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9단'이 암호화폐 채굴에 뛰어들은 사연은?

[인터뷰] 희망해시 최성훈 대표

인터넷입력 :2018/08/31 14:38    수정: 2018/09/03 14:33

여주와 밀싹, 그래비올라 등 생소한 농작물을 재배하고 상품화했던 '살림9단'이 암호화폐 채굴(Mining, 마이닝)에 뛰어들었다. 농사와 채굴, 둘다 삽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농업과 암호화폐 채굴은 거리감이 있다. 다양한 농작물을 소개했던 그는 어떻게 하다 암호화폐의 세계에 발을 디뎠을까. 클라우드 마이닝 사업을 전개 중인 '희망해시'의 최성훈 대표를 최근 경기도 성남시 희망해시 사무실에서 만났다.

■ 암호화폐 채굴은 처음이지?

희망해시의 최성훈 대표는 젊은 시절 케이티하이텔(KTH)에서 근무했다며 운을 뗐다.

최 대표는 "IT관련 업무를 오래했다. KTH에 다니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갔다"며 "부모님이 165헥타르(약 50만평) 규모로 크게 농사를 짓고 계신다. KTH에서 했던 업무를 살려 해외 유명 작물, 정부 연구소에서 연구 중인 작물 정보를 보고 홍보도하고 신농업인으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가 소개한 신작물들은 방송을 통해 유명세를 탔으며, 최 대표는 이를 이용해 농작물을 환(丸) 형태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최성훈 대표는 "블로그에 이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재미는 수입상들이 봤다. 유통망을 갖고 있지 않다 보니 벌어진 일이었다"면서 "이종사촌으로부터 '비트코인을 아냐, 같이 해보자'라는 권유를 받아 암호화폐 채굴사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커뮤니티인 '클리앙'에 비트코인이 처음 소개됐을 때만해도 '사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세월이 지나다보니 탈중앙화가 가능한 형태로 이뤄질 것이란 가능성을 봤다. 결국 작년 6월 암호화폐 채굴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해 7월에 채굴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희망해시 법인은 홍콩에 등록돼 있다. 이 이유에 대해 최 대표는 "세금때문"이라면서 "법인을 여러군데 만들어 마이닝센터가 위치한 나라의 정치적인 리스크를 분산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희망해시 국내 채굴센터의 전경.(사진=희망해시)
희망해시의 국내 채굴센터.(사진=희망해시)

최성훈 대표에 따르면 채굴 사업은 녹록치 않았다. 그래픽카드(GPU)로 채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가격이 작년 3분기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 최 대표는 "사업 구상을 다시 하게 됐다. GPU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방향을 구상했다"고 털어놨다.

■ 중국 채굴장 견학…비트메인에 직접 사업기획서 제출

사업을 재구상을 위해 최성훈 대표는 지난해 중국에서 운영 중인 채굴장을 직접 견학을 갔다. 그 때 우연히 만난 채굴장 사장이 해준 얘기가 최 대표의 사업 목표를 확실하게 정립해줬다. 그는 "채굴장 사장이 내게 해준 말이 '마이닝으로 황금을 채굴하는 시대는 3년 전에 끝났다. 채굴을 할 때 철을 채굴한다고 생각해라' 였다. 규모의 경제로 가야겠다고 판단했다"며 "중국의 비트메인 본사에 찾아간 계기다"고 말했다.

채굴기계로 유명한 중국의 비트메인에 수많은 메일을 보내고, 사업계획서까지 보낸 끝에 중국 담당자와 어렵게 연결이 닿았다. 비트메인을 사고, 국내에 팔 수 있는 권한을 받게 된 것도 이 시기다.

최성훈 대표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채굴기를 돌릴 곳이 국내에 없었다"며 "해외의 전기요금이 저렴한 곳 이런 곳을 찾게 됐다. 러시아에 채굴장이 있으며, 조만간 또다른 해외 사업장 역시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클라우드 마이닝 본격 시작, 도의적 책임 지고 싶었다

희망해시의 최성훈 대표.(사진=희망해시)

희망해시는 현재 채굴기의 컴퓨팅 파워를 실측해, 이를 해시로 전환해 희망해시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바꿔주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클라우드 마이닝 사업에 대해 최성훈 대표는 "국내 전기요금이 싼 편이 아니다. 그렇지만 채굴기는 꺼지면 바로 손해가 난다"며 "작년말 채굴 붐이 일었을 때 채굴기를 판매한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싶었다. 일찍 구매한 사람은 채굴기 구매비 등 원금 회수를 했겠지만 나중에 구매한 사람은 원금 회수를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결국 전기요금이 저렴한 곳에 마이닝센터(채굴장)을 열었으니, 그곳에 채굴기를 보내고 관리비용을 제외한 적합한 수익을 주자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최성훈 대표는 "이미 5천대 가량이 해외 마이닝센터로 가는 중이고 오는 9월 20일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된다. 전기요금이 6센트 정도인 곳이다. 조금씩이라도 수익을 내면서 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돕는 상태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채굴기 역시 기계인만큼 해외로 보내지더라도 관리와 고장의 문제가 남는다고 했다. 그가 고안한 것은 '인공지능'이다.

최 대표는 "고장률을 0.5% 정도로 잡고 있다. 고장이 난다는 것은 채굴기의 칩들이 어떤 이유로 꺼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를 깨워주고 교체해야 한다. 채굴이 멈추면 바로 손실로 이어진다. 칩이 언제쯤 꺼지는지, 재부팅을 언제 해줘야 하는지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알려주는데 이를 토대로 기계가 멈추지 않도록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 폰지 사기 여부, 어떻게 판별하나

최성훈 대표는 일부 클라우드 마이닝 업체와 폰지 사기가 연루돼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채굴에 투자하길 원하는 고객에게 말한다. 너무 큰 수익을 기대하지 말라고 말이다"며 "마이닝 업계를 고수익으로 접근하면 폰지 사기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은행이 주는 예금 이자를 상회하는 수익 정도를 기대하고 업계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이어 "마이닝 수익이라는 것은 모든 게 공개돼 있다. 얼마를 투입하면 수익이 나온다는게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다. 지식을 갖추고 접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데 미래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최성훈 대표는 "전기요금만 저렴하면 채굴기에서 죽을 때까지 고정 수익이 나온다.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하더라도 고정 비용을 줄이면 수익은 조금씩이나마 장기적으로 나온다"며 "은행이나 헤지펀드에서도 마이닝 업체를 눈여겨 본다. 비트코인 시세가 급락한 연초에도 1만~10만대의 채굴기를 돌렸을 때 은행의 예금이자보다 더 많은 수익이 나온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씩 수익을 내야 하는 펀드 등은 이 구조를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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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그는 희망해시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이루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최성훈 대표는 "발전소를 사는게 현재의 목표다. 개발도상국의 수력발전소를 지분을 크게 매입을 해서 버려지는 초과분의 전기를 채굴기에 사용하고 싶다"면서 "또 채굴 수익으로 전기료를 낮춰 해당국 국민에게 도움을 주는 것. 그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