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을 불문하고 기업들이 챗봇(채팅로봇) 도입에 한창이다. 챗봇은 면대면 혹은 유선 상으로 소비자를 대하던 상담사를 대체하고, 반복되는 질문과 답변을 학습하면서 회사의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KPMG 인터내셔널이 글로벌 유통 기업 임원 285명을 대상을 조사한 결과 챗봇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은 39%에 달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 모든 기업이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위해 챗봇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챗봇보다는 면대면 상담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지만, 잘 둔 챗봇 하나로 마케팅 및 영업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뿌리치기 힘든 옵션이다.
금융 및 유통 관련 기업들은 빅데이터 활용 및 자가 학습이 가능한 챗봇으로 상품 추천 및 정보 제공, 상담 기능을 제공한다. 이외 빅데이터 처리 없이 단순 구매 및 정보 제공, 상담용으로 챗봇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은 카카오톡·라인·페이스북 메신저 등 유명 메신저를 채택할 수 있다.
각 쓰임새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인 챗봇 동향을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금융·유통 챗봇 ‘로보어드바이저’, 개인 맞춤 상품 추천이 특징
금융, 유통 기업의 챗봇의 경우 상품을 추천해주는 데 특화돼 있어 ‘로보어드바이저(Robot Advisor)'로도 불린다. 특히 이들 챗봇이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추천하는 밑바탕에는 빅데이터가 깔려 있어, 여타 메신저에 탑재되지 않고 자사 모바일 앱이나 사이트 등 회사 고유의 플랫폼에서 구현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쇼핑 강세에 유통업계는 챗봇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2월 상품 추천 챗봇 ‘로사’를 출시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소비자 구매 정보를 분석해 맞춤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챗봇 ‘S마인드’를, 신세계몰은 ‘1:1 소비자 상담’ 챗봇을 도입했다. 11번가도 지난해 11월 생필품과 식음료 상품에 최적화된 ‘마트챗봇’을 선보였다.
상담 전화가 많은 홈쇼핑 업계도 챗봇 도입에 나섰다. GS샵, CJ오쇼핑, 현대홈쇼핑은 지난 2015년부터 챗봇 서비스를 적용했다. NS홈쇼핑도 챗봇을 사용한 상담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들 챗봇은 소비자의 구매 패턴, 행동, 선호 정보 등을 토대로 실제 가게 점원처럼 개인 맞춤 추천 기능을 수행한다. 야간, 휴일 등 상담이 불가능한 시간에도 챗봇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실제로 챗봇을 통해 업무 효율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몰이 1:1 소비자 상담 챗봇을 도입한 지 한달여 만에 전화 문의 건수가 하루 평균 9.5%, 이메일 상담은 32.4% 감소했다.
종이 전단지보다도 높은 구매 성사율도 자랑한다. 신세계백화점의 S마인드가 제공한 정보를 통해 실제 구매로 이어진 응답률은 60%에 달해, 기존 인쇄 매체를 통한 응답률보다 12%p 높았다.
금융권에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 상품을 추천해주고 업무 상담을 지원하는 챗봇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시중 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이 2016년에 처음으로 ‘금융봇’을 출시한 이후 지난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각각 ‘위비봇’, ‘HAI뱅킹’이라는 상담 챗봇을 도입했다. 올해 초 신한은행은 '쏠‘에 챗봇 기능을 탑재했다. 국민은행도 연내에 챗봇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는 카카오뱅크가 상담 챗봇을 이달 중순쯤 도입할 예정이다.
증권 및 보험, 카드사, 저축은행에서도 챗봇 상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자체 플랫폼에 상품 추천 챗봇 ‘벤자민’을, 웰컴저축은행은 카카오톡에 ‘웰컴봇’을 탑재했다.
금융권에서 챗봇이 아직까지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이른바 감정노동 업종으로 분류되는 텔레마케터들의 고충을 일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 카카오톡 등 대중적인 메신저에 챗봇 탑재
기업들은 대중적인 메신저에 챗봇을 탑재해 소비자 접점을 늘리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카카오는 전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자사 서비스와 연동되는 챗봇을 구현한 한편 많은 기업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자사 챗봇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플러스친구를 통해 검색되는 챗봇은 수천 개에 달한다. 이중 카카오서비스에 대한 챗봇은 ‘플러스친구’, ‘프리미어리그봇’, ‘프로야구봇’, ‘카카오i번역’, ‘카카오멜론’, ‘카카오T’, ‘메이커스위드카카오’, ‘카카오톡 주문하기’를 비롯해 6월 중순 출시 예정인 ‘카카오뱅크’까지 총 9개다.
카카오는 현재 제휴 파트너사 및 관계사를 대상으로 챗봇 개발 툴인 카카오i 오픈빌더를 제공해 챗봇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연내에 카카오i 오픈빌더를 완전 공개할 계획이다.
나머지 플러스친구를 통해 검색되는 개인 및 타기업의 챗봇은 외부 개발 툴을 통해 만들어져 카카오톡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한 챗봇이다. 이들 챗봇으로는 아시아나항공, GS리테일 등의 챗봇, NH농협의 금융봇, 동부화재의 알림톡 등이 있다.
이외에도 선거철 일부 후보자들은 카카오톡에 공략 사항을 소개하는 챗봇으로 유세활동을 하며, 카카오게임즈는 골프 부킹 서비스라는 이색 사업을 챗봇을 통해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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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라인 메신저와 네이버톡톡을 통해 챗봇을 구현한다. 이들 메신저에서 버거킹, 도미노피자 등의 챗봇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할 수 있으며,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등 뷰티 기업의 제품도 구매할 수 있다.
지난달 네이버 자회사 NBP는 라인과 네이버톡톡, 카카오톡 등에 챗봇을 탑재할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하는 챗봇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