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타기 전 AI스피커로 내부 온도 조절하세요"(지디넷코리아, 2018.07.24)
-이제 음성으로 자동차 시동 건다(국제신문, 2018.07.24.)
-차 시동 걸고, 온도 20도 맞춰줘(서울신문, 2018.07.24.)
이제 차량도 말로 문을 여닫고, 시동까지 켜고 끌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 24일 집안에서 편리하게 음성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홈투카’ 서비스를 현대기아차와 협력해 출시했다고 앞다퉈 밝혔습니다.
근미래를 다룬 영화나 소설에서 보던 일들이 어느덧 현실로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집에 손님이 찾아왔을 때 주차된 차량에 미리 시동을 걸고 적절 온도를 설정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왠지 설레고 멋져 보이지 않나요?
그런데 말입니다. 또 다른 뉴스 제목을 살펴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귀신 씌인 스마트 스피커 ‘알렉사?’...시도 때도 없이 ‘하하하’ 웃음소리(동아닷컴, 2018.03.09)
-AI 스피커 “아직도 넌 내가 비서로 보이니?”(지디넷코리아, 2017.11.21)
-애플구글아마존 AI 음성비서 초음파 해킹에 뚫렸다(노컷뉴스, 2017.09.07)
-AI비서 알렉사, 부부대화 무단 녹음 후 외부 유출(일간투데이, 2018.05.26.)
혹시 생각이 좀 달라지셨나요? 누군가 내 얘기를 엿듣고, 나도 모르게 인공지능(AI) 스피커에 명령을 내린다면 편리한 기능이 일순간 흉기로 뒤바뀔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별한 이유를 알 수 없이 AI 스피커가 켜지거나, 의도치 않은 명령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기자도 별 이유 없이 ‘시리’가 켜진 것을 목격했고, AI 스피커 사용자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TV 소리에 기기가 깨어나거나, 명령어가 입력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관련 기사: "명령어 숨긴 노래 재생해 AI 스피커 공격 가능해"]
그런데 이런 원인을 알 수 없는 오작동이 단순히 음성명령 검색과 주문 등에서 끝나지 않고, 보안이 생명인 자동차나 집에 영향을 준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나도 모르게 차 문이 열리고 시동이 켜질 가능성도 있고, 집에 도둑이 침입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자칫 해커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요.
아울러 홈투카 서비스가 정말 새롭고 유용한 서비스일까에 대한 의문도 생깁니다. 나아가 이 같은 서비스가 자칫 정부가 환경을 생각해 규제하고 있는 차량 공회전 문제를 더 심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이에 홈투카 서비스를 출시한 SK텔레콤과 KT에 확인을 통해 오해와 진실을 구분해 봤습니다.
■ AI 스피커 오작동·해킹에 안전할까?
양사는 AI 스피커 오작동에 대한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아리야”, “지니야”와 같이 기기 호출음을 말해야 하고, “OO아, 시동 켜줘”라는 식으로 OO에 자동차 애칭을 함께 불러야 합니다.
또 그 다음으로 비밀번호까지 말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 통신사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시동이 걸렸다면 “시동 걸겠습니다” 안내 멘트가 나오기 때문에, 이 때 시동을 바로 끄면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 신호로 AI 스피커에 명령을 내리거나, 펌웨어 업데이트 과정 등에서 해킹이 이뤄져 누군가 기기를 조종하는 것에는 특별한 대책이 있을까요?
이에 A 통신사는 “통신이나 핸드폰에 준하게 보안 자체가 잘 돼 있다”면서 “집에 설치된 와이파이 보안 문제 아니면, 사실상 이런 부분 당장 문제가 되는 게 없다”고 자신했습니다.
또 “아직 일정이 잡혀있진 않지만 향후에는 목소리 개별인식 기능이 도입될 것이므로 더 보안성이 향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B 통신사 관계자는 “플랫폼이 하나가 아니라 블루링크, AI 스피커 등 총 3개의 인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백도어 해킹 등의 위험은 그만큼 더욱 최소화 됐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신사가 출시한 AI 스피커의 보안이 실제로 얼마나 뛰어난지는 확인이 어렵습니다. 다만 사건사고 외신에 종종 오르내리는 아마존이나 애플, 구글 제품보다 더 낫기를 바랄 뿐입니다. 또 해킹과 보안은 창과 방패와 같아서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꾸준한 보안성 향상에 통신사들이 힘써 주기를 바랄 수밖에요.
■ 통신사 홈투카 서비스 유용할까? 공회전 문제는?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에 통신사가 선보인 홈투카 서비스는 새롭거나 아주 혁신적인 서비스는 아닙니다. 이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각각 ‘블루링크’, ‘유보’ 서비스를 통해 원격시동, 공조설정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비상등, 경적, 차량상태 확인 등도 앱에서 가능합니다. 물론 차종과 출시 시점, 옵션 여부 등에 따라 다르지만 말입니다.
B 통신사는 “홈투카 서비스는 확장성 서비스로, 시동을 켜고 끄는 등의 기능은 이미 자동차 제조사가 만든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도 된다”며 “이 같은 기존의 기능을 AI 스피커로 확장시킨 것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SK텔레콤과 KT는 기존 자동차 제조사가 제공하고 있는 원격 앱 서비스를 AI 스피커와 연동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AI 스피커에서 말로 음악을 틀거나, 피자 주문을 하는 수준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또 이런 원격시동이 점점 많아지면 공회전 차량이 많아져 환경오염이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많은데요, 이 부분은 일단 ‘반’은 안심해도 좋습니다. 블루링크의 경우 시동유지 시간이 최대 10분(앱에서 1분 단위로 조절 가능)까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차량의 공회전이 과도하게 길어지는 문제는 방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AI 스피커가 큰 인기를 끌고, 원격시동 이용자들이 많아지면 공회전으로 낭비되는 에너지와 환경오염이 아주 없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참고로 서울시 조례에 따라 공회전 제한시간은 경유 자동차 5분, 휘발유 및 가스사용 자동차 3분입니다(단, 5℃미만 25℃이상에서 10분). 제한시간 초과차량 운행자는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됩니다. 긴급자동차, 냉동냉장자동차, 청소차 등은 제외입니다.
■ 편리해지는 만큼 보안 침해 위협 커져
결론을 내려 보면 통신을 이용해 원격으로 가능해지는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의 일상은 편리해지는 반면 점점 사생활 보호와 침해 위협은 그 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두 통신사가 선보인 홈투카 서비스도 이 자체에 보안 위험성이 크다기 보다,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이 늘어날수록 해커가 침입할 수 있는 공격 포인트가 많아져 보안 취약점이 커지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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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인들의 재산과 연결된 서비스를 출시한 만큼, 통신사들이 홈투카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더 강한 보안책을 함께 내놓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이는 자동차를 판매하는 제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이미 현대차(블루링크), 기아차(유보) 앱에서 가능한 기존의 기능을 AI 스피커로 연결시킨 소식이 너무 부풀려져 보도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뭔가를 잔뜩 기대했던 마음이 눈처럼 녹는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