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메모리 가격담합 조사는 생트집"

韓업계 "가격 상승은 시장 현상…담합 없다" 예의주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06/05 15:42    수정: 2018/06/05 17:01

"가격 담합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현재 메모리 시장 환경은 철저히 시장 현상에 의해 좌우됩니다. 무작정 생트집부터 잡고 보는 중국의 검은 속내가 뻔히 보입니다."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전방위 조사 압박에 대해 한 마디로 정리했다. 근거는 단순했다. 최근 D램 가격이 급격히 오른 원인은 특정 업체들의 담합이 아니라 시장 원리에 따른 자연스런 경제 현상이라는 것이다. 업체들이 짜고 반도체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렸다는 게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글로벌 D램 3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미국 마이크론을 상대로 이른바 '가격 담합' 조사에 착수하자, 관련 업계는 한목소리로 "중국 측 주장에 근거가 없다"며 "중국의 이해관계가 업체들의 가격담합 의혹으로 불거진 게 안타깝다"고 반응했다.

중국 정부가 글로벌 D램 3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미국 마이크론을 상대로 '가격 담합' 조사에 착수했다. (사진=픽사베이)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 산하 반독점국이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에 위치한 이들 회사의 사무실에 갑작스레 들이닥친 건 지난달 31일이었다. 지난 2월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이들 사무실을 방문해 '반도체 가격을 올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지 반 년도 채 안 된 시점이다.

반독점 당국은 3사가 D램 메모리반도체 가격 담합에 관여했는지, 또 수급 부족을 악용한 속칭 '끼워팔기' 등의 위법을 저질렀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국 유력 현지 언론도 "메모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 우리 정부 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것"이고 "절차상 자연스러운 조사"라고 정부 방침을 비호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말고도 전세계에 보는 눈이 많다. 또 반도체, 특히 메모리 가격은 스마트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의 발전으로 수요는 늘어났지만 제조사 3곳이 전체 파이를 삼분하는 등 재화가 한정된 구조다"라며 "미세공정 전환으로 수급이 원활치 않아 일어난 일이 가격 급등 현상이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구조적인 호황인데 왜 가격이 오른 책임을 공급사에 떠넘기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반독점국은 3사가 D램 메모리반도체 가격 담합 등의 위법을 저질렀는지 조사하는 중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중국은 '반도체 굴기(일으켜 세움)'를 국가 시책으로 삼고 이 분야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달 초엔 우리 돈 51조원에 달하는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연간 2천억 달러에 달하는 반도체 수입액을 줄이고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칭화유니 등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메모리 양산에도 나설 계획이다.

국내 업계는 반독점국 조사의 핵심이 이 부분에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입장에선 반도체 최대 수입국에서 최대 수출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눈앞의 걸림돌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 45.6%, SK하이닉스 27.2%, 마이크론 23%으로 기록됐다. 중국 입장에선 글로벌 D램 시장을 95% 장악하고 있는 D램 3사와, 그 중에서도 75%의 점유율을 보유 중인 삼성과 SK가 눈엣가시다.

D램 수요가 공급 증가율을 웃돈다는 사실도 단지 '주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대만 칩 제조사 난야는 올해 D램 수요 증가율을 22%, 비트 당 공급 증가율을 21%로 예상했다. 메모리 전문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도 "가격이 급증하는 원인은 한정된 공급 물량에 기인한다"며 "선두업체들이 서버와 모바일용 D램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올해 추가되는 생산설비는 연말까지 풀가동 체제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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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 45.6%, SK하이닉스 27.2%, 마이크론 23%으로 기록됐다. (자료=IDC)

만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담합 등 위법행위를 했다고 판정되면 업계 추산 최대 80억 달러(약 8조6천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과징금을 넘어 수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국내 수출 4분의 1 비중을 차지할 만큼 의존도가 높는 시장이다. 특히 대중(對中) 수출품 중 약 80%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부품이다.

반도체 업계는 중국 당국의 조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도 촉각을 곤두세워 지켜보고 있다. 또 다른 방안은 정부의 협조를 얻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책임지는 산업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의견 조율을 통해 대응 방안과 수위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을 방문 중인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직접 나서 중국 중산 상무부장을 만나 중국 정부의 객관적인 조사를 촉구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