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혁신 성장'을 위해 규제 혁파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규제에 대해 이해관계가 달라 논란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이에따라 혁신성장의 도구이자 핵심인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 12개를 골라 '나쁜 규제, 이것만은 꼭 풀자'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④통신요금 인가제, 경쟁 없애고 담합만 부추긴다
1위 사업자의 요금을 정부가 인가하는 '통신요금 인가제'는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유지되고 있는 규제다. 사업자와 학계는 물론이고 정부 또한 이 제도의 효용성이 다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유일한 규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규제로 인한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요금 인가제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에 규정돼 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인상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했다. 시장 영향력을 이용해 후발 사업자를 견제할 목적으로 약탈적 요금제를 출시하는 걸 막자는 취지였다.
넓고 깊게 보면 이 규제 또한 경쟁촉진 정책의 하나였다. 1위 사업자가 약탈적(극히 싼) 요금으로 후발 사업자를 죽여버리면 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후발 사업자를 보호해 경쟁을 촉진시키자는 의도였던 것이다.
당연히 후발 사업자의 시장 입지가 매우 취약할 때 한시적으로만 필요한 제도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시장환경이 변하면서 이 제도는 실효를 다 했고, 실효를 다한 규제가 여전히 살아남아서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우려하는 1위 사업자의 약탈적 요금은 거의 단 한 번도 실행된 적이 없고, 오히려 이 제도가 사실상 요금 담합의 근거가 될 뿐이다. 인가받은 SK텔레콤의 요금제에 맞춰 경쟁 사업자가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는 게 관행이 됐기 때문이다.
경쟁을 없애고 담합을 부추기는 제도가 돼 있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적극적인 요금 경쟁이 어려워지고, 요금제 수준이 비슷해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담합 논란이 나타나기도 했다"며 "지난해 참여연대 신고로 시작된 공정위의 요금제 담합 조사도 단순히 요금제 내용이 유사하다는 인식에 기초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동의하는데도 인가제는 안 없어져
정부도 이런 의견에 동의한다. 그래서 지난 2016년 요금제 인가제를 폐지하고 신고제로 바꾸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인가 사업자가 요금제를 내놓으면 후발 사업자가 이 수준에 맞춰 요금제를 내놓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인가 사업자의 요금제 출시 지연 등의 문제로 인해 인가제 폐지 주장이 과거부터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전히 이 규제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체 왜 요금인가제는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 걸까.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에서도 더 이상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요금인가제를 통신사업자에 대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의심하기도 한다.
다른 것을 요구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여전히 쓸모가 있다는 뜻이다.
시민단체의 반발도 인가제 폐지가 강력히 추진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자료를 내고 2G와 3G 요금 인가 신청이 1건 빼고는 원안대로 통과됐다며 오히려 인가제 강화를 요구하고 나선 바 있다.
시민단체의 반대 속에 결국 이 문제 또한 입법기관인 국회의 몫으로 넘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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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23일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변 의원은 “요금 인가제가 폐지되면 통신 요금에 대한 심의절차와 소요기간이 간소화되는 만큼 다양한 신규 상품이 신속하게 출시될 수 있어 통신 서비스와 요금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며 “요금 인하 경쟁이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