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베를린)=김승민 기자] “유럽 프리미엄 생활가전 시장은 밀레, 보쉬 등 역사가 긴 기존 브랜드들이 매우 강해 삼성전자가 1등 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꾸준히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만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 사장은 3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IFA 2018 개막에 앞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유럽시장 생활가전 사업 전략에 대해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는 유럽 프리미엄 생활가전 시장에서 선두기업이 되기 위해 새로운 제품을 지속 출시 중이다. 김 사장은 “세탁 시간을 절반 정도로 줄여주는 퀵드라이브를 유럽에 내놓고 밀레와 치열하게 경쟁 중이며 여러 나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자사 세탁기, 냉장고 등이 여러 나라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프리미엄 시장을 하나둘씩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영향력을 키우는 또 다른 전략은 빌트인 프리미엄 주방 가전 출시다. 특히 유럽은 생활가전의 약 43%를 빌트인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명 가구사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 중이다. 이미 미국에선 3년 전부터 ‘데이코’ 브랜드를 앞세워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다져가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새로운 빌트인 제품 출시도 준비 중이다.
김 사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무시할 수 없는 또 다른 시장이 바로 빌트인 주방 가전이다. 미국은 빌트인 주방 가전 시장을 디자이너들이 좌우했다면 유럽은 가구사들이 주도한다”며 “제품을 잘 만들어도 가구와 맞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 한다.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 대해 아직 배우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떠오르는 핵심 소비자층 ‘밀레니얼 세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삼성전자 제품 70% 정도의 고객이며 앞으로도 주요 고객으로 이어지는 만큼 이들 수요에 맞는 제품 개발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내부엔 밀레니얼 세대들이 추구할 만한 가치를 연구하는 조직도 따로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조직은 가정용 와인냉장고 같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나아가 시장성 여부도 함께 고민한다.
김 사장은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제품, 서비스를 제대로 개발한다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해당 소비자층이 어떤 생각과 경험을 하는지 알지 못 한다면 CE사업부는 미래 예측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TV의 앰비언트 모드와 더 프레임이 등장한 배경도 같은 맥락에서 등장했다는 전언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밀레니얼 세대는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 큰 TV가 집안에 그냥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 점 때문에 앰비언트 모드, 라이르스타일 TV 더 프레임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에서 앰비언트 관련 또 다른 혁신을 소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음성을 통한 가전 제어가 중요해지면서 가전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능도 강화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각 사업부뿐만 아니라 세계 AI센터, 외부 연구기관 등과 협업 중이다.
삼성AI센터는 가전의 AI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음성 외에 표정 등 얼굴 인식을 통해 사용자 의도를 파악하는 ‘AI 인터랙션’ ▲실시간 영상 인식으로 사물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가상이해(Virtual Understanding)’ 기술 ▲서버연결 없이도 제품 내에서 AI 구현이 가능한 ‘On-Device AI’ 기술 등도 집중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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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은 “최근 생활가전들은 음성을 통한 제어와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기능들이 많이 나온다”며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음성 기반 에코시스템을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매년 세계시장에서 약 5억대 기기를 판매하는데 해당 제품에 AI와 IoT 기능이 적용되면 엄청난 힘을 가질 수 있다”며 “이 점을 고려해 상당히 많은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