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중저가뿐 아니라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빠르게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넘버2' 애플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21일(현지시간) 화웨이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CES아시아 기조연설에서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P20’ 시리즈가 출시 10주 만에 출하량 600만대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전작인 ‘P10’의 출하량보다 81% 증가한 것으로 중국 내에서 63%, 해외에서 150% 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올해 2분기 애플의 시장 점유율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D램익스체인지는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주력 제품 판매 호조로 점유율이 1분기 11.7%에서 12%로 상승하며 애플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보고서를 통해 전망했다.
실제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하량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이 같은 전망이 가시화될지 주목된다.
■신기술로 고가폰 시장 안착…프리미엄 브랜드力 강화
화웨이는 지난해 6~7월에도 시장 2위인 애플의 점유율을 넘어섰다. 3분기는 아이폰 신모델을 기다리는 소비자의 대기 수요 때문에 애플이 약세를 보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에 작년에도 3분기 화웨이가 애플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분기 기준으로는 2위에 올라서지 못했다.
올해엔 지난해보다 빠른 2분기부터 화웨이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를 깨뜨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중저가 라인업뿐 아니라 프리미엄 라인업 제품의 성과가 두드러지는 것도 관심을 모은다.
이제까지 프리미엄 시장의 강자는 시장 1~2위인 삼성전자와 애플을 꼽았으며, 중국 제조사들의 경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화웨이가 이처럼 프리미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전략폰 P20이 주요 시장에 안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북미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주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과 거대한 자국 내수 시장을 집중 공략,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P20에는 최초 타이틀을 내건 신기술이 탑재되기도 했다.
이 제품에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후면에 4천만, 2천만, 800만 고화소 트리플 카메라가 적용됐다.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적용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촬영 기술도 지원한다. P20 시리즈와 함께 공개된 메이트RS에는 화면 위 지문인식이 가능한 센서도 적용됐는데, 이 역시 앞서 삼성과 애플 제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술이다.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들은 거대 내수 시장에서 확보한 자금과 정부 보조금에 힘 입어 신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화웨이는 출범 이후 중저가 시장을 공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매년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오고 있다.
화웨이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897억위안(약 15조600여억원)으로 수익의 약 14.9%를 차지했으며, 당해까지 보유한 7만4천여건의 특허 중 90% 이상이 발명에 관한 특허로 나타났다.
또 경쟁사이면서도 현재까지 화웨이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애플 아이폰을 적극 벤치마킹하며 격차를 줄여가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애플과 화웨이의 점유율은 각각 14.1%와 10.5%로 점유율 격차는 3.6%P였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점유율 격차인 4.7%P보다 0.9%P 줄어든 수치다. 고가 P20프로와 중가 아너10이 성장을 견인했다는 게 가트너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중저가 라인업인 노바 스마트폰에 아이폰과 유사한 디자인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관심도를 높였는데, 이번 P20에서도 아이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일정 부분 벤치마킹한 걸 볼 수 있다”며 “이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iOS로 양분된 시장에서 iOS 사용자들이 안드로이드폰 진영으로 넘어오는 데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신기술 공개 전망…1위 삼성도 넘본다
하반기에는 화웨이의 프리미엄 대화면 스마트폰 ‘메이트’ 차기작이 공개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또 다시 신기술을 탑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 가을 메이트10의 후속작인 메이트20 시리즈를 선보인다.
메이트20에는 렌즈가 4개 달린 쿼더러플 카메라, 화면 일체형 지문인식 센서와 함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탑재될 것이라는 루머도 전해진다. 화웨이는 지난해 IFA 2017에서 AI 칩셋 기린 970을 처음 선보이고 메이트10에 탑재했다. 화웨이는 현재 기린 970의 차기 AP인 기린 980과 5G 통신이 가능한 기린 1020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트20은 올 하반기 출격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화면 스마트폰인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9’과 애플의 6.5인치 아이폰 신제품 등과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회사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큰 변화를 이룬 폴더블(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출시 경쟁도 벌이고 있다. 리차드 유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올해 안에 출시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화웨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뿐 아니라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 등 신흥 시장 공략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 아너 브랜드는 샤오미, 삼성, 비보, 오포 등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화웨이는 인도 시장은 아직까지 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높은 만큼, 이전보다 낮은 가격대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대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도 첸나이에 공장을 설립해 생산 비용 절감에 나섰다.
화웨이는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진영도 두드리고 있다. 화웨이는 국내에서 P20 시리즈의 자급제 단말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국내에서 2016년 프리미엄 제품 P9을 출시한 바 있다. 화웨이가 인도나 국내 등 해외 시장을 공략을 강화하면 애플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입지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화웨이는 오는 2021년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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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관계자는 “한국에 자급제 단말기를 출시하는 시기나 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매출 측면보다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웨이에 대한 인지도, 브랜드 이미지 등을 높이는 걸 우선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는 애플에겐 비수기이긴 하지만 화웨이가 분기 기준으로 애플을 뛰어넘는다면 화웨이 입장에서는 매우 유의미한 성과가 될 것”이라며 “과거와는 달리 화웨이가 어떤 제품과 기술을 선보이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등 업계와 시장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을 뿐더러 성공 경험을 통해 선두를 점하기 위한 운영전략을 수립하는 데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