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 개선에 뛰어들었다. 세계 블록체인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고, 암호화폐 발행(ICO) 허용을 포함해 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정책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주무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의원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제도 및 정책 수립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의원들은 현재 블록체인 산업이 '제도 공백' 상태에 놓였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암호화폐 투자 과열과 유사수신 행위 우려를 이유로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한다고 발표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그사이 제대로된 정책 개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무위-과방위, 정부 ICO 금지 정책 변화 촉구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정부에 ICO 입장 변화를 공식 촉구했다.
민 의원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프랑스는 하원에서 '기업성장 및 변화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켜 ICO를 공식화 했고 스위스와 싱가포르도 길을 열어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규제가 시작된 지 1년 여가 지났는데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고민해 볼 시점이 된 거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해외 ICO 사례를 조사 중이다. 취지, 효과 및 부작용을 조사 중에 있다"고 짧게 대답했다. 민 의원이 "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냐"고 묻자 최 위원장은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최 위원장이 정책 변화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자, 민 의원은 "정부가 1년여 동안 규제 아닌 규제를 하고 있는 동안 우리 블록체인 산업 경쟁력은 미국에 비해 25% 가량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의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블록체인 ABC코리아' 세미나에 참석해 "정부에서 일단 세계 각국의 ICO 실태를 조사하고 평가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11월달에 제대로된 특위 형태 소위나 법안 심사 소위를 정무위에 두는 걸 검토하고 있다"며 "국회 주무 책임 위원장으로 업계 걱정에 대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과방위 의원들도 정부의 블록체인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과방위원장 노웅래 의원은 "암호화폐 규제가 자칫 블록체인 육성 싹을 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ICO 금지로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또 "블록체인이 일자리 창출과 4차산업혁명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정무위와 과방위가 함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과방위 소속 김성수 의원도 "ICO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선도적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국회 역할론을 강조했다.
■국회 첫 ICO 허용 법안 발의...하태경 의원 "대한민국 미래 막지 말라"
올해 꾸준히 블록체인 관련 국회 세미나를 주최해 온 하태경 의원은 지난 28일 암호통화(암호화폐)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암호통화로 용어 정의 ▲금융위원회 소관 '암호통화발행심사위원회'를 설치해 승인된 ICO 허용 ▲해킹 위협으로 투자자 재산 보호 책임 강화 등이 포함됐다.
ICO 허용 법안 발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여러 의원이 법안을 준비했으나 발의까지 가지 못했다. 지금까지 국회 내에서도 ICO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원들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하 의원은 블록체인 ABC코리아 세미나에 참석해 "ICO 허용 법안을 발의하는데 10명의 국회의원을 채우지 못해 6개월이 걸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1년 동안 5명 밖에 못 채워 포기했다. 공식적으로 ICO 허용 법안은 이번에 처음 발의됐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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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의원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얼마전 벤처 업종에서 제외했는데 이는 법무부가 도박이라고 보고 있는 인식이 중소벤처부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나중에 문재인 정부가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정책을) 잘 못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막았다는 오명을 받을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