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겁습니다. 그러나 그 논란과 상관없이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4차산업혁명 시대 새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이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차원에서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찾아서'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블록체인만큼 단시간에 전세계적 관심받은 기술이 또 있을까. 그렇다 보니 블록체인 플랫폼·분산 애플리케이션(dApp·디앱) 개발부터 채굴업, 암호화폐 거래소, 전문 투자사, 액셀러레이터까지 산업 내 모든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이 된 느낌이다. 각 시장마다 수 많은 업체들이 등장해 경쟁하고 있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산업에서 여전히 미개척 '블루오션'으로 남은 시장이 있다. 바로 블록체인 개발자를 위한 서비스 분야다.
기존 앱이나 웹 개발과 비교해 블록체인 개발 환경은 열악하다. 물론 블록체인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여전히 개발자들이 날코딩(개발도구 도움을 받지 않고 일일이 코드를 다 짜는 행위)으로 기능을 구현하거나, 필요한 개발도구를 직접 만들어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 해치랩스는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만큼은 개발자들이 이런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돕겠다고 나섰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조건을 만족하면 다양한 형태의 계약이 자동으로 이행될 수 있게 하는 블록체인의 주요 기능 중 하나다. "내일 비가 오면 A가 B에게 천원을 준다"는 식의 계약을 프로그래밍화할 수 있다. 이 기능을 발전시키면 앱이나 웹에서 사용하는 복잡한 서비스도 구현할 있다.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도 드물지만, 스마트 컨트랙트만 집중적으로 파고 든 업체는 해치랩스가 국내 유일하다. 회사는 스마트 컨트랙트에 보안 취약점이 없는지 확인하는 감사(오딧)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최근 개발 툴·환경 제공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블록체인 산업 내 스마트 컨트랙트 전문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해치랩스의 김종호 대표와 김민석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만나, 이 시장 전망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두 사람은 "블록체인이 실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 스마트 컨트랙트 분야에서 풀어야할 문제가 상당하다"며 "이 영역에서 산업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치랩스, 스마트 컨트랙트 보안 감사 강자로 자리매김
해치랩스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가장 깊이 파고 들고 있는 업체다.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연구회 디사이퍼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를 오랜 기간 연구해 온 구성원들이 합심해 창업했다.
해치랩스가 먼저 사업화한 아이템은 스마트 컨트랙트 보안감사다. 김종호 대표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만들어보니 개발사가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됐다"며 "보안 감사 서비스로 시작해서 필요한 개발 환경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치랩스 보안 감사는 3단계로 이뤄진다. 첫 번째로 보안 분석 툴로 알려진 공격 패턴을 검출해 문제점을 확인한다. 두 번째로 전문인력이 직접 공격 시나리오를 예상해 보고 테스트 코드를 돌려 취약점을 확인한다. 세 번째로 같은 기능을 보다 저렴한 수수료(가스비)를 내고 구현할 수 없는지 코드 리뷰를 거친다.
이후 감사 보고서를 작성해서 고객사에 제공하면, 고객사는 이 것을 바탕으로 코드를 수정한다. 수정이 잘 되었는지 함께 리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최근 스마트 컨트랙트 보안 위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해치랩스에 사업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고객 레퍼런스도 상당히 확보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엔 캐리프로토콜, 에어블록 프로토콜이 감사 서비스를 받았고, 이더리움 기반 개발사 온더와 코인플러그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CPDAX도 고객사에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는 "올해 하반기 나온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거의 다 보안 감사를 받고 있다"며 "스마트 컨트랙트를 안전하게 잘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컨트랙트개발 툴 서비스도 시동..."블록체인계 헤로쿠(Heroku)될 것"
해치랩스는 최근 보안 감사와 함께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환경 제공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해치랩스의 사업 확대는 블록체인 산업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해치랩스 창업 초기에는 블록체인 업체들이 암호화폐 발행(ICO) 진행 단계에 있었다. ICO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보안 이슈이기 때문에 보안감사 서비스를 먼제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실제 디앱이나 서비스를 구현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는 업체들이 많다. 이들에 필요한 개발 환경과 툴 제공으로 사업을 확장할 여지가 생겼다.
김민석 COO는 "ICO업체들이 이제 실제 서비스를 구현해야 하는 단계에 왔고 기존 사업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는 업체들도 많다. 하지만 실제 구현에 상당한 장벽이 있다. 개발 프로세스를 줄어들게 해줄 수 있는 기술을 갖춘 업체는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 사업 기회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해치랩스는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 배포를 쉽게 하는 도구와 블록체인과 프론트엔드 간 서비스 연결을 쉽게 해주는 도구를 제공한다.
여기에 최근엔 업그레이드 가능한 스마트 컨트랙트 구현 방법도 도구화해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 자체는 업그레이드 할 수 없지만, 그위에 올린 비즈니스 로직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트릭을 제공한다. 여기에 쉽게 배포할 수 있는 툴을 붙여서 2.0 버전까지 출시했다.
이런 개발환경과 툴은 이더리움을 포함해 이더리움버추얼머신(EVM)을 사용하는 메잇넷에서 이용할 수 있다.
김종호 대표는 해치랩스의 서비스가 블록체인계 헤로쿠(heroku)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헤로쿠는 개발한 웹 사이트를 쉽게 배포할 수 있게 해주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0년 클라우드 SW업체 세일즈포스가 2억1천2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해치랩스는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록, 블록체인 기술 업체에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치랩스는 퍼블릭(공개형) 블록체인뿐 아니라 일부 허가된 기업끼리 네트워크를 구성한 컨소시엄(허가형) 블록체인도 사업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더리움을 컨소시엄 블록체인에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 툴 시장이 컨소시엄 영역에서 빠르게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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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최근엔 실제 작동하는 사용사례를 만들어 보자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며 컨소시엄 블록체인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이 먼저 나오면 이후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확장성 문제가 해결됐을 때 바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개발 환경에 대한 지원이 없으면 실제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 팀들도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점점 해치랩스 같은 기업도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