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성 티몬 의장이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결제 서비스 시장에 도전한다. 그가 지난 4월 공동창업한 테라는 최근 바이낸스 캐피탈, 두나무앤파트너스, FBG, 해시드를 포함한 주요 투자 펀드에서 360억원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블록체인 플랫폼(메인넷) 개발 프로젝트가 아닌데 이 정도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경우는 흔치 않은 사례다.
최근 만난 신 대표는 테라가 주목 받는 이유에 대해 "실생활에 가치를 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이제 블록체인 업계가 "실제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쓰이지 않으면 지금 200조~300조 규모의 블록체인 경제가 다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신 대표는 오는 17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블록체인 서울 2018'(☞링크) 기조 연설자로 무대에 올라 이같은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테라는 실생활에 쓰이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먼저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을 없애고, 탄탄한 고투마켓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 가격변동성 없는 스테이블 코인(가격이 안정화된 암호화폐)을 만들었다. 또, 블록체인 결제 시스템이 실제 이커머스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도록 이미 티몬, 배달의 민족, 캐러셀(동남아 중고거래 사이트) 등 15개 업체와 연합체계(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수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나왔고, 수 천종에 암호화폐가 등장했지만 지금 실생활에서 쓰이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테라가 눈에 띄는 이유다.
그는 "지금 가장 많이 쓰이는 댑(dApp.분산애플리케이션)의 하루 사용자가 200~300명 수준이다. 결국 아무도 안 쓴다는 얘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시장이 실제 고객에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현성 대표와 일문일답을 재구성했다.
-블록체인 업계에 뛰어든 계기가 있나?
"블록체인은 굉장히 다양한 주제가 모이는 토픽이다. 기술, 경제, 경영이 다 모여있다. 티몬이라는 테크 회사를 해왔던, 경제학 전공의 경영자인 나로서, 관심이 갔다. 또, 블록체인이 근본적으로 글로벌한 기술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티몬을 창업하고 작년까지 키우는 데 있어서, 기대했던 성장 그 이상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한국에서만 사업한다는 점이 아쉽기도 했다."
-테라는 어떤 블록체인 프로젝트인가?
"우리는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많이 쓰이려면 우선 가격 변동성을 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투기 하는 사람한테는 가격이 변동하는게 재미있지만 실생활에 쓰기에는 혼란스럽다. 그래서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다음 이 스테이블 코인을 소비자들이 써야하는 명확한 혜택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봤다.
우리는 그래서 이커머스 연합을 만들었다. 티몬, 배달의민족, 캐러셀(동남아 중고거래서이트) 등 15 개이커머스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고객들에게 스테이블 코인으로 결제하면 혜택을 주는 메카니즘을 만들었다."
-사용자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 것인가?
"간단하게 설명하면, 비트코인은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오르게 되어 있다. 비트코인의 수요가 늘어나서 가격이 오를 때, 여기서 이득을 얻는 사람은 처음 싸게 산 사람들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테이블 코인이니까, 가격이 오르지 않게 수요가 몰리면 통화량을 더 늘린다. 증가된 통화량을 소비자 혜택으로 돌려주는 구조다. 테라는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통화량이 증대된다. 늘어난 통화량을 결제하는 고객들에게 할인 혜택으로 돌려 줄 수 있다."
-이런 방식은 독창적인 것인가? 아니면 스테이블 코인의 일반적인 작동 방식인가?
"우리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다. 지금까지 나온 스테이블 코인은 그냥 현금을 보유해 놓고, 코인의 가격을 연동시키는 방식이다. 정부가 수십년 전에 한 것처럼 금을 쌓아 두고 화폐를 만드는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고객에 줄 수 있는 혜택이 하나도 없다.
우리는 테라와 루나라는 두 가지 토큰을 만들었다. 테라가 결제될 때마다, 결제 수수료를 루나 홀더들에게 지불한다. 대신 루나는 담보물 역할을 해준다. 그래서 테라 가격이 오를 경우에는 통화량을 늘리면되고, 테라 가격이 떨어질 경우 루나의 가치를 빌려서 테라를 사들이고 소각시키는 방식을 쓴다."
