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업계, 배틀그라운드 특수에 웃을 때 아니다

[기자수첩] PC 수요 견인할 진짜 이유 잘 안 보여

기자수첩입력 :2018/06/18 10:04    수정: 2018/06/18 10:04

배틀그라운드로 촉발된 PC 호황에도 관련 업계는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눈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요즘 PC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빠짐없이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올 상반기 PC 업계는 배틀그라운드가 먹여 살렸다"는 것이다.비교적 저사양 PC에서도 잘 돌아가는 리그오브레전드나 도타 등 게임과 달리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인 배틀그라운드가 잘 되다 보니 PC 하드웨어부터 시작해 헤드폰과 키보드, 마우스, 심지어는 의자와 책상 등 갖가지 제품에 낙수효과가 넘친다.그러나 이런 이야기의 종착점에는 두려움이 공존한다. 배틀그라운드가 비록 반 년 넘게 국내 시장 1위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이런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PC 수요를 견인할 '스타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 윈도 운영체제가 PC 업그레이드를 이끌어 내는 선순환은 윈도7까지만 해도 건재했지만 윈도 8.1을 지나면서 시들해지더니 윈도10에서 그 막을 내렸다. 윈도 운영체제가 패키지 상품이 아닌 매년 업데이트 되는 서비스로 돌아서며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공식도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PC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것이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기는 하다. 음악과 동영상을 모두 스트리밍 서비스로 즐기면서 '콘텐츠 허브' 역할도 빼앗겼다. 액티브X를 걷어낸 인터넷 환경은 몇 안되는 PC의 쓰임새 중 하나였던 온라인 쇼핑과 결제까지 스마트폰에 내줬다.

윈도 운영체제가 PC 교체 수요를 견인하던 시대는 윈도10과 함께 막을 내렸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결국 현재 PC에 요구되는 역할은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넓은 화면을 이용한 문서 작성 정도다. 5-6년 전 출시된 PC로도 이 정도는 충분히 해 낸다. 업그레이드 수요도 자연히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 등장한 배틀그라운드는 지난 하반기부터 PC 시장 비수기로 꼽히는 올 4-6월까지 예상 밖의 업그레이드 수요를 견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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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두가 게임을 내세우며 고성능, 고사양 PC에 올인하는 추세가 시장을 새빨간 레드 오션으로 만들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거의 모든 제조사가 소비자의 수요나 필요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무조건 게임을 앞세우다 보니 데스크톱 PC 가격도 크게 치솟았다.

일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 수요까지 모두 끌어다 쓴 게 아니냐"며 걱정하기도 한다. 게임 하나로 뜻하지 않은 반짝 호황을 누린 PC 업계가 고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