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D, CAM, CAE 등 산업시스템 환경이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GPU 가상화 기술의 빠른 발전에 힘입은 방향 전환이다. 제조기업은 보안, 비용, 생산성 등의 이유로 엔지니어링 VD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VDI는 CAD 같은 고해상도 그래픽 설계 애플리케이션을 데이터센터의 가상서버 환경에서 구동하는 것이다. 서버 가상화와 GPU 가상화 기술을 활용한다. 모든 정보를 회사 서버에 집중, 관리하므로 자산가치 높은 도면이나 설계 자료를 외부로 유출할 수 없다. 기업은 실작업자 수 만큼 워크스테이션을 구비하지 않고도 그래픽 소프트웨어 환경을 담당자에게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 영역이 본격적 발전을 이룬 계기는 엔비디아의 GPU 그리드 기술 집중 투자다. 엔비디아는 엔지니어링 VDI 시장을 겨냥, 자사의 GPU를 가상으로 쪼개 여러 사용자가 나눠 쓸 수 있는 그리드 기술을 발전시켰다. 엔비디아 투자에 따라 VDI 환경에서도 기존 워크스테이션과 동일한 수준의 사용자경험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성능 때문에 엔지니어링 VDI 도입을 꺼리던 시장 분위기도 반전됐다. 제조업계에서 설계 자료와 도면은 가장 중요한 정보다. 도면 유출 등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 김태룡 한국HPE 차장은 “워크스테이션에 비해 VDI는 도면 유출 우려를 원천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제조업체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비용 측면에선 보안사고 발생으로 회사가 책임져야할 비용을 따져보면 VDI 도입이 더 효용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엔지니어링 VDI의 성능은 워크스테이션보다 오히려 뛰어나다. 도면을 서버에 저장할 경우와 개별 워크스테이션에 저장할 경우를 비교해보면 더 빠른 작업을 할 수 있다. 문서중앙화로 서버에 도면을 저장해두고 개별 워크스테이션에 다운로드하게 하면 파일을 읽기까지 오래 걸린다. 반면, VDI 방식은 서버에서 바로 도면을 실행하기 때문에 수분 안에 작업에 돌입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VDI 작업 경험 자체가 매우 높아졌다. 이미 VDI 환경으로 고성능 그래픽 설계 작업을 해도 기존 워크스테이션과 전혀 이질적인 느낌을 받지 않는다.
국내 한 건설회사는 블레이드 서버와 GPU로 엔지니어링 VDI를 구축했다. 이 회사는 그전까지 수주 프로젝트 시작 때 워크스테이션을 작업자 수만큼 구매해 지급했다가 회수하는 방법을 썼다. 이 회사의 설계 엔지니어들은 VDI를 사용하면서도 이전과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않았다는 반응을 전했다. 이 기업의 IT관리자는 구매, 회수 등 수백대 워크스테이션의 자산관리를 하지 않아도 돼 효율적으로 업무할 수 있게 됐다.
국내의 제조기업은 시뮬레이션 등의 작업 환경을 GPU 가상화 기반 엔지니어링 VDI로 구축했다. 엔지니어는 워크스테이션에서 서버의 도면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아야 했지만, 엔지니어링 VDI 후 로그인 후 바로 본젹적인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가 GPU 차원에서 엔지니어링 VDI의 약점을 극복했지만, 여전히 시장 확산에 어려움이 있다. 서버 하드웨어에 장착 가능한 GPU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의 통합시스템인 ‘시너지(Synergy)’가 제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HPE 시너지는 단일 시스템에 GPU를 최대 6개까지 장착할 수 있어, 경쟁 우위를 가졌다.
HPE 시너지는 다양한 사례에 최적화된 레퍼런스 아키텍처로 고객 요구에 적합한 GPU 가상화 환경을 구현한다. 다양한 요구사항에 맞출 수 있다는 게 HPE 측의 또다른 강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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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마다 그래픽 설계 작업 환경이 다양하다. 사용자 업무에 따라 GPU를 아예 활용하지 않는 작업자도 있고, GPU 자원을 모두 활용해야 하는 작업자도 있다. 도면 작업을 하지 않고 결과물만 살펴보는 관리자도 있다. 혹은 회사 내부 직원이 아니라 협력사에서 설계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김태룡 차장은 “이런 다양한 경우의 수요에 맞춰 워크스테이션을 구매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고정된 VDI 아키텍처로 대응하는 것도 어렵다”며 “HPE 시너지의 GPU 가상화는 사용자 수요에 맞게 GPU를 할당하고, 효율적으로 전사적 자원을 활용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