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서버 프로세서 시장은 한동안 인텔의 독무대였다. 유닉스 시대의 종결 후 본격화된 x86 프로세서 시대에 인텔의 유일한 경쟁상대를 자처했던 AMD가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작년 AMD의 에픽(EPYC) 프로세서 출시를 계기로 x86 서버 시장에 변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얼마전 에픽 프로세서 출시 1주년을 맞은 AMD는 내년 7나노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프로세서 출시를 예고하며 본격적인 서버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스콧 에일러 AMD 데이터센터 및 임베디드 솔루션 비즈니스그룹 부사장은 ‘클라우드 서비스, 고성능컴퓨팅(HPC), 서버 가상화’ 등의 분야를 집중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전체 서버 시장의 55%를 차지하는 서버 가상화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초 소프트웨어 기술지원이 종료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서버2008의 교체수요가 상당할 것이란 예상에 따른 것이다.
AMD는 에픽 프로세서를 통해 CPU의 코어 집적도를 높이고, 싱글소켓의 멀티스레드를 대폭 늘렸다. 동일 가격에서 인텔 대비 더 적은 소켓으로 더 많은 워크로드를 빠르게 처리한다고 AMD는 설명한다.
사실 에픽 이전 AMD의 프로세서는 상용 서버 제조 파트너의 지원사격을 거의 받지 못했다. 대형 서버회사는 인텔 탑재 제품을 내놓기 바빴고, AMD 장착 제품을 사실상 단종시켰다. 그러다 에픽 출시 후 50여개의 서버회사가 AMD 에픽 탑재 제품을 출시했다. 텐센트, 바이두,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AMD 기반 인스턴스를 선보였다. 서버 제조사 외에 스토리지, 네트워킹 등 기타 데이터센터 장비 분야 파트너도 증가추세다.
스콧 에일러 부사장은 “에픽의 주요 고객층은 첫째로 엔터프라이즈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제공회사, 웹 서비스 회사 등이고, 둘째는 기업체 엔지니어링 HPC 분야이며, 셋째는 가상화와 클라우드 분야”라며 “가상화와 클라우드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에픽의 높은 코어 집적도를 통해 가상화의 경제적 논리 자체를 바꿔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일러 부사장은 “한국은 웹기술회사가 많은 혁신을 이뤄내고 있고, 한국의 자동차 및 반도체 회사도 HPC를 다수 활용하고 있으며, 프라이빗 및 퍼블릭 클라우드도 아주 빨리 움직이고 있다”며 “이런 모멘텀을 생각하면 한국에 에픽의 기회가 많을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2022년까지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 규모는 1천400억달러로 추정된다. IDC는 향후 12개월 내 가상화 환경에서 쓰이는 2소켓 서버 10대 중 6대가 교체 대상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약650만대 서버 규모이며, 전체 서버 지출액 가운데 440억달러에 해당한다.
그는 “윈도서버2008을 비롯해 여러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엔드오브라이프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며 “점점 성능과 가용성은 떨어지고, 라이선싱 비용과 유료 기술지원 비용은 높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업그레이드가 대거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은 새 IT 아키텍처에서 충분치 않은 코어, 보안 취약점, 부족한 IO 용량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며 “특히 확장성의 문제가 큰데, 에픽은 32 멀티스레드 코어를 제공하고, 네이티브 하드웨어 암호화 기반의 멀티테넌시와, 128 PCIe 레인을 제공해 강력한 대안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AMD 에픽의 강점을 살려 기업 교체수요를 파고 들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매력을 어필했다.
그는 “경쟁사 대비 TCO를 45% 줄이고. 라이선스 비용도 64% 줄이면서, 가상머신 집적도는 2.8배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안 문제에서도 경쟁사보다 앞서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펙터 버그에 빨리 대응했고, 멜트다운을 비롯한 여타 취약점에선 안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안 문제도 서버 교체 업그레이드의 주요 이유”라며 “고객은 시스템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성능을 줄여 보안을 높이든지, 안전하면서도 성능 높은 시스템을 유지하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콧 에일러 부사장은 에픽 이전 서버시장의 기술 발전 정체를 꼬집었다.
그는 “에픽 출시 전까지 CPU 기술 발전이 아주 조금씩 좋아지는 양상을 보였다”며 “경쟁사는 기술 자체의 성장은 늦추면서 코어 밀도만 조금씩 높이고, 가격이 껑충 뛰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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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반면, IT조직은 컨테이너, 대규모 가상화, 클라우드 등을 하드웨어에서 완전히 뒷받침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큐리티 측면에서도 올해 스펙터, 멜트다운 같은 근본적인 취약성이 높아졌고, RoI와 투자에 한계를 겪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7나노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프로세서를 예정대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시제품을 주요고객사와 OEM, 클라우드서비스업체에 제공해 테스트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