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트코인-이더' 왜 증권 아니라고 봤나

SEC "충분하게 분산적"…판매방식에 주목

금융입력 :2018/06/15 15:30    수정: 2018/06/15 16:0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비트코인, 이더 같은 암호화폐는 증권인가?”

이 질문에 대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내놨다.

윌리엄 힌맨 SEC 기업금융국장은 14일(현지시간) 야후 파이낸스 주최로 열린 ‘올 마켓 서밋: 크립토’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증권으로 보기 힘들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이 같은 해석은 “암호화폐는 증권이 아니다. 비트코인을 포함하기 위해 증권 개념을 변경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제이 클레이튼 SEC 위원장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사진=SEC)

힌맨 국장은 이날 “증권인지 여부 판단의 핵심 기준은 판매방식과 구매자들의 합리적인 기대 여부”라고 설명했다. 중앙집중적인 제3의 발행기관이 있을 경우에만 증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단 설명이다.

이런 기준을 적용할 경우 비트코인이나 이더처럼 충분히 분산된(sufficiently decentralized)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운용되는 암호화폐는 증권으로 보기 힘들다.

■ "제3의 기관이 관리할 것이란 기대 없으면 증권 아냐"

SEC의 이번 유권해석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불확실했던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를 명확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 동안 미국 내 주요 기업과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분류해선 안된다고 주장해 왔다. 일단 증권으로 간주되는 순간 SEC의 정밀 감시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 대표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지난 3월 SEC 관계자들과 회동했다. 당시 모임엔 투자자와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했다.

안드리센 호로위츠가 SEC와 긴급 회동한 것은 암호화폐를 증권 범주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당시 SEC가 증권을 확대 해석하는 방식으로 암호화폐까지 포괄할 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윌리엄 힌맨. (사진=SEC)

이런 우려와 달리 SEC는 “판매되는 방식과 (구매자들에게) 약속하는 방식, 그리고 구매 행동 같은 것들이 핵심 판단 기준”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할 경우 충분히 탈중앙집중화된 네트워크에서 유통되는 암호화폐는 금이나 석유 같은 상품과 같이 취급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힌맨 국장은 “암호화폐 네트워크가 충분히 분산돼 있고, 구매자들이 더 이상 제3의 기관이 관리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면 그 화폐는 증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암호화폐 공개(ICO)에 대해선 다른 입장을 보였다. 중앙집중적인 기관이 ICO를 할 경우 증권가 유사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힌맨 국장은 “(많은 ICO에선) 주최자들이 시스템을 구축하며, 투자자들은 그 곳에서 수익을 올릴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자금을 투자한다”면서 “이 경우엔 통상적인 주식 판매와 경제적인 토대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주최자들이 뭔가 가치 있는 것을 만든 뒤 2차시장에서 토큰을 판매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란 얘기다.

■ 1946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하우이테스트' 이론 원용

이 같은 기준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증권 해석과 맥을 같이 한다고 테크크런치가 전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46년 'SEC 대 하우이(Howey" 사건에서 주식에 대한 유권 해석을 했다. 당시 쟁점은 호텔들이 손님들에게 오렌지 나무에서 나오는 이익을 판매하는 행위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게 쟁점이었다.

오렌지 나무에 투자한 손님들은 직접 땅을 경작하는 대신 호텔이 관리하는 서비스를 통해 창출되는 이익에 투자를 했다. 이런 방식의 투자 상품은 주식의 범주에 해당되는 것으로 미국 연방대법원은 해석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각종 암호화폐들. (사진=지디넷)

이 소송에서 연방대법원은 '하우이테스트'란 유명한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 아래 네 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투자 계약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었다.

첫째. 금전 투자인가.

둘째.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가 있는가.

셋째. 금전투자는 일반적인 활동인가.

넷째. 모집자나 제3자의 노력으로부터 수익이 나오는가.

힌맨은 “1946년 소송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토큰이나 코인은 네트워크에서 사용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광범위한 대중들에게 판매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트워크가 실제로 만들어지기 전에 토큰이 실제 사용자가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판매될 경우 SEC는 주식과 굉장히 유사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힌맨 국장은 또 “토큰이나 코인이 작동하는 네트워크가 충분하게 탈중앙집중적으로 돼 있을 경우엔 SEC는 더 이상 그 상품을 증권으로 규제하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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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준을 적용할 경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모두 ‘티핑포인트’에 도달했다는 게 SEC의 판단이다. 충분히 탈중앙집중적인 형태가 됐기 때문에 주식으로 보기 힘들단 해석이다.

하지만 리플이 발행하는 XPR 같은 다른 화폐에 대해선 구체적인 해석을 내놓지 않았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