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VR(가상현실) 헤드셋 보급이 급격히 더뎌지고 있다. IDC 등 시장조사업체는 꾸준히 지적되던 콘텐츠 부족 이외에 콘텐츠 몰입도 향상을 과제로 꼽는다.돌비와 엑스페리(DTS), 소닉티어 등 국내외 기업들도 시각과 청각의 연동을 실현할 수 있는 각종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를 보완할 기술도 마련된 상태다.그러나 VR 콘텐츠 제작 초기 단계부터 영상과 음향의 일체화를 염두에 두는 업체는 드물다. 관련 업계는 전문 인력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 "콘텐츠 부족이 VR 헤드셋 성장 막는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세계 VR(가상현실) 헤드셋 출하량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33% 가량 줄어들었다.
특히 오큘러스 리프트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 등 PC 연결형 헤드셋은 각각 10만 2천대, 9만 3천대 출하되는 데 그쳤다. IDC는 이들 업체가 지난 해 같은 기간 실시한 가격 인하의 동력이 모두 떨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IDC는 올 3분기 오큘러스 고와 HTC 바이브 프로 등 신제품이 대거 등장하면서 실적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VR 콘텐츠 부족이 이어지고 있지만 교육이나 상업적 용도로 VR 헤드셋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고 분석했다.
■ 시각과 청각의 괴리감 좁히지 못한 현행 콘텐츠
콘텐츠 부족 이외에 VR 헤드셋이 안고 있는 또다른 문제는 바로 음향의 현실성이다.
최근 2~3년간 디스플레이는 LCD에서 OLED로 진화하며 명암비를 끌어올렸고 해상도도 2K 수준까지 향상됐다. 그러나 음향은 여전히 2채널(스테레오)에 머물러 있다.
음향이 2채널에서 맴돌면서 생기는 문제는 바로 시각과 청각의 괴리감이다. 예를 들어, 화면 앞쪽에서 소리가 들리는 장면에서 고개를 돌리면 왼쪽 소리는 상대적으로 작게, 오른쪽 소리는 상대적으로 크게 들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VR 콘텐츠는 음향효과의 디테일까지 살려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영상과 음향의 일체화 실현한 두 가지 기술
6일 코리아 VR 페스티벌 부대행사로 서울 상암 누리꿈스퀘어에서 진행된 글로벌 기술 컨퍼런스에 연사로 나선 소닉티어 박승민 특허장은 이런 문제에 대한 두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박승민 특허장에 따르면 첫 번째 방법은 기존 방식대로 5.1채널이나 7.1채널을 이용하는 바이노럴 방식, 두 번째 방법은 소리 하나하나마다 위치정보를 담아 기기 환경에 맞게 재생하는 앰비소닉 방식이다.
바이노럴 방식은 주로 영상 콘텐츠에서 쓰이는 방식이다. 2채널, 5.1채널, 7.1채널 등 과거 모든 방식과 호환되며 극단적으로 호환성을 추구할 경우 2채널로 결과물을 미리 생성할 수 있다. 그러나 채널 수가 극단적으로 많아지면 강력한 프로세서를 필요로 한다.
앰비소닉 방식은 유니티나 언리얼 등 게임 엔진에 주로 쓰인다. 소리를 내는 물체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보다 정밀한 음향을 들려줄 수 있지만 이를 제작하거나 재생할 때 모두 전용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 관련 업계 "기술은 있어도 활용할 인력이 없다"
이처럼 영상과 음향의 불일치를 개선할 기술은 모두 개발되어 있다. 그러나 VR/AR 콘텐츠 개발 당시부터 영상과 음향의 일체화를 염두에 둔 개발 업체가 적다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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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콘텐츠 구성과 영상, 플롯에는 많은 신경을 쓰지만 기획 단계부터 음향을 신경쓰는 경우는 적다. 이미 콘텐츠가 완성된 상태에서 음향을 보강하는 것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현재 영상 편집이나 3D 관련 인력 수급은 어려움이 덜하지만 음향, 특히 다채널 입체음향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며 인력 부족을 그 원인으로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