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대화를 권장하는 사례는 있다. 하지만 대화를 회복하는 길에 막대한 장애물이 놓여 있다. 우리가 회의장에 휴대폰 안에 모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회의 아닌 회의의 유혹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340쪽)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상 깊숙이 침투해 들어오면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연결된 삶’을 만끽하게 됐다. 연결은 21세기의 또 다른 키워드가 됐다. SNS는 참여와 소통, 그리고 대화를 확장해주는 수단으로 널리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인 셰리 터클은 최근 출간된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에서 이런 관행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한다. SNS가 인간 소통을 확대할 것이란 믿음은 잘못된 신화라고 비판한다. 소통의 보조적인 도구가 될 순 있겠지만 깊은 관계를 맺긴 더 힘들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핵심 메시지는 ’대화 회복하기(reclaiming conversation)’란 원제 그대로다. 지나치게 SNS에 치중된 소통은 균형을 잃은 관계를 만들기 쉬우며, 따라서 인간을 더 외롭게 만들 수도 있다고 비판한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저자의 진단을 통렬하다. 20세기가 ‘고독한 군중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함께 외로운(alone together)’ 시대가 됐다.
이런 진단의 밑바탕에 SNS가 자리잡고 있다. 셰리 터클이 보기에 SNS는 ‘공감을 위한 보조바퀴’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본말이 전도된다.
대화를 주고 받는 순간에도 다른 잃어버린 기회들을 생각하기 십상이라는 것. 그래서 깊이 있는 대화로 들어가지 못한다. 결국 현재에 집중하지 못함으로 인해 깊은 관계로 들어갈 기회를 놓쳐 버린다.
“항상 접속해 있으면 덜 외로울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위험한 생각이다. 사실은 정반대다. 혼자가 되는 것을 견딜 수 없다면 더욱 외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혼자 있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외로워지는 법만 알게 될 것이다.” (39쪽)
저자는 이 책에서 ‘고독을 즐기라’거나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자가 집중력이 높으며, 이것은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3분마다 SNS를 확인하며 연결돼 있지 않으면 분리불안을 느끼는 상태에선 이런 집중력과 고독의 시간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대화는 바로 이 고독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SNS에 함께 자란 밀레니얼 세대의 또 다른 특징인 멀티태스킹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한 가지 일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업무 효율도 낮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엔 ‘유니태스팅’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고 터클은 주장한다.
몇 년전 야후와 IBM이 재택근무 금지령을 내려 화제가 됐다. 터클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근무가 오히려 “생산성과 창의력”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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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 책을 통해 주장하는 건 명확하다. 전통적인 대화를 복원하라는 것. 대화의 회복이야 말로 창의력의 바탕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 뿐 아니다. 공감력과 생산성까지 회복할 수 있게 해 준다. 그게 셰리 터클이 일관되게 하는 주장이다. 3분마다 화면을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세대들은 특히 새겨들을 주장인 것 같다.
(셰리 터클 지음/ 황소연 옮김, 민음사 2만1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