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IoT 센서로 불치병 증상 완화"

박정원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 "파킨슨병 증상 줄이는 기술 연구중"

홈&모바일입력 :2018/05/28 16:38    수정: 2018/06/05 17:17

웨어러블, 사물인터넷 센서 기술이 발전하면서 헬스케어 산업에서 사람들의 건강, 상태 정보를 빠르고 정밀하게 측정해 질병과 사고를 미리 예방하고 불치병 증상도 완화하는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서도 우수한 센서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있지만 사업화에 뛰어들기 전 기술 타깃과 목적, 목표 시장 정책 등을 분명히 알고 국내외 시장에 적극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28일 서울시 강남구 소재 한국기술센터에서 캐나다, 북미 중심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 센서 기술 개발 동향과 전망을 주제로 한 ‘글로벌 신산업·신기술’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 발표는 글로벌기술협력지원단(K-TAG) 소속 박정원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가 맡았다.

박정원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가 캐나다, 북미 중심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 센서 기술 개발 동향과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박 교수는 센서와 인공지능(AI), 바이오, 증강현실(VR) 등 여러 기술 간 결합을 통해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IoT) 애플리케이션들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환자, 고령자들에 대한 정밀한 건강 데이터 확보와 진단, 질병 예방, 불치병 증상 완화 등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 IoT 연구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헬스케어 분야) 시장 초기에는 핏비트 같은 스마트워치가 제공하는 걸음 수 기록, 심박수 측정 등 기능이 인기 있었지만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면서 인기가 줄고 있다”며 “이제는 분명한 타깃, 목적을 노린 기능이 추세다. 예를 들어 나이든 부모님의 건강 데이터를 자녀들이 볼 수 있게 하는 기기, 앱 등이 인기”라고 말했다.

병원이나 요양원 등 의료시설에서도 환자나 고령자의 생활 습관이나 건강 상태, 사고 상황 등을 바로 알 수 있도록 웨어러블, IoT 기술에 관심이 보이고 있다. 캐나다 일부 병원에선 해당 기술들을 활용해 고령 환자들이 병실에서 화장실까지 이동하는 속도의 변화, 수면시간에 수면 대신 활동 여부 등에 대한 데이터를 얻어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의사들은 환자 건강 프로그램 등을 짤 때 실제로 얼마나 자주, 어느 강도로 운동하는지, 운동할 때 흘리는 땀이나 체액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알고 싶어한다”며 “폐쇄회로 카메라(CCTV)로 치매환자가 쓰러졌는지, 손은 얼마나 떨고 있는지, 얼굴색 변화로 혈압은 얼마나 올랐는지 등을 모니터링하는 방법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센서 기술이 전문 분야인 박 교수는 직접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헬스케어 분야 웨어러블 기기, IoT 기술을 연구 개발 중이다. 병원, 의료시설에는 엔지니어들이 원하는 데이터가 있고 의료업계는 전문 기술을 제공받을 수 있어 윈윈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연구 중인 프로젝트 중 하나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같은 불치병 질환 수준이나 진행 속도를 낮추는 머리카락 굵기의 IoT 마이크로 전극(microelectrode)이다. 해당 마이크로 전극은 뇌파를 측정하고 특정 뇌 부위에 전기적 자극을 준다.

박 교수는 “파킨스병, 알츠하이머병은 현재로선 완쾌가 불가능한 병이다. 수술로도 완치할 수 없다. 지연시키는 게 최선”이라며 “오타와대에서 신경외과의사와 연구 중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환자 뇌 속에 마이크로전극을 넣으면 질환 증상이 20% 정도 낮아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마이크로전극은 시술 과정이 매우 어렵다. 깨있는 환자 뇌를 열고 마이크로전극을 지정된 부위에 넣어야 한다”며 “각도를 맞추기가 매우 어렵다. 환자들도 깨 있는 상태서 시술이 이루어져야 하다 보니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며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하며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뇌 속 깊숙이 센서나 IoT 기기를 삽입할 필요 없이 몸에 부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초음파를 쏴서 뇌 특정 부위만 자극하는 웨어러블 기기나 머리 위에 이식하는 작은 칩 방식이 그 예다.

박 교수는 캐나다 스타트업과 함께 환자 피를 뽑을 필요 없이 피부 아래 센서를 이식해 혈당을 측정하는 기술 중이다. 캐나다 방위산업 쪽에 군인들 탈수 증상을 측정하거나 화생방 훈련, 방사능 무기 배치 등에 쓰이는 센서 기술도 제안하고 있다.

박 교수는 시장성 있는 웨어러블 기기, IoT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선 타깃과 용도, 기능, 표준, 제도 문제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로 박 교수가 오타와대에서 개발하는 기술들은 캐나다 외 미국도 주요 시장으로 보는 만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기준을 따르고 있다.

그는 “센서를 개발할 때 누가, 어떤 목적으로 쓸지 따져봐야 한다”며 “과거 함께 일한 적 있는 구글엑스팀의 구글 글래스는 일반용에서 전문가용으로 방향을 잡았다. 공장 생산라인에선 글래스로 생산 과정, 제품 데이터 등을 바로 모니터링해 유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글엑스팀에선 스마트 콘택트렌즈도 개발 중인데 여러 문제점이 있어 상용화가 어렵다”며 “렌즈가 많은 데이터를 보내게 하려면 배터리가 들어가야 하고 그에 따라 크기 문제가 발생한다. 보안 문제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기술 적용 수준 검토가 필요함을 설명했다.

국내 웨어러블 기기, IoT 센서 시장이 해외시장에서 활약하기 위해선 기술, 제품을 알릴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며 강조했다. 한국에 온 이유도 국내 기술 현황과 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워 직접 찾아왔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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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한국은 기술이 뛰어나지만 기술을 시장에 알리는 네트워크가 없어 제품이 나와도 잘 팔리지 않는다”며 “기업들은 국내외 학회나 행사 등에 나가 워킹레벨 수준 기술도 소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들도 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중소 규모 기술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향후 특정 기술이 필요할 때 빨리 찾을 수 있다”며 “기술력이 축적되도록 연구 개발 방향이 자주 변경되면 안 되며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통합도 함께 고려해 기술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