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삼성전자의 중가 신제품 갤럭시A9이 공개되면서 신흥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갤럭시A9은 세계 최초로 후면에 쿼드(4개) 카메라를 탑재해 이목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글로벌 미디어와 파트너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A 갤럭시 이벤트(A Galaxy Event)’를 개최하고 갤럭시A9 신제품을 공개했다. 갤럭시A9은 다음 달부터 전 세계에 순차적으로 출격하며 가격대는 60만~70만원대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은 이날 말레이시아에서 개최한 갤럭시A7·A9 언팩 행사에서 'Reinventing Breakthrough technology(기술 혁신을 재창조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의미있는 혁신을 담은 스마트폰을 만든 우리팀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기억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지능적인 경험을 모든 고객들이 시장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하며 신제품의 카메라 기능을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라인업인 갤럭시S·노트에 앞서 중가 라인업인 갤럭시A에 신기술을 채택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아직 고가보다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높은 신흥 시장 공략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를 겪고 있지만, 신흥 시장에서는 피처폰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면서 지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신흥 시장에서도 13억 인구 대국으로 꼽히는 인도를 선점하기 위한 제조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인도 휴대폰 시장에서도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 피처폰 사용자들이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리면서 이를 빠르게 전개하기 위한 제조사들의 유인책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중저가폰인 셈이다.
중저가 스마트폰을 발판으로 성장해 온 중국 제조사들의 공세도 거세다. 지난해 4분기부터 인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중국 샤오미는 가격을 내리고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지 생산공장 규모도 키웠다. 이 경우 현지 특화 스마트폰 연구개발(R&D)과 출시기간 단축, 물류비와 관세 절감이 가능하다.
이에 삼성전자가 신흥 시장을 잡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신기술을 중가 스마트폰에 채택하면서 선두를 굳힐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전자는 신흥 국가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인도에서 지난해 4분기 샤오미에 1위를 내줬지만 지난 2분기 다시 되찾았다. 그럼에도 좁은 격차로 접전을 펼치고 있어 3분기 성적표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앞서 고동진 사장은 경쟁력 높은 갤럭시 중가 신제품으로 신흥 시장에서 1위를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춘 바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A 스마트폰 신제품에 신기술이 탑재될 것도 지난 8월부터 예고됐다.
고 사장은 "연초부터 중가대와 보급형 모델에도 필요하면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을 먼저 적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로 결정했고, 한 두 달 안에 이 전략 일환의 중가 스마트폰이 나올 것"이라며 "이 전략은 지난 2~3월에 인도에서 거래선들과 직접 간담회를 하며 요청사항을 1시간 내내 들으며 내린 결론이다. 경쟁력을 높인 제품으로 굳건한 1등 자리를 지키겠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최초 쿼드 카메라를 탑재한 갤럭시A9으로 견제구를 던졌지만 왕좌를 지키는 것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가 인도에 출시한 '포코F1'도 프리미엄 모델에 탑재되는 스냅드래곤845 칩셋, 128·256GB 대용량 메모리, 4천밀리암페어시(mAh) 배터리를 탑재하면서도 가격은 기본 모델 기준 30만원대에 책정됐기 때문이다.
갤럭시A9은 카메라 스펙상으로 우위에 있지만 비슷한 수준의 메모리와 배터리를 탑재하면서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은 스냅드래곤 660이다. 물론 포코F1은 넷플릭스 등 앱을 통해 재생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제한되고 카메라 광학식 손떨림 보정(OIS)과 방수도 지원하지 않는 취약점이 있지만 주요 스펙 마케팅과 낮은 가격에 힘 입어 인기몰이를 했다.
또 중국 제조사들과의 가격 경쟁으로 인해 신제품의 스펙 상향을 진행하면서도 가격 인상에는 한계가 있다보니 수익 확보도 어려워졌다.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 IM사업부는 지난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줄었는데, 이는 프리미엄 갤럭시노트9의 부품이 전작보다 개선됐음에도 가격은 동일하게 책정된 데 따른 영향도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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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흥 시장에서는 고가폰 수요가 낮은 만큼 중저가폰 스펙과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하다. 또 중저가 스마트폰에 신기술이 탑재되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로모니터 강정현 선임연구원은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프리미엄 기능이 그대로 탑재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선호도 역시 예전같지는 않다"며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낮아진 인기도와 길어진 스마트폰 교체주기로 인해 판매량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