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불 켜진 스마트모빌리티...한국은 빨간불

디디추칭, 그랩 세 확장...한국은 규제 장벽에 몸살

인터넷입력 :2018/06/05 08:33    수정: 2018/06/05 08:33

#직장인 최모씨㊶는 해외출장 때마다 휴대폰에 '우버' 애플리케이션 하나만 준비했었지만, 최근에는 방문하는 국가에 따라 이용하기 편리한 택시, 카셰어링 등 다양한 앱을 설치해 사용 중이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에 '그랩', '디디추싱'에 이어 '마이택시'까지 이동수단 관련 앱이 늘어만 가고 있다.

'스마트모빌리티'가 4차 산업혁명기술로 각광 받는 가운데 경제적인 요금에 편리한 이동을 경험하는 사용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모빌리티 기업들의 성장도 가속화 되면서, 자국을 넘어 글로벌 패권 싸움에 참전하는 모습이다.

한국의 경우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은 전세계에서 가장 복잡해 스마트모빌리티 기술이 필요한 교통 중심지로 꼽힌다. 카카오T택시가 뛰어난 편리성과 마케팅으로 국내 스마트모빌리티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으나, 다음에 예정된 차량공유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 스마트모빌리티 파워 확장하는 중국, 디디추싱

중국은 차량호출 1위 기업 '디디추싱'을 필두로 스마트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디디추싱은 적극적인 세력 확장 전략을 펼쳐 글로벌 선두 업체인 우버의 중국 법인을 인수하고 중국 내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디디추싱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인 폭스바겐과 합작사를 설립해 자율주행차와 로봇택시 사업을 준비 중이며 소프트뱅크와 함께 일본 택시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디디추싱은 본 무대인 중국을 넘어 브라질, 유럽, 북아프리카, 호주까지 공격적으로 진출했다. 브라질 택시 호출 서비스 업체 '99'를 인수, 그간 브라질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우버에게 또다시 '중국 우버 인수'의 악몽을 재현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이 회사는 유럽과 북아프리카, 호주 전역에서 택시를 운영 중인 '택시파이'에 자금투자 및 기술지원을 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13개국 80개 도시에서 25만명 운전 기사를 보유하고 있는 차량호출업체 '카림'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전세계에서 디디추싱의 스마트모빌리티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디디추싱은 현재 스마트모빌리티 기업들의 가장 두려운 존재로 꼽힌다. 샤오미, 알리바바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것과 같이 중국의 인구수를 앞세운 거대한 내수 시장 규모가 발판이기도 하지만,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디디추싱은 이런 경쟁 속에서 수 만명 수준의 개발자를 확보해 기술력도 빠르게 갖추면서 중국 대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 차량공유 격전지로 급부상한 동남아시아

삼성전자는 동남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그랩(Grab)'과 전략적 제휴(MOU)를 체결했다.(사진=삼성전자)

동남아 지역은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고, 모바일 인프라가 뒤쳐져 있으며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아 스마트모빌리티와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한국보다 더 큰 성장을 하고 있는 격전지다.

인구 6억 명의 거대한 시장을 보유하고 최근 모바일 사용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는 현지화 전략과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을 보유한 '그랩'과 '고젝'이 등장해 대표적인 스마트모빌리티 기업으로 이름을 떨치며 디디추싱과 마찬가지로 우버를 밀어냈다.

2012년 말레이시아의 복잡한 택시 시스템 해결에 나선 그랩은 현지인들이 신용카드를 보유하지 않는 점에 착안, 현금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오토바이를 많이 이용하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태국에서는 오토바이 공유서비스 '그랩바이크'도 선보였다.

디디추싱과 마찬가지로 최근 우버의 동남아 사업을 인수 함으로써 동남아시아 차량공유 시장의 최강자로 떠올랐으며, 이 여세를 몰아 택배 서비스 '그랩익스프레스', 모바일 결제 '그랩페이', 음식배달 서비스인 '그랩잇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스마트모빌리티와의 시너지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그랩에게 도전장을 내민 고젝 역시 만만찮은 성장세를 자랑한다. 구글-텐센트가 고젝에 투자함으로써 그랩에 투자한 소프트뱅크와 함께 글로벌 IT 유니콘 기업들의 격전지가 됐다. 그랩은 기업가치가 약 5~6조원에 달하고, 고젝의 기업가치 또한 4~5조원에 이를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는 한국

카카오택시

세계 최고의 신용카드 보급률과 스마트폰 사용률을 보이는 우리나라는 전세계 기업들이 탐내는 최적의 스마트모빌리티 시장이다. 하지만 대중교통 인프라가 뛰어나 택시 플랫폼에 대한 사용자들의 니즈가 매우 까다로워 최고의 기술력으로 매칭이 이뤄져야 하는 어려운 시장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택시'를 선보이며 스마트모빌리티 시장을 형성해 매우 빠르게 활성화 시켰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이용자의 호출을 도착지까지의 예상 거리와 소요 시간, 택시 기사의 과거 운행 패턴, 교통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호출에 응답할 확률이 높은 기사와 매칭해 주는 '스마트호출'을 추가로 선보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카풀 등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며 택시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에도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또한 자율주행기술 업체인 '마스오토'와의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일본 택시 기업과 양국 연계 택시 호출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전략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미래 스마트모빌리티 기술을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한 국내 스마트모빌리티 기업들의 노력은 기존 사업자들의 반대와 정부의 무관심이란 벽에 부딪친 상태다. 글로벌 시장은커녕, 국내 시장에서도 자유로운 경쟁이 힘든 처지다.

그럼에도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 스마트모빌리티 기업 투자에 적극적이다. 미래에셋이 디디추싱에 2천800억원을 투자했고, 현대자동차도 그랩에 약 266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전자도 그랩과 전략적 제휴(MOU)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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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6월 텍사스퍼시픽그룹(TPG)으로부터 5천억원을 투자 받고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기존 사업자인 택시업계와의 이해충돌 문제와 이를 둘러싼 정부 및 국회의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지속적인 논의를 해나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는 모빌리티 산업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서비스 고도화에 매진하며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모빌리티 산업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이동의 효율을 높이는 혁신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