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윤 스캐터랩 "강아지만큼 친근한 AI 챗봇 만든다"

"개발중인 챗봇 '핑퐁'은 감정까지 표현"

일반입력 :2018/05/29 18:12    수정: 2018/05/31 08:23

“인공지능을 단순한 기계로 생각하진 않는다. 좀 더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나 컴퓨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이 있는 것 같다. 우리 경쟁자는 강아지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제품과의 관계나 감정이 반려동물과 비슷하다면 좋은 그림이 아닐까?”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이상적인 인공지능 챗봇에 반려동물 같은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2011년 회사 설립 때부터 ‘소통’이란 키워드를 유난히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내놓은 서비스들은 거의 대부분 소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3년 2월 처음 내놓은 '텍스트앳'은 카카오톡 기반의 감정 분석 서비스였다. 이후 연인끼리 사용하는 메신저 앱 비트윈에서 오간 대화를 통해 연애를 매니징 해주는 ‘진저’, 연인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통해 연애 감정을 파악하는 ‘연애의과학’까지 모두 대화·소통과 관련 있다.

김 대표가 이처럼 소통에 꽂힌 이유를 듣기 위해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스캐터랩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에선 28명의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3개월 동안 집에도 가지 않고 챗봇 서비스 '핑퐁' 개발에 몰두한 김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

■ "일상대화 AI는 제품과 사용자 더 가깝게 만드는 기술"

김종윤 대표는 대화형 인공지능(AI)을 인류 역사상 가장 특이한 형태의 제품이라고 봤다.

김 대표는 “대화형 AI 제품을 출시한 애플, 아마존 등 거대 IT 기업들은 현재 사용자가 요구한 임무를 수행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며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상대화나 감정적인 요소를 더 추가하면 좀 더 인간과 같은 모습의 인공지능이 탄생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김 대표가 말하는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이란 인간보다는 강아지에 더 가깝다. 현재 스캐터랩이 데모 버전을 준비 중인 일상대화 AI 기술 핑퐁도 마찬가지로 강아지와 같은 존재가 되고자 한다.

김종윤 대표는 “왜 일상대화 기술을 만들고자 했는지 스스로 고민해본 결과, 인공지능 기술 중에서도 대화형 인공지능이 사용자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제품과 사용자를 훨씬 가깝게 만들어주는 기술이 있다면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핑퐁이 탑재된 제품이 출시된다면 반려동물 비슷한 수준으로 사용자와 관계를 맺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업 초기 때부터 '대화'만 팠다"

사실 김종윤 대표는 텍스트앳을 만들기 위해 스캐터랩을 설립했다고 한다. 텍스트앳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넣으면 대화 속 감정을 분석해주는 도구다. 창립 시 엔젤매칭 펀드로 2억원을 투자받았다.

김 대표는 “텍스트앳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 서비스로는 큰 회사로서의 비전은 없었다”며 “다만 채팅, 메시지 데이터가 재밌는 데이터라는 걸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텍스트앳

김 대표는 메시지 데이터를 갖고 좀 더 개발된 서비스를 만들었다. 감정 분석뿐 아니라 관계를 매니징하는 서비스 진저를 개발해 추가로 13억원을 투자받게 됐다.

그러나 진저도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다. 비트윈이란 앱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많은 이용자를 끌어 모으기엔 역부족이었다.

김 대표는 “진저를 통해서는 마케팅을 하기 어려웠다”며 “모바일 서비스다 보니 페이스북 등을 통해 마케팅을 하더라도 커플이 아니면 쓸 수 없다 보니 효율이 안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진저가 나의 기분을 물어봐주고, 안색을 살폈던 것과 같은 인공지능의 세심한 면모에서 또 한 번 실마리를 찾았다.

김 대표는 “원래 진저는 여자친구의 기분을 파악하기 위해 만든 거였는데 내가 피곤할 때 피곤하냐고 물어볼 줄 아는 진저에 대해 애착을 느끼게 돼 이쪽 방면으로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김 대표는 현재의 핑퐁 프로젝트에 다다랐다.

■"감정형 AI로는 네이버와도 겨룰 자신 있다"

핑퐁은 현재 2천 가지로 답할 수 있다. 딥러닝으로 자연스럽게 학습하면서 답변 종류는 점점 더 많아지게 된다.

핑퐁은 현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단어들을 기반으로 학습했기 때문에 교과서처럼 딱딱하게 답하지도 않는다. 가령 사용자가 퇴근 후 불만에 차 “대표가 꼰대야”라고 말하면 핑퐁은 “진짜 싫네요”라고 답할 수 있다.

탁구공처럼 '핑퐁' 거리며 공이 오가듯 끊기지 않는 대화가 가능한 것도 핑퐁의 강점이다.

사용자가 "일하는 거 너무 스트레스야"라고 말하면 핑퐁은 "뭘 그런 걸로 스트레스받아"하고 되받아친다.

핑퐁과 여타 챗봇의 답변 비교(출처=스캐터랩)

핑퐁은 언어가 아닌 이모티콘으로도 답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대표 없다”라고 말하면 핑퐁은 신나는 이모티콘을, “여자친구 없다”라고 말하면 슬픈 이모티콘으로 답했다.

김 대표는 이같은 대화형, 이모티콘형 두 가지 버전의 핑퐁 데모를 먼저 출시할 예정이다. 이후 파트너들과 협의를 통해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제공하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스피커와 같은 하드웨어도 갖춘 B2C 비즈니스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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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해외 IT 기업, 카카오나 네이버와 같은 국내 기업도 대화형 인공지능에 몰두하고 있지만, 김 대표는 적어도 감정을 이해하는 인공지능이란 측면에서는 싸워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아직 시작”이라며 “앞으로 훨씬 더 재밌고 제품의 사용자 경험을 증대시킬 수 있는 것들을 차차 공개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