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변화하는데 정부는 이에 맞는 룰을 잘 찾지 못하는 듯하다. 과정 파악이 안 되다 보니 결과로만 승부를 보려고 한다. 이로 인해 오류가 발생하는 것 같다.”(장준영 변호사)
“통신 규제 정책은 선거기간 포퓰리즘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통신사들이 그간 신산업, 탈통신을 외쳤지만 결국 제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 사업에서 벗어나 탈통신에 대한 논의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박승정 편집국장)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경쟁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게 맞을까. 또 잘할 수 있을까. 10년 전부터 탈통신을 많이 외쳤지만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다. 이런 때일수록 망에 더 집중하고 투자하는 게 맞는 건 아닐까.” (류민호 교수)
전세계 정보통신기술(ICT)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지나친 규제 등으로 위기에 처한 통신사와 포털사, 그리고 변화의 물결에 갈 길을 잃은 언론은 어떤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인정하고, 더 어려운 상황이 닥치기 전에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최선책은 아니더라도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 “통신사, 탈통신에 기회 있다” vs “탈통신 성공 어려워”
미디어산업연구센터와 지디넷코리아는 30일 고려대학교에 중앙광장 CCL 이벤트홀에서 ‘우리나라 ICT 산업,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종합토론에서 호서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류민호 교수는 디지털 전환으로 통신사가 위기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기회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신뢰성과 품질 좋은 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해 신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류 교수는 통신사들이 스마트시티, 드론, 사물인터넷 등의 분야로 사업 모델을 넓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도 있지만,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경쟁자들과 맞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했다. 이에 5G 시대를 맞아 기존부터 잘해온 망 투자와 구축에 더 집중하는 것이 옳은 선택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류민호 교수는 “통신사들이 탈 통신을 10년 전부터 많이 외쳐왔지만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망에 더 집중하고 투자하는 게 맞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디넷코리아 박승정 편집국장은 통신사들이 탈통신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등 제조업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 편집국장은 “선거철 포퓰리즘 정책으로 통신산업의 재규제화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그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통신사들은 망 사업에서 벗어나는 탈통신을 통해 현재의 위기와 우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LG경제연구원의 손지윤 수석연구위원 역시 “ICT 서비스 산업에 있어 모든 정보들을 아마존, 구글이 가져가고 있어 통신사가 과연 신사업을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면서도 “통신사들이 강한 의지를 갖고 제대로 된 탈통신 전략을 세움으로써 기존 사업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건국대학교 권남훈 교수는 통신사들의 탈통신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권 교수는 “수학을 잘하는 학생은 영어도 잘하고 싶어하지만, 결국 이 학생의 경쟁력은 수학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한국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제조업이다. 통신사가 탈통신을 통해 뭔가를 얻기는 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특정사업자 마녀사냥 안 돼”...“언론, 변화에 적응해야”
이날 세미나 토론자들은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기존 연구자들이 인터넷 정책을 논의하다 보니 통신과 방송 규제를 그대로 가져와 쓰려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다. 또 특정사업자를 마녀사냥 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류민호 교수는 “인터넷 규제 논의들을 보면 문제의 본질을 따로 있는데, 하나의 문제가 터지면 그 동안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마녀사냥식으로 특정 사업자(네이버)를 향해 쏟아낸다”면서 “댓글조작 이슈의 경우 결국 특정 소수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만큼 기술적으로, 보다 유연한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서 뉴스 아웃링크 전환을 요구하는 가운데, 포털에 얽매여 있는 국내 언론 생태계와 한계에 대한 부분도 언급됐다.
박승정 편집국장은 “이상은 뉴스 아웃링크로 가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며 “주요 언론사들도 네이버에 의존하고 있고, 결국은 인링크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언론을 생존케 하는 수익모델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그는 “콘텐츠에 대한 적정한 분배 관련 논의가 합리적으로 이뤄짐으로써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남훈 교수는 “10년 전과 이미 언론 환경이 변화했는데 아직 이에 대한 대안이 제대로 정의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 “그러다 보니 (언론사들이) 예전 방식대로 돌아가려 하는데, 그럴 것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새 사업 모델을 만들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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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대학교 김정환 박사는 “옛날엔 언론이 뉴스 생산과 유통까지 했지만, 이제 유통의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변화에 아직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인터넷과 통신 경쟁 환경이 확연히 다른 만큼, 과기정통부나 방통위가 아닌 다른 전문기관들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미나 사회를 맡은 고려대학교 김성철 교수는 “아직은 괜찮지만 국내 ICT 환경이 썩 좋은 상태는 아니다. 골든타임이 얼마 없다”면서 “변화하고 있는 데 모두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연명을 하기 보다는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연구하는 등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