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저숙련 노동 인력이 많은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로봇 자동화 현상으로 일자리 충격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농업부터 제조, 건설, 소비재,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과 함께 일하는 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그 여파로 노동권 침해 현상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일자리 충격을 완화하려면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노동자와 로봇 간 협업을 돕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영국의 위험분석 자문사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Verisk Maplecroft) 12일(현지시간) ‘인권 전망(Human Rights Outlook) 2018’ 보고서를 통해 동남아시아의 주요 제조 허브에서 근로자의 56%가 로봇을 활용한 산업자동화로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유엔 국제노동기구(ILO) 전망을 인용하며 향후 20년간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제조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로봇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으면서 전 세계 공급망에서 노동권 침해와 인신매매 위험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국가들은 아세안-5(ASEAN-5)로 불리며 인구와 영토, 자원 등을 가지고 있어 향후 발전 가능성이 기대되는 동남아 주요 국가들이다. 전 세계 소비재와 소매업, 서비스업,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저숙련 노동자와 노동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인력들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가 발표하는 ‘현대 노예제도 지수(Modern Sevalry Index)’에서 고위험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베트남은 해당 국가 중 노동권 침해 위험도가 가장 높다. 노동자의 67%인 3천600만명은 로봇 자동화 영향으로 착취적인 노동 환경에서 또 다른 생계 수단을 찾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인권 부문 책임자인 알렉산드라 채널(Alexandra Channer) 박사는 “적응할 능력이 없거나 사회보장 완충지대가 없는 실업자들은 저임금, 저숙련 노동 수요가 줄어들어 점점 더 착취적인 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미래 세대가 기계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적응시키고 교육시키는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많은 노동자들이 밑바닥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봇 자동화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자리 분야는 농업과 임업, 어업, 제조, 건설, 소매, 서비스 산업이다.
여성 근로자들이 많이 종사하고 있는 의류와 섬유, 신발 산업 역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노동 인력 중 각각 59%, 39%가 해당 산업에서 일하고 있으며 노동자들 대다수는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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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와 베트남의 해당 산업 일자리의 85%가 자동화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캄보디아에선 약 60만명, 베트남은 약 260만명 이상의 여성들이 기존 일자리를 잃고 노동 침해 위험이 더 높은 곳에서 일하기 위해 경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채널 박사는 “기업들의 자동화 과정은 점진적이지만 공급망에 종사하는 수백만 명의 근로자들은 의도치 않은 심각한 결과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의 책임자들은 자동화가 인권에 미치는 악영향을 확인하고 시민 사회, 정부와 협력해 자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