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 우회"…넷플릭스, 애플 역린 건드렸다

자사 직접결제 유도…거대 플랫폼 대응 관심

인터넷입력 :2018/08/22 16:12    수정: 2018/08/22 17:0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넷플릭스가 애플을 향해 ‘앱스토어 수수료 우회’란 폭탄을 던졌다. 앱을 새롭게 내려받는 사람들에게 넷플릭스 모바일 페이지에서 직접 구독료를 납부하는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애플의 신성불가침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조치다. 따라서 ‘앱 시장의 골목대장’인 애플이 어떻게 나올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넷플릭스의 앱스토어 구독 우회 사실은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 보도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사진=씨넷)

■ 2015년 스포티파이도 비슷한 시도…둘째해부터 수수료 15%로 하향

테크크런치는 21일(현지시간) 넷플릭스가 전 세계 33개국에서 앱스토어 대신 자사 모바일 페이지에서 구독료를 납부하는 테스트를 하고 있다.

물론 이 조치가 영구 적용되는 건 아니다. 일단은 9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에 따라선 계속 적용될 수도 있어 애플의 대응이 주목된다.

넷플릭스의 테스트 대상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 스페인, 일본, 대만 등 사실상 전 세계 주요 시장이 총 망라됐다. 미국은 이번 실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방식은 간단하다. 배러티에 따르면 테스트 적용 지역에서 넷플릭스 앱을 내려받을 경우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화면이 뜬다.

첫째. 앱스토어에서 로그인하고 구독

둘째. 앱스토어에서 한 뒤 곧바로 넷플릭스 모바일 페이지로 넘어가서 구독

팀 쿡 애플 CEO가 앱스토어 탄생 10주년 때 트위터에 올린 글. 앱스토어는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넷플릭스는 이미 구글 플레이에선 비슷한 조치를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5월부터 넷플릭스 모바일 페이지에서 직접 결제하도록 바꿨다.

앱스토어를 우회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스포티파이도 2015년 비슷한 시도를 했다.

당시 스포티파이는 자사 사이트에서 구독하면 더 저렴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자 애플은 앱스토어 ‘인앱 구매’ 규칙 위반했다면서 경고했다. 스포티파이를 앱스토어에서 퇴출시킬 수도 있다고 윽박질렀다.

하지만 두 회사 간 갈등은 1년 만에 마무리됐다. 개발자들의 반발에 부닥친 애플이 앱스토어 수수료를 조정하는 선에서 봉합됐다. 이에 따라 애플은 매출의 30%였던 수수료를 둘째해부터는 15%로 하향조정했다.

■ 가입자 증가세 주춤한 넷플릭스 vs 서비스매출 키우려는 애플

앱스토어 수수료 문제는 콘텐츠 사업자들에겐 대표적인 불만 사항 중 하나였다. 반면 애플에겐 황금알 낳는 거위였다.

애플은 지난 6월 마감된 분기에 서비스 부문 매출이 96억 달러로 31%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비스 매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앱스토어 수수료다.

덕분에 6월 마감된 분기에 서비스 매출은 애플 전체 매출의 18%를 책임졌다. 맥, 아이패드 등 애플 핵심 기기들을 제치고 아이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당시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3억 명 이상이 앱스토어에서 구독료를 지불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애플로선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인 셈이다.

반면 넷플릭스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다. 지난 2분기 신규 가입자 수가 예상보다 100만 명이나 밑돌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시련을 겪었다.

전 세계 가입자 1억3천만 명 수준인 넷플릭스로선 애플에 꼬박꼬박 갖다 바치는 30% 수수료가 아까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넷플릭스가 시리즈 중간에 광고를 삽입하는 등의 시도를 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엔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휘말렸던 이용자 평가 댓글도 폐쇄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의 시도들은 넷플릭스와 고객 간의 문제였다. 반면 앱스토어 수수료 우회는 사정이 좀 많이 다르다. 애플 역시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한번 밀리면 봇물 터지듯 반란 세력들이 밀려올 상황이 뻔한 만큼 애플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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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