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한국HP노조위원장 "다국적IT기업 투명해져야"

"고용불안 등 심화…근무환경 악화일로"

컴퓨팅입력 :2018/05/17 17:41    수정: 2018/05/17 22:04

"지난해 한국오라클 노조설립 당시 연락을 받고 노조 운영 현황이나 단체협약 조사를 지원했습니다. (한국오라클 노조 움직임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고, 어제 (한국오라클 사옥 앞 집회) 현장에 가서 지원도 했습니다".

17일 김용환 한국HP노동조합 위원장은 이 같이 밝히며 한국오라클 노조의 문제제기에 공감을 표시했다.

출처=픽스타(PIXTA)

한국HP 노조 역시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소속이다. 역사가 20년이 넘는다. 지난 2001년 HP가 인수한 컴팩의 한국지사 '컴팩코리아'에서 이어졌다. 컴팩코리아 노조도 지난 1998년 컴팩과 합병된 디지털이큅먼트코퍼레이션(DEC)의 한국지사 '한국디지탈' 노조로 출발했다.

김 위원장은 "2001년 HP의 컴팩컴퓨터 인수합병으로 한국HP에 노조가 생겼다"며 "HP가 과거 '잘 나가는 회사'일 땐 노조 없이도 노동조건이나 복지가 충분했을지 모르지만, 최근 열악한 IT업계 상황에 후퇴하고 있는 근로조건과 복지를 향상시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다국적 IT기업의 한국회사 근무환경은 악화일로다. 자체 주5일 근무만으로 선망의 대상일 때가 있었지만, 공공기관과 국내기업에도 주5일 근무가 일반화한 지금은 옛말이다. 이렇다할 복지는 원래 없었고, 클라우드 사업모델 확산에 따라 고용 안정성만 하락했다.

김 위원장은 "외국IT업체는 사업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을 하길 원한다"며 "클라우드 확산으로 유지 인력 규모가 기존보다 줄어들고 그만큼 고용 불안이 커졌는데 이는 한국오라클뿐아니라 모든 IT업체 전반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IBM, EMC, 시스코시스템즈,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HP 등 다국적 IT기업은 본사 차원의 기업 인수합병, 사업개편, 구조조정, 대대적 인력감축을 진행해 왔다. 고용은 불안해졌고 직원복지는 축소됐고 근로조건은 열악해졌다.

해당 시기 HP 본사도 큰 변화를 보였다. HP주식회사(HPI)와 HP엔터프라이즈(HPE)라는 회사로 쪼개졌다. 분할 이후 HPE는 다시 IT서비스(SI) 사업조직 '엔터프라이즈서비스(ES)' 부문과 SW사업조직 'HP SW' 부문을 분할해 각각 매각했다.

HP 본사의 분사 및 사업부문 매각 등 조직개편 결과는 한국 법인에도 반영됐다. 하지만 한국HP노조는 HPI, HPE, ES부문, SW부문에 소속된 조합원 500여명으로 구성된 단일 노조다. 조합원이 속한 4개 조직의 국내 법인을 대상으로 임금과 단체협약(임단협)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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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지난해 한국HP 노조 활동 성과로 HPE 직원의 휴가비 증액, HPI의 평균급여 3.8% 인상 및 직급별 인상률 조정 사례 등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복지 증진이나 임금 협상시 사측과 협의하는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IT회사가 SW와 하드웨어 가격하락으로 마진구조가 나빠졌다는 구실로 급여인상을 제한하거나 감원하면서, 정작 외국으로는 알게모르게 많은 돈을 보내고 있다"며 "이런 정보를 비롯해 '유한회사'란 이유로 숨기는 게 너무 많은데, 좀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