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에 연연하지 않고 사회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기대하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업체가 되는 게 목표다"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의 이준행 대표는 25일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출입 기자 대상으로 '상장 심사 기준 및 상장 원칙' 설명회를 열고 "암호화폐 거래소의 (모범적) 표준을 제시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고팍스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 이어 거래량 기준 국내 5위 업체다. 일일 거래 규모는 80억원 수준이다.
소위 빅4 거래소 입성에 총력을 다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 대표는 "거래소 대표가 거래량 확대를 사업 목표로 잡으면 구설수에 오를 사건이 발생하기 쉽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 대표는 "그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거래소의 표준을 제시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지금은 암호화폐 거래소 표준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거래소가 가져야 할 5가지 책임과 의무도 제시했다. 그는 ▲암호화 거래의 효율성과 투명성 보장 ▲올바른 상장을 통한 업계 내 산업 경쟁력 증진 ▲고객 자금 예치원으로써 책임(AML 등) 완수 ▲해킹 위험에서 안전한 거래 지원 ▲블록체인 사용성 향상을 위한 기술 지원 등을 꼽았다.
■고팍스 상장 심사 기준 보니...까다로운 자율규제
고팍스가 자사 상장 심사 기준 및 상장 원칙을 공개한 이유도 "거래소의 투명한 운영을 촉진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회사 사업 철학과 맥락을 같이 한다.
고팍스는 내부 규정에 의거해 총 6인으로 구성된 상장위원회를 갖추고 있다. 이 대표는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경영진도 1인만 참여하도록 제안했다. 사내 블록체인 기술전문가, 암호화폐 분석 전문가, 암호화폐 마케팅 전문가, 암호화폐 보안전문가 등이 포함됐다.
암호화폐 상장 심사는 사업성을 검증하고 사기 코인을 걸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팍스 법무팀 서정표 변호사에 따르면 ▲백서 및 코드 분석 ▲프로젝트, 파트너, 투자회사 검증 ▲토큰 이코노미(토큰 배분, 생성, 소멸, 유통 방식) 분석 ▲타 거래소 상장된 코인일 경우 거래량 및 최근 가격 현황 파악 ▲프로젝트 진행 상황과 경과 확인 ▲ICO 규모, 형태, 가격 분석 등이 주요 고려사항이다.
이날 상장 심사를 탈락한 일부 사례도 소개했다. 이 대표는 "타 거래소 상장 코인 중 시가총액은 100억 수준인데 특정 거래소 거래량이 1~2조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런 코인은 고팍스에 절대 상장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고팍스는 상장한 코인의 상장 검토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진 않다. 그 이유에 대해 서 변호사는 "평가 내용을 공개했을 경우 일종의 투자 권유로 비쳐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도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공개여부를) 재검토해 볼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공개는 하지 않고 있지만 (상장심사 과정을) 모두 서류화해 보관하고 있다"며 "다만 투자 권유가 될 수 있어 공개를 하지 않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정부) 규정이 만들어지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고팍스는 이날 투명한 거래소 운영을 위해 제정한 내부 규정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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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은 ▲상장 수수료 및 상장 대가 수취 일절 금지 ▲에어드랍 진행 시 사내 임직원 참여 금지 ▲신규 암호화폐 상장 직후 5분 동나 매수 주문 금지(묻지마 투자를 시스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조치) ▲회사 임직원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거래 금지 ▲상장과 관련해 상장위원회 표결 이외에 어떤한 개입 금지(대표이사 및 모든 경영진 포함) 등이다.
이 대표는 "이 업계는 지금 법이 없기 때문에 무법지대고 서부 개척시대 논리로 작동하고 있다"며 "적어도 소비자들이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고팍스는 돈을 좇지 않아도 사용자들이 좋아해줘서 경쟁에서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