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노년층 방송 진행자, 이른바 ‘실버 크리에이터’가 각광받고 있다.
25일 인터넷방송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60세 이상 노년층 크리에이터는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유명 실버 크리에이터인 박막례 할머니(72세), 심방골주부로 활동하는 조성자 할머니(61세), TV영원씨 채널을 운영하는 김영원 할머니(81세)는 공통적으로 친근함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실버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에 손녀, 손자뻘 되는 시청자들은 “할머니 귀여워요”, “할머니 정말 멋져요” 같은 응원의 댓글을 남기기도 한다.
박막례 할머니는 실버 크리에이터 중 가장 많은 46만9천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했다. 박 할머니는 지난해 초부터 손녀와 치매 예방을 위해 영상을 찍어오다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었다. 손녀와의 기발한 기획으로 치과 들렸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 비닐 봉다리 하울(물건 품평), 밭두렁에서 자동차 문 열고 춤추기, 나훈아 콘서트 가기 등의 영상을 선보였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박 할머니를 주목했다. 지난 5월 구글 연례 개발자컨퍼런스 당시 박 할머니는 한국을 대표하는 크리에이터로 구글 본사에 초청됐다.
조성자 할머니는 시골 자연을 배경으로 반찬을 만드는 내용의 10분 내외 영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조 할머니는 충남 부여에서 농사를 짓는 39년차 주부로, 채널 구독자 수는 9만3천여명이다.
조 할머니가 반찬을 만드는 영상 속에선 목소리 없이 물소리, 새 소리, 도마칼질 같은 소리만 들린다. 고급 영상 편집 대신 투박한 자막과 사진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김영원 할머니는 먹방 유튜버 중 최고령으로 구독자 수는 15만8천여 명에 달한다. 김 할머니는 자메이카 통다리 구이, 불량식품, 매운 떡볶이 등을 먹는 방송으로 유명세를 탔으며, 파프리카, 머랭쿠키 등 음식을 먹는 소리로 심리적 안정 효과를 꾀하는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도 꾸준히 게재해 젊은이 위주의 먹방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1인 인터넷 방송 업계 관계자들은 실버 크리에이터들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실버 크리에이터들이 젊은 크리에이터와는 달리 친근함과 유쾌함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를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 관계자는 “실버 크리에이터인 박막례 할머니의 경우 구글 본사에도 초청될 정도로 다양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며 “조성자 할머니의 반찬 만드는 영상의 경우 신혼 부부도 참고하고, 나이 많은 사람들도 보고 있다”고 밝혔다.
1인 인터넷 방송 초창기 때부터 업계를 이끈 대도서관(나동현)도 향후 1인 미디어에서 노인, 주부 계층이 인기를 끌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노인과 주부에게 진입 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는 촬영과 편집을 대신할 전문 편집인만 있다면 이들이 충분한 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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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서관은 “유튜브에서는 엄청나고 거창한 정보보다는 친근한 콘텐츠가 잘 맞는데, 주부들은 친근한 정보들을 많이 갖고 있다”며 “다만 아쉽게도 주부들이 촬영편집을 두려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드시 주부, 노인 자신이 촬영이나 편집을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며 “본인의 매력을 끌어낼 수 있는 젊은 편집자와 함께 한다면 박막례 할머니와 손녀처럼 멋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