-수수료는 누가 부담하나?
"커머스 업체가 부담한다. 0.2~0.5% 정도 과금할 계획이다. 수수료 과금이 큰 이슈가 아닌게, 이미 전자 상거래 업체들은 2~3% 수수료를 PG사에 내고 있다.
수수료는 루나를 홀더들한테 주는 것이다. 루나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결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없나?
"인플레이션은 수요가 똑같은 상황에서 통화량을 늘렸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는 수요가 늘어난 만큼만 통화량을 늘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
나라 경제가 급성장할 때 돈을 찍어 내는 게 자연스러운 정책인데, GDP 성장보다 통화를 더 찍으니까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선 수요자들이 결제하고 동참하는 것이 GDP다. GDP가 성장하는 만큼만 통화를 찍어내니까,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고, 가격도 고정된다. 이것이 우리 시스템의 핵심이다."
-테라가 400억 가까이 투자를 받았다. 댑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상당한 규모다. 비결이 뭐라고 보나
"스테이블 코인 메카니즘을 짜는 게 굉장히 난이도 높은 문제다. 단순하게 현금을 쥐고,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모델로 가면 사람들이 이것을 써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고객들에게 혜택을 줄 수 없다.
그런데 고객들에게 혜택을 많이 주려고 할 수록, 담보물을 잘 설정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우리 백서에 들어가 있는 메카니즘이 스테이블 코인 디자인 중에 손꼽히게 우수하다는 점을 인정 받았다고 본다.
또, 지금 실생활에서 쓰이는 코인이 하나도 없는 상황인데, 테라는 고투마켓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우리는 '어떻게 고객이 쓰게 할 것인가'가 확실했다.
이미 15개 회사와 얼라이언스를 만들었다. 이들 업체의 고객을 다 합치면 4천500만 명 정도 된다. 한국 인구에 가까운 숫자다. 이런 부분도 인정 받은 것 같다."
-결제 서비스라면 처리 속도도 빨라야 할 것 같은데...메인넷은 어디와 함께 할 생각인가.
"우리는 플랫폼 경쟁에서 누가 이길지 아직 모르니, 모든 플랫폼에 올라갈 수 있는 테라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크로스 체인 메카니즘을 만들었다. 더 빠르고 더 확장성 있는 체인을 우리가 뛰어들어서 만드는 건 인재 낭비 같다.
다만, 메인넷에 의존하면 안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블록체인에서 결제를 빨리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테라 자체에 적용했다. 마이크로 레이든이라는 기술이 있는데, 결제를 천개든 만개든 한 덩어리로 모아서 블록체인에 밀어 넣는 기술이다."
-암호화폐로 결제하는데, 제도적으로 문제는 없나?
"암호화폐를 이용한 결제를 못하게 하는 법은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더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장치를 마련했다. 이커머스 상에서는 테라 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것은 암호화폐가 아니다.
그리고 테라 포인트 뒤에 암호화폐 경제가 돌아가는 2단계 구조를 만들었다. 거래소에서 테라 코인을 사서 이커머스로 들고 오면, 테라 포인트로 바꿔서 쓸 수 있다. 그런데 반대로 테라 포인트를 코인으로 바꿔서 트레이딩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막을 것이다.
테라 코인으로 이커머스에서도 물건을 사게 하면 가장 좋은데, 법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런 방식을 쓰려고 한다."
-테라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테라는 결국에 알리페이와 비슷한 길을 가고 싶다. 알리페이는 결제를 먼저 제공하고 은행 기능, 대출 기능을 추가해서 앤트파이낸셜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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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에서 쓰이는 '테라'는 시작일 뿐이다. 고객이 많이 모인 후에는 블록체인 상에서 대출, 보험, 송금 등을 다 구현해서, 블록체인 경제의 금융 인프라를 제공하는 게 궁극의 목표다.
우선 올해 안에 결제 서비스도 내놓고, 거래소에서 거래 되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