 이어 "결국 여러 기업, 금융사들이 참여하는 블록체인 컨소시엄들은 퍼블릭 블록체인,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가진 강점을 같이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누구에게나 공개돼 마음대로 거래내역을 조작하지 못하도록 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프라이빗 블록체인 내에 참여 기업들이 마음대로 거래 내역을 조작하는 등 통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형태로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