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사회에 기여하는 센서 기술 개발중"

[인터뷰] 박정원 캐나다 오타와대학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 교수

디지털경제입력 :2018/06/05 14:02

박정원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는 20년 넘게 센서, 재료공학 분야를 연구해온 이 분야 전문가다. 자율주행, 에너지, 스마트홈 등 센서가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진행 중이다. 웨어러블 기기, 의료 사물인터넷(IoT) 발전과 함께 주목받는 헬스케어 역시 주요 연구 분야 중 하나다. 박 교수는 사람들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불치병 환자의 질환 진행 속도를 좀 더 늦출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3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기자와 만난 박 교수는 “사람들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고 나아가 산업에 기여하는 기술 개발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2003년 서울대학교 재료 미세구조 공학센터(Center for Microstructure Science of Materials)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한 후 15년간 해외에서 연구해왔다. 2016년부터 머문 오타와대에선 현재 직접 연구실을 운영하며 치매환자, 고령자 등을 위한 웨어러블, IoT 기술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박정원 캐나다 오타와대학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 교수.(사진=지디넷코리아)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현재 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치매환자들을 위한 기술은 환자 뇌 속에 뇌파 측정, 전기적 자극이 가능한 마이크로 전극(microelectrode)을 집어넣는 것이다. 박 교수와 연구팀 동료들은 치매환자 10명 중 2명 정도가 마이크로 전극을 시술받으면 질환 진행 속도가 어느 정도 지연된다는 결과를 발견했다.

단, 마이크로 전극 시술 과정이 어려워 환자 동의를 받는 것은 물론 의료진 부담이 큰 점이 걸림돌이다. 환자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두개골을 열고 마이크로 전극을 지정된 뇌 속 위치에 정확히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마이크로 전극은 시술 받은 치매 환자들의 질환 악화 속도를 지연시켰다”며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술 받은 환자는 복용 중인 의약품, 치료 프로그램과 함께 복합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령자를 위한 센서 기술은 이동(mobility) 데이터에 집중한다. 고령자들의 활동량, 걸음걸이 속도, 자세, 운전 습관, 운전 시 신체 상태 등 데이터를 확보해 고령자 건강 상태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같은 고령자 건강 데이터가 몇 년에 걸쳐 모인다면 다양한 고령자 질병, 치료법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령자가 자주 이동하는 복도를 걸어갈 때 속도 변화나 걸음걸이 자세 등에 대한 데이터가 모여 의료진이 진찰할 때 참고할 수 있다면 더 정확한 처방이 가능하다. 고령자들은 자신의 몸 상태를 잊고 장시간 운전하는 경우도 많은데 운전 시 건강 데이터도 모으면 적합한 치료를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령자들이 많은 의료기관, 요양원 같은 곳에서 이같은 경험 데이터를 몇 년 동안 확보할 수 있다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진찰이 가능하다.”

박 교수가 연구 중인 또 다른 기술은 피부에 붙여 땀 성분을 분석하는 웨어러블 센서다. 일반인이나 운동선수가 운동 중 흘리는 땀 속 성분, 피부나 온도 상태 변화 등을 측정해 착용자 건강 상태나 탈수 현상 등 이상 증상을 신속하게 알리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현재 연구 중인 기술 목표는 의료기기처럼 정확한 진단보다는 건강관리를 위한 추천 기능, 정보 제공이다. 확정이 된 진단이 아닌 경고 신호 등을 보내는 것”이라며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은 국방 쪽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적정한 훈련 양을 정하는 등 군인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연구실에선 피부 아래 삽입해 혈중 특정 성분을 분석하는 센서 기술도 연구할 계획이다. 3D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센서 기술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3D프린팅은 다양한 재질과 굴곡된 모양을 구현할 수 있고 신체에 삽입할 수 있는 출력물도 만들 수 있어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까닭이다.

■ "개인정보 활용 위해선 제공자에게 이익 줘야"

박 교수는 오타와대 다른 학과 연구원, 캐나다 의료기관과 함께 기술을 연구 개발 중이다. 지난 5월 말 한국을 찾은 이유도 새로운 헬스케어 기술을 함께 연구 개발할 전문가, 기업을 찾기 위해서다. 이달 6월 중순까지 중국 홍콩, 선전, 광저우, 상하이 등을 연이어 방문한다. 박 교수는 “연구실에만 있으면 어떤 새로운 기술이 있는지 어떤 기업이 어떤 기술력을 가졌는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머문 약 일주일간 박 교수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등 다양한 기관을 찾았다. 반도체 분야 중소기업과 삼성전자 등 기업도 만나 인재 교류와 협력 기술 분야 등을 논의했다.

박 교수는 “KRIBB와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 소속 연구원과 함께 우주비행사 대상 바이오센서를 개발하려고 한다”며 “현재 우주선 안과 밖에서 우주비행사들이 보내는 생활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소마다 특색에 맞게 사업화에 대해 얘기했다. 중소기업에는 본인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기술적 논의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헬스케어가 다양한 산업과 기술간 융복합이 활발한 분야이므로 인재와 기술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과 정부기관, 전문가 역시 이같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소기업은 기술이나 인재 네트워크를 갖추기 힘든 만큼 도움이 필요하다. KIAT에 중소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는 사업화 프로그램 등에 대해 논의했다”며 “한국 정부엔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 하반기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국 정부와 연구소 관계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위원들도 참석하는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며 “해외와 한국이 다른 점들, 중소기업들이 힘든 점들, 규제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헬스케어 산업을 키우는 또 다른 중요 요소로는 개인정보 활용을 거론했다. 캐나다 역시 개인정보 활용 조건이 엄격하다. 특히 서구권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어 확실한 보안과 개인 동의가 전제돼야 활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제도적 문제 외에도 헬스케어 기업들이 사람들로부터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이익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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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개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면 응급 사고 현장에 있는 응급구조대원에게 의료진이 원격으로 데이터를 받고 긴급 조치를 지시할 수 있다”면서도 “캐나다에서도 사실 개인 정보 활용은 개인 사생활 문제로 활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헬스케어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활용하려면 우선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이익을 줘야 한다”며 “이익과 사회적 합의(consensus), 정보 보안이 담보돼야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