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비즈니스인 11번가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면서,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조직 정비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주력 사업인 이동전화 외에도 SK그룹 내 반도체, 미디어, 커머스, 보안 등 ICT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개별 역량을 강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특히 SK텔레콤은 반도체 외에 다른 부문의 사업역량이 뒷받침돼야 중간지주사를 포함한 종합 ICT 회사로 탈바꿈하는 지배구조 개편의 실익을 누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31일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11번가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고, 기존 법인은 테크엑스와 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또 11번가 초대 CEO 선임 안건과 일부 정관변경 등의 안건도 의결했다.
이날 주총의 주요 안건인 커머스 사업의 조직변화는 11번가의 외부 투자 유치 이후 급물살을 탔다. 커머스 사업에만 투자금을 집중하면서 11번가를 분리하고, SK테크엑스는 기존 종속 법인에 합병하는 방식이다.
SK플래닛의 투자 유치가 11번가의 커머스 사업에만 쓰기로 한정된 터라 법인 분리가 불가피했다는 평이 있지만, SK텔레콤은 SK플래닛의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SK텔레콤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당시에도 지배구조 개편 작업 이전에 정부의 ADT캡스 인수 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SK플래닛이 일련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전제했다.
때문에 SK플래닛의 커머스 분야에 이어 미디어, 보안 분야의 조직 정비 작업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미디어 부문에서 OTT 사업 강화를 위해 SK브로드밴드 내 옥수수의 별도 분리나 미디어 플랫폼 또는 미디어 콘텐츠 회사의 인수합병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점치기도 한다.
또 보안 사업 부문에서 SK텔링크 내의 NSOK와 최근 경영권을 확보한 ADT캡스의 통합 가능성이나 SK텔레콤의 IoT 사업부와 ADT캡스의 연계 등이 거론돼 왔다.
이처럼 ICT 사업 포트폴리오의 대대적인 강화 노력은 지배구조 개편의 실익을 키우려는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반도체와 같은 특정 사업군의 경쟁력만 유지될 경우 투자회사를 거느린 종합 ICT 회사로 거듭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SK텔레콤의 2분기 말 기준 SK하이닉스 지분 보유가치는 회사의 시가총액 60%에 이른다. 특정 사업 부문의 의존도가 클 경우 지주회사 전환 의미가 옅어지는 만큼 각 부문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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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 부문의 조직 변화로 지난 1년여 간 거론된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다소 느리게 진행된다는 시장의 평가에도 실제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점이 이목을 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지배구조 개편으로 지금까지 그린 ICT 분야의 포트폴리오가 자리를 잡으면 빠르게 변화하는 신산업 경쟁 시장에서 보다 발빠른 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