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갤럭시 차기작, 트렌드 만들까

[기자수첩] 안정화는 창조적이지 않다

기자수첩입력 :2018/06/08 16:36    수정: 2018/06/11 10:22

트렌드는 사람을 끌어모은다. 주위를 둘러보면 너도나도 트렌드를 쫓기 위해 바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트렌드는 새로움과 소비자의 수요가 만났을 때 형성되기 시작한다. 시장에서 트렌드는 소비자가 앞다퉈 물건을 사도록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사용하는 것은 트렌드라고 부르기 어렵다.

기업은 그렇게 트렌드를 만들고 성장한다. 혁신을 통해 소비자가 무엇을 필요로 할지 상상하고 기존에 없던 상품과 산업을 만든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로 컴퓨터 시장의 균형을 깨트리고 성공의 발판을 만든 것처럼 말이다. 새로움을 가미한 혁신이 소비자의 검증을 받으면 시장이 열리고 수익이 창출된다.

스마트폰 업계에도 트렌드가 있다. 시장조사기관과 미디어는 연말쯤 다음 해에 트렌드가 될 스마트폰 기능들을 전망한다. 올해 스마트폰 트렌드로 거론된 기능들 중 트리플 카메라, 노치 디자인 등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화면 사용성 문제로 비판을 받았던 아이폰X의 노치 디자인과 중국 루머발 트리플 카메라가 트렌드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

그런데 웬걸, 현실이 됐다. 화웨이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새 전략 스마트폰 P20을 공개했으며, 최근 들어 삼성과 애플이 내년 신제품에 탑재할 것이라는 루머도 나오고 있다. 노치 디자인은 주요 스마트폰 업체의 신제품에 확대 적용됐으며 애플이 올 가을 내놓을 신제품에도 계승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는 애플과 화웨이는 혁신이 없다는 지적을 피했을 뿐더러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애플은 기존의 '마이웨이' 방식을 이어가는 듯하다.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중국 기업들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전에 사라진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 렌더링 이미지.

비판도 관심이라고 했던가. 스마트폰 시장 1위인 삼성전자에는 최근 스마트폰 기능이나 디자인에 대한 비판이 잘 없어보인다. 그도 그럴 게 삼성 스마트폰은 외관 디자인, 사용성 등 측면에서 이미 완성도가 높다.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에 대한 지적은 혁신이 없다는 점이 주를 이뤘다.

물론 1위인 삼성전자의 위치에서는 실패의 선례를 남기는 데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최대 경쟁자로는 프리미엄 강자 애플이 버티고 있으며, 중국 업체들은 수익 확보에 유리한 거대한 내수 시장, 정부의 지원금, 선두 업체를 넘어서야 하는 환경 속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강행하는 데 좋은 상황이다.

좋은 기업은 현재 상품이 최고 수익을 올릴 때 이미 새로운 제품 개발에 나선다고 했다. 한 경제학자는 혁신을 통한 수입은 초기에 영 신통치 않을 수 있고 심지어 마이너스일 수도 있지만, 소비자가 인정하는 순간 수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반면 모방은 처음에 안정적인 이익을 챙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0에 가까워진다고 했다.

다가오는 8월에는 회사의 하반기 신제품인 갤럭시노트9이 출격을 대기 중이다. 갤럭시노트9의 전작인 갤럭시노트8은 제품의 완성도와 소프트웨어 개선이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삼성 스마트폰 최초로 듀얼 카메라가 탑재됐지만, 애플과 중국 등 주요 제조사들이 앞서 탑재한 기능으로 와우 포인트 역할을 하기엔 무리가 있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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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업자의 새 먹거리로 인공지능(AI) 솔루션, 사물인터넷(IoT) 기능이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만큼, 소비자의 눈은 하드웨어 혁신에 쏠려있다.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크게 진화해 각광받는 날이 오더라도 하드웨어의 발전은 어떤 형태로든 이뤄지기 마련이다. 어떤 상품도 영원히 살아남을 수는 없다.

스펙 경쟁이 한계에 도달한 지금이 어쩌면 새 트렌드의 출발지점일 수도 있다. 애플의 자신감과 중국의 도전 정신에 맞서 삼성은 뭘 내세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