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혁신안에 대한 과학기술학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학계는 정부의 혁신 전략에 긍정적인 기대를 보이는 한편,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등 3개 과학기술석학단체는 5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가 R&D 혁신전략’을 주제로 ‘3대 한림원 공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가R&D 혁신방안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모아 정부 정책에 반영하고자 마련됐다.
학계는 정부의 R&D 혁신 추진 전략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세부 시행안에 대해서는 연구 현장에 맞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각 연구자들이 R&D 현장에서 느낀 개선 의견을 제안했다. 연구 심사제도나 여성 인력 확충, 중규모 과제 확보 등의 주장이 제기됐다.
■"예타 기간 줄이고, 연구 중복 기준 바꾸고..." 학계, R&D 혁신안 고도화 제시
류광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책국장은 ‘국가 R&D 혁신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현 정부에서 추진할 사람 중심 R&D 혁신방안의 큰 틀을 제시했다.
류 국장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연구자 중심의 R&D 체계 정립을 준비하고 있다. 또 고위험 연구의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대학·공공연·기업·지역 등 혁신 주체의 역량 강화를 꾀하기 위해 각 주체 간 협력과 연계도 확대한다.
과학 기술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미래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정책 수립 과정에서의 국민 참여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복원하고, 매 6개월마다 혁신방안 성과를 점검해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는 과기정통부 장관을 부총리 겸 국과위 부위원장으로 격상하고, 매월 부총리가 해당 회의를 개최해 관련 현안을 조정하는 식으로 참여정부 시절 진행됐다.
정부는 국가 R&D 혁신방안을 이달까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보고하고 내용을 확정할 계획이다. 또 올 하반기 관계부처와 함께 분야별 혁신역량 고도화를 위한 개별전략을 수립하고, 범부처 이행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은 이런 국가 R&D 혁신방안에 대한 업계 검토 의견을 소개했다.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수행 과정이 고도화돼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유옥준 부원장은 "과기정통부가 실질적인 예산 조정권, 분배권을 가져야 한다"며 기재부가 연 1회 예비타당성 결과를 평가하는 현재 제도를 개선, 심사 기간이 단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구 프로그램의 이원화가 필요하다"며 "기획, 심사, 평가 등이 별도의 기준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 중복의 기준도 다르게 설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 부원장은 "현재는 제목이 같으면 중복 판정이 나오고 있는데, 과제 성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발견을 목표로 하는 연구과제의 경우 연구 수행 도중 주제 변경을 허용하며 연구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계속 과제 지원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규모 과제 확충·심사위원 제도·연구관리기관 통합 정비 등 R&D 혁신안 쏟아져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노정혜 서울대교수를 좌장으로 고재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박상욱 서울대 교수, 박소정 이화여대 교수, 송시영 연세대 교수,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부원장, 장재수 삼성전자 대표임원, 차국헌 서울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토론 패널들은 국가 R&D 혁신 전략에 대한 학계, 산업계, 출연연, 여성, 젊은 과학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점과 향후 국가 정책이 나아가야 할 역할 등에 대해 활발히 논의했다.
고재원 DGIST 교수는 "초소형, 초대형 과제가 아닌 중규모 과제를 확충해 국가 R&D 생태계의 균형 유지가 필요하다"며 "현 집단 과제는 규모나 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자 창의성을 더 향상시키거나 국가 R&D에 기여하는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연구과제 평가에 대해, 심사위원에 대한 연구자의 불신도 깊다고 강조했다.
고재원 교수는 "심사위원 관리, 선정을 위한 혁신적, 파괴적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동일 연구분야가 아닌 타 연구분야와 경쟁하는 현 체제, 심사위원 편견, 평가자의 비전문성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역설했다.
박상욱 서울대 교수는 현재 1부처 1기관에 그치는 연구관리기관을 연구개발 단계에 따라 4~5개 기관으로 통합 정비하고, 연구관리기관이 특정 부처 산하에 예속되는 대신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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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초 연구 지원 확대 정책은 긍정적이지만, 단순 예산 배분 식은 지양하고, 다양한 규모의 과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봤다.
박소정 이화여대 교수는 "여학생 수의 증가가 우수 여성 과학인력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연구비 선정에 있어 여성 장려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