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통하는 자동차, 못할 게 없어진다

말로 시동 켜고 음악 고르고 커피 주문하고

카테크입력 :2018/08/30 15:20    수정: 2018/08/30 15:36

“내 차 시동 켜줘”, “카톡 메시지 읽어줘”, “오늘 날씨 어때?”, “가까운 맛집으로 가자”, “엄마에게 전화해줘”, “최신 음악 틀어줘”, “커피 주문해줘”...

우리가 현재 AI(인공지능) 스피커 기능이 탑재된 차량 내부에서 할 수 있는 말이다.

사람 말을 알아듣는 자동차가 늘어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국내외 IT 업체들과 손잡고 음성인식 서비스 범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초기에 개발된 자동차들은 자동차 내부에 탑승한 사람 말만 알아들었지만, 이제는 자동차 바깥에서도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 T맵 속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 NUGU(누구)가 사용자의 음성명령을 인지한 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자동차 음성인식 시장 확대시킨 애플 시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음성인식 기술이 활성화된 시기는 2015년 7월부터다.

당시 한국GM은 국내 최초로 더 넥스트 스파크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카플레이를 탑재시켰다.

카플레이는 차량 내부 실내 디스플레이에 스마트폰 앱 일부를 띄울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홈 버튼을 길게 누르거나, 차량 실내에서 “시리야”라고 외치면 애플 음성비서 ‘시리(Siri)'를 부를 수 있다.

애플 카플레이가 실행된 기아차 더 K9 실내 센터페시아 (사진=지디넷코리아)

시리는 스포츠 경기 결과, 지역별 날씨, 메시지 전송 및 읽기 기능, 전화 통화 기능, 목적지 검색 기능 등을 갖췄다. 차량 내부 스피커와 연동돼 개인별 목소리 특징을 잘 파악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리는 국내에서 여러 한계점을 가졌다. 스포츠 경기 결과의 경우 우리나라 경기가 아닌 미국 등 해외 경기 결과만 제공됐고, 내비게이션 기능도 국내 업체와 비교했을 때 성능이 떨어지는 단점을 가졌다.

자동차 음성인식 시스템은 이후 약 2년여동안 정체기를 맞았다. 카플레이가 탑재된 국내 업체 차량 수는 점점 많아졌지만, 새로운 형태의 음성인식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았다.

■카카오 협업 택한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7월부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초점이 맞춰진 음성인식 서비스 시장 확대에 나섰다.

기존 현대기아차 내비게이션 음성 목적지 검색은 '목적지 설정' → ‘지역 설정’ → ‘목적지 검색’ → '목적지 확인' 등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이 과정을 한가지로 줄였다.

업계에서는 당시 현대차 스스로 음성인식 시스템 강화에 나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음성인식 서비스 강화를 위해서 IT 업체와 합종연횡을 해야 한다는 인식도 있었다.

현대기아차는 이 우려를 카카오와의 협업으로 해결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제네시스 G70에 AI 음성인식 플랫폼인 ‘카카오 I(아이)'를 탑재시켰고, 해당 기능을 현대기아차 주요 판매 차량에 확대시켰다.

카카오 I는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을 갖췄다. 간단한 상호명 또는 주소, 주변 추천 맛집 등을 간략히 말하는 것만으로 복잡한 과정 없이 최적의 결과를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알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제네시스 G70 주행 도중 카카오 기반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을 체험한 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하지만 카카오 I도 나름 한계가 있었다. 애플 시리와 구글 어시스턴트처럼 대화형 음성인식 기술이 없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는 이 단점 해결을 위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2019년 대화형 음성인식 기술을 상용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현대기아차 대화형 음성인식 기술 활성화를 위한 동반자가 됐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출시되는 차량에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 ‘카카오미니’ 기능을 넣는다고 30일 발표했다.

카카오미니 기술이 차량 안에 들어가면 ‘음악(멜론) 틀어줘’, ‘카톡 읽어줘’, ‘뉴스 읽어줘’, ‘차량 온도 21도로 맞춰줘’ 등의 명령어 구현이 가능해진다.

현대기아차와 카카오는 아직 어떤 명령어를 차량에 적용시킬지를 결정짓지 못했다. 음성 명령어 일부가 자동차 안전운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구형 차량의 스마트화 이끄는 T맵

AI 기반 음성인식 기술은 신형 차량 뿐만 아니라 구형 차량에서도 즐길 수 있다. SK텔레콤 T맵 내비게이션 속에 탑재된 누구(NUGU)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 덕분이다.

누구 서비스는 차량과 스마트폰이 블루투스로 연결될 때 최상의 성능을 발휘한다. 일반 도로 주행시 생길 수 있는 노면 소음을 잘 걸러내고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는 평가다.

T맵 누구 서비스는 현재 음악 감상, 최신 뉴스, 목적지 검색, 라디오 등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 수 있는 서비스까지 추가됐다. 심지어 지인에게 문자메시지로 목적지 도착 시간을 알릴 수 있게 됐다. 스타벅스와 연동돼 음성만으로 커피 또는 음료를 시킬 수 있는 서비스까지 추가됐다.

■‘홈투카’ 서비스 본격화..보안 우려도

현대기아차는 최근 출시한 투싼, 스포티지 차량에 ‘홈투카(Home To Car)' 서비스를 추가시켰다.

홈투카 서비스는 말그대로 집안에서 차량의 주요 기능을 음성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이다. 차량 소유주는 KT 기가지니 등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차량 원격 시동, 에어컨 공조장치 작동, 차량 시동 해제 등을 명령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홈투카 서비스를 누구나 쓰지 못하도록 차량 개별 소유주에게 별도 핀(PIN) 번호를 부여한다. 차량과 연동된 스피커는 기능 실행 전 핀호 4자리를 불러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업계는 PIN 번호를 음성으로 부르는 과정에 보안 우려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차량 소유주의 음성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현대기아차 홈투카 서비스에 없기 때문에,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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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최근 투싼, 스포티지 등에 홈투카 음성인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홈투카와 비슷한 음성인식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 추세다. 이미 아마존 알렉사 음성인식 서비스와 연동 가능한 차량 수가 늘어났다. 테슬라의 경우 애플 시리와 연동되면 스마트폰 음성명령을 통해 차량을 열거나 시동을 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차량 내부에서 가정에 있는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가 늘어날 것”이라며 “최근에 제기되는 보안 이슈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한 업체만이 음성인식 서비스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