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화웨이, 삼성 특허공격 무뎌졌다

美서 프랜드 판결 등 취하…범위 좁아져

홈&모바일입력 :2018/07/23 17:40    수정: 2018/07/23 17:4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중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치열한 특허 소송을 펼치고 있다. 안방인 중국에서는 화웨이가 삼성전자에 승소하면서 판매금지 판결까지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중립지대인 미국에서는 두 회사간 승부 향방이 다른 쪽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특히 화웨이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는 소송 범위가 훨씬 좁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허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22일(이하 현지시간) 오는 12월 샌프란시스코 지역법원에서 열릴 삼성과 화웨이 간의 미국 특허소송 범위가 예상보다 크게 좁아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씨넷)

■ 프랜드 라이선싱 조건 관련 선언적 판결 요구 취하

삼성과 화웨이는 지난 18일 윌리엄 오릭 판사에게 재판전 합의 내용을 담은 문건을 제출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두 회사는 프랜드(FRAND) 라이선싱 조건에 대한 선언적 판결 요구를 철회했다.

이 부분은 당초 화웨이가 법원에 요청한 것이었다. 화웨이는 특히 삼성이 표준특허에 대한 라이선스에 굉장히 소극적인 편이라면서 계약 조건에 대한 선언적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 주 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선 이 부분을 철회한다고 돼 있다. ‘추후에 같은 사안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without prejudice)’는 조건이 붙어 있긴 했지만 당초 요구 사항에 비해선 상당부분 후퇴한 셈이다.

이에 대해 포스페이턴츠는 “(재판을 주재할) 윌리엄 오릭 판사가 이 요구를 기각할 것을 화웨이 측이 두려워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윌리엄 오릭 판사.

화웨이의 공세를 무뎌지게 만든 요인은 또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6월 SAS 관련 소송에서 특허청구 조항 중 한 부분에 대해서 무효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을 경우 특허청이 전체 청구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때문이다.

포스페이턴츠는 “이 판결 덕분에 삼성은 화웨이의 특허 침해 주장 중 두 건을 유예시킬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당초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던 삼성과 화웨이 간의 미국 특허소송은 특허 침해와 함께 프랜드 라이선싱 침해 가능성과 관련된 부분만 남게 됐다.

■ 2016년 5월부터 공방…중국선 화웨이가 완승

두 회사 특허소송은 지난 2016년 5월 화웨이가 삼성을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중국 선전중급인민법원은 지난 1월 삼성이 화웨이 LTE 표준 특허 침해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삼성에게는 화웨이 특허를 이용해 제품을 제조 및 판매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미국 소송은 중국과 다르게 진행됐다.

일단 삼성은 중국법원의 제조 및 판매금지 집행을 미국 소송이 마무리 될 때까지는 잠정 연기해달라는 명령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오릭 판사는 ‘마이크로소프트 vs 모토로라’ 사건 등의 판례를 수용해 미국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는 중국 법원의 제조 및 판매금지 명령을 유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화웨이가 강하게 반발했다. 화웨이는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는 동시에 윌리엄 오릭 판사에게도 종전 판결을 다시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하지만 둘 모두 화웨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화웨이 P20(좌측)과 화웨이 P20 프로(우측). P20 프로는 3개의 후면 카메라를 갖췄다. (사진=씨넷)

먼저 화웨이 요청을 뿌리친 것은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이었다. 제9순회항소법원은 화웨이 측에 “(동일사안을) 두 개 법원에서 동시 진행할 수는 없다”면서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통보했다.

공을 넘겨받은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의 윌리엄 오릭 판사도 지난 6월 삼성 쪽 손을 들어줬다.

오릭 판사는 “종전 판결에 잘못된 점은 없다”면서 화웨이의 재심 요청을 기각했다. 특히 오릭 판사는 형평성 측면에서도 화웨이보다는 삼성 쪽 주장에 더 힘이 실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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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법원의 제조 및 판매금지 요청을 유예할 경우 화웨이에겐 몇 개월 간 기다리는 정도 부담 밖에는 없다. 하지만 화웨이 주장대로 중국 법원 판결을 집행할 경우 삼성에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정황을 고려한 형평성 측면에서도 삼성 쪽의 주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윌리엄 오릭 판사의 입장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