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정부, 토큰이코노미 본질 주목해야"

[블록체인서울2018] "네거티브규제 적용해야"

컴퓨팅입력 :2018/09/18 14:26    수정: 2018/09/18 20:26

특별취재팀 기자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적 규제 방식 때문에 국내 암호화폐 산업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났다. 스캠이란 사기성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범람하고, 국제 거래에 비해 국내 가격이 높아지는 김치 프리미엄도 형성됐다. 본질을 보지 않고 그 현상만 인위적으로 규제하려 했던 불확실성의 필연적 결과다. 원천적 허용, 예외적 금지를 규정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최초로 도입할 수 있는 영역이 블록체인이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블록체인 서울 2018’ 둘째날 행사인 ‘B7 서밋’ 기조연설에서 정부의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정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원 지사는 “투기광풍을 불러일으킨 거래 현상만 볼 게 아니라 토큰 이코노미란 새로운 경제 모델이 모든 영역에서 기존 산업과 비즈니스를 대체하면서 일어나는 그 현상, 그 흐름의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며 “대응은 커녕 대응하려는 노력에 대해 붉은 깃발을 올리는 게 현 한국 정부의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8일 블록체인서울2018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모래판을 제공하듯, 샌드박스형 블록체인 가이드라인과 규제모델 제시가 필요하고, 그 적임지가 제주도”라고 덧붙였다.

'붉은 깃발'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인터넷은행 규제 개선을 언급하며 한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1865년 영국에서 통과된 ‘붉은 깃발법’은 마차 산업 보호를 위해 자동차의 속도를 3km 미만으로 제한하고, 차량 50m 앞에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자동차의 통행을 알린다는 법이다. 낡은 규제의 상징으로 통한다.

원 지사는 지난 6월 지방선거 때도 블록체인 특구를 공약으로 내걸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의 활성화를 강조한 바 있다. '제주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에 블록체인산업 성장 촉진 소위원회를 설립했고, 7~8월 블록체인 산업계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시장에서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고, 블록체인 산업의 급성장은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에 혁신 성장의 절호의 기회”라며 “그러나 한국의 경우 작년 9월 ICO를 전면금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블록체인 산업을 지원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가 퍼블릭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갖는 본질적인 역할과 기능을 생각할 때 이런 접근 방식은 블록체인 산업 전반을 육성하는 게 아니라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나, 블록체인 기반의 일부 응용프로그램에 한정될 것”이라며 “ICO는 다양한 방식과 유형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모든 유형을 미리 앞질러 전부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유감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정부가 모든 유형의 ICO 를 금지하겠다고 공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도 명확지 않다”며 “규제 대상, 금지 영역 자체가 계속 진화 발전하고, 그 본질적으로 금지할 내용이 없기 때문에 ICO 금지와 처벌에 대한 후속 입법도 못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를 특구로 지정해 네거티브 규제 기반의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제주도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검증해 국가 차원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는 “명확하고 예측가능한 규제와 가이드라인 설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전면적 금지는 합리적 규제와 가이드라인 제시조차 못한다”며 “이에 국내 블록체인 기술자와 비즈니스, 산업계가 다른나라로 이동하며 규제 순응에 따른 국제적 규제 차익 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위스, 에스토니아, 싱가포르는 블록체인 법인이 대거 설립되고, 이에 대한 지적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의 투기와 자본세탁, 범죄악용 문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본질에서 나온게 아니라 이를 유통하고, 시장 진입시키는 과정에서 나오는 규제 실패”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의 여러 조건을 제시하며 블록체인 허브 도시로서 잠재력을 부각시켰다.

원지사는 또 “제주는 국제 자유도시로서 우수한 해외 자본과 인력을 유치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라며 “블록체인 허브 도시 조성을 위해 국제시장을 선도할 수준의 암호화폐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이를 준수하는 국내외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블록체인 특구는 모든 규제를 풀어 모든 유형을 감수한다는 게 아니라,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블록체인 기업 영역 넓히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규제 개혁 없이 가능하면서 선도적인 사업을 진행하며 초기 시장을 형성하고, 별도 트랙으로 암호화폐의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거래소 자금세탁 방지, 지갑 관리, 보안 규정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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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지사는 제주도의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로 제주 흑돼지 유전자와 품질인증 체계 관리 시스템 구축, 관광객 부가가치세 환급, 저탄소 교통 환경 구축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국내외 산업계는 물론, 국제적으로 앞서가는 국가 및 도시 간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여러 국가, 도시와 협력뿐 아니라 정부, 부처와 제가 앞장서서 협의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