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필수" vs "산업발전 도움 안돼"

[이슈진단+] 3D프린팅 대기업 참여제한 논란(上)

디지털경제입력 :2018/09/27 11:12    수정: 2018/09/27 17:13

한국 3D 프린팅 산업이 어렵습니다. 그만큼 산업 경쟁력 강화와 발전을 위한 업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습니다. 궁리 끝에 3D 프린터를 중소기업 판로 지원이 필요한 품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제기되면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가 업계의 상생과 성장 고민을 2회에 걸쳐 담아봤습니다. [편집자주]

3D 프린터를 중소기업 판로 지원이 필요한 품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관련 업계가 찬반 양측으로 갈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찬성 측은 국내 3D프린팅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일정 기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은 세계적으로 3D프린팅 시장 선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대기업의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규제에 집중한다면 투자나 기술 개발 유인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국내 3D프린팅 산업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로 꼽히는 3D 프린팅 육성 방향을 두고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공은 이달 말부터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로 넘어간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에서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공청회와 조정회의 3차에 걸쳐 열었지만 유의미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3D프린터를 중소기업 판로 지원이 필요한 품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내 3D프린팅업계가 찬반 측으로 갈려 공방을 벌이고 있다.(사진=픽사베이)

■ “영세한 국내 업체, 지원 있어야 성장”

3D 프린팅의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 논란은 한국전자산업협동조합과 국내 일부 중소기업이 지난 6월 처음으로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에 ‘2019년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대상으로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은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중 판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품목에 대해 3년간 대기업의 공공 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다.

한국전자산업협동조합과 센트롤, 캐리마, 3D코리아 등이 포함된 찬성 측은 공공시장에서 만큼은 규모가 영세한 국내 3D 프린팅기업의 3D 프린터를 구매해 사업 기회를 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찬성 측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3D 프린팅 산업을 키우겠다고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 중소기업들을 제대로 지원해준 적은 없다”며 “국내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정부나 대기업 투자 없이 3D 프린팅을 기회를 보고 열심히 기술을 개발하며 시장을 키워 왔는데 이런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국내 3D 프린팅 산업을 키운다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기간경쟁제품 지정은 중견기업, 해외 업체들의 진입을 원천 차단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3년 동안만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공공 부문에서 어느 정도 수익이 보장되면 이를 이용해 기술 개발이나 판로 확대 등에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D 프린팅서비스협회를 비롯해 국내 중견기업 신도리코, 해외장비 유통사업을 영위하는 한국기술, 해외사 3D시스템즈, 스트라타시스 등은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이 국내 3D 프린팅 산업 육성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기중앙회에 반대 의견을 냈다.

아직 국내 3D 프린팅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시장 참여 자격을 중소기업에만 준다면 가격 후려치기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공공시장 성장이 저해되고 대기업이 참여해 기술 개발하고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질 것이란 비판이다. 이미 국내 교육용 공공시장은 대부분 국내 제품만 구입하고 있으며 연구용 공공시장은 국내 중소기업 기술력으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제품을 요구한다는 점도 찬성 측 주장의 맹점으로 지적했다.

신도리코 관계자는 “당사가 (2016년) 공공시장에 들어간 후 시장 규모가 2015년 95억원에서 지난해 195억원까지 커졌다. 올 2분기에만 92억원 수준”이라며 “현재 공공시장에서는 우수한 제품과 신속한 유지보수 등이 가능한 당사를 포함해 일부 국내 중견기업 제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3D 프린팅 분야가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결국 그 시장을 더 작은 기업들끼리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시장 성장 가능성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해외사 관계자는 “사실 교육용 공공시장은 크게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다보니 이미 한국기업의 플라스틱 기반의 3D 프린터를 주로 구매하고 있다”며 “그러나 연구용 3D 프린터는 다양한 프린터 방식과 높은 기술 수준이 필요하며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력으로는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 쿼터제 비율 높이고, 일부 프린칭 방식 제외로 공감대 형성

지난 10일 중기중앙회에서 진행한 마지막 조정회의에서 찬반 측이 완전히 합의를 이루진 못했지만 쿼터제 비율과 국내사는 거의 생산하지 않는 일부 프린터 방식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찬성 측의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신청 초안은 모든 방식의 3D 프린터를 중기간경쟁제품 대상으로 지정하되 당해연도 공공수요액 25% 내에선 중견기업과 대기업, 해외사들도 입찰에 들어올 수 있다는 내용으로 작성됐다. 그러다 3차 조정회의에서 쿼터제 비율은 40%까지 확대됐다.

반대 측은 쿼터제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쿼터제 비율을 75%까지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지만 결국 40%선으로 마무리됐다. 한국전자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찬성 측에서는 최대한 양보할 수 있는 만큼 물러서 당초 25%에서 쿼터제 비율이 상당히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찬성 측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부가 과거 지역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지방은행에 기술 대출의 몇 퍼센트 이상은 같은 지역 중소기업에 내줘야 한다는 쿼터제를 적용한 바 있다”며 “이미 그런 경험을 한 적 있으니 이번에도 국내 3D 프린팅 산업을 살리기 위해 같은 전략을 취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 대상에서 제외된 3D 프린팅 방식은 국내 업체들은 현재 생산하지 못하고 있거나 거의 생산하는 곳이 없는 MJ(Material Jetting)와 바인더젯(Binder jetting), SL(Sheet lamination) 방식 등이다.

MJ는 용액 형태의 소재를 분사하면서 토출시키고 자외선 등으로 굳혀 쌓는 방식이다. 바인더젯은 분말 형태 소재 위에 액체 접착제를 분사시켜 분말을 결합해 적층, SL는 얇은 필름 형태의 종이나 박판 수지, 금속을 열, 접착제 등으로 붙여가며 제품 형태를 만든다.

일부 찬성 측 기업은 해당 3D 프린팅 방식을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아쉬움을 표했다. 향후 국내 업체들도 해당 방식 프린터를 적극 개발할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센트롤은 자체 개발한 주조용 바인더젯 3D 프린터를 국내와 일본에 판매한 바 있다. 현재 금속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금속 바인더젯 3D 프린터도 개발 중이다.

3D 프린팅 업계 관계자는 “국내서도 앞으로 제조산업 현장에서 쓰이게 될 금속이나 주조용 프린터를 개발하지 않으면 3D시스템즈나 GE Additive, 스트라타시스 등 해외사들에 끌려다니게 될 것”이라며 “국내 중소기업이 해당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3D프린팅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여부는 중기부가 연말까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협의해 결론내리게 된다.(사진=뉴스1)

■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중기부가 사안 검토

3D 프린팅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 여부는 중기부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정부부처와 협의해 올해 연말까지 결론을 내린다. 중기중앙회는 그동안 조정회의에서 나온 내용들을 정리해 중기부로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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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는 찬반 조정회의가 끝난 만큼 추가적인 의견을 서면으로 받아 정리해 3D 프린터가 대상으로 포함된 ‘2019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추천 예고’ 서류와 함께 이번 주 안으로 관련 의견을 제출할 계획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지난 11일 중소기업공공구매종합정보에 업데이트된 '2019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추천 예고 서류를 올렸다”며 “중기부에 해당 서류를 전달하면 이후부터는 중기부 소관이다. 서류는 말 그대로 ‘추천 예고’ 대상들을 담은 것이며 실제로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에 들어갈 대상을 고르는 것은 중기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