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이용자도 보편요금제 못 반긴다

업계 수익성 악화로 서비스 지속 제공 의문

방송/통신입력 :2018/05/15 09:22    수정: 2018/05/15 09:23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알뜰폰에 단기적 충격이 있을 것이다.”

지난 11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의 보편요금제 심사에서 여재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실장의 발언이다. 여재현 실장은 보편요금제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으로 심의 자리에 출석했지만, 통신업계가 우려했던 알뜰폰의 충격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보편요금제 도입이 알뜰폰 회사 경영난을 가중시켜 기존 알뜰폰 이용자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3월말 기준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 가운데 약 12.1%, 총 766만8천여명이 알뜰폰을 쓰고 있다. 그런데 보편요금제가 현실화하면 이들 이용자가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을 받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업계 안팍에서 나오고 있다.

■ 알뜰폰 자체 경쟁력 강화 올스톱

우선 알뜰폰 특례를 제공하더라도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알뜰폰 회사의 수익성은 더욱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알뜰폰 업계가 만족할 수준의 도매대가 인하가 이뤄지는 조건으로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더라도 이전보다 낮은 요금제의 출시에 따라 매출이 줄어들고 순익을 보다 적게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알뜰폰은 이동통신 시장의 11%의 가입자 비중을 차지했지만 매출 비중은 3% 선에 그쳤다.

이미 누적적자 3천500억원을 떠안고 있는 알뜰폰 업계가 기존 매출 비중에서 더 줄어들 경우 적자폭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알뜰폰의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이동통신사보다 상대적으로 뒤처지던 제휴 서비스 등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이 더욱 떨어지게 되는데 기존 가입자 대상의 혜택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상 수익이 떨어지는데 결합상품이 안되는 점 외에 알뜰폰의 경쟁력을 늘리기 위한 추가 서비스 발굴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보편요금제가 2년마다 요금과 데이터 제공량을 바꾸는 점도 알뜰폰이 이에 대응해 마케팅 플랜을 일관적으로 갖추기 어렵게 하는 점이다”고 말했다.

■ 알뜰폰 퇴출 정책, 기존 가입자는 어쩌라고

부가적인 서비스 혜택이 늘지 않는 점보다 기존 알뜰폰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대의적으로는 보편요금제 도입 취지에 공감하지만 반드시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많은 알뜰폰 회사들이 실제 가입자 이탈 수준을 가늠치 못하고 있다”며 “알뜰폰이 이통사보다 훨씬 작은 회사여도 최소한의 규모의 경쟁이 필요한데 이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즉, 일정 수준 이상의 가입자를 거느리고 규모의 경제로 알뜰폰 서비스를 운영해야 하지만 이조차 어려워지는 회사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알뜰폰 업계가 추산한 이탈 가입자는 150만명 가량에 이른다.

그러나 766만여명 가운데 단지 150만명이 이탈할 것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 알뜰폰 회사들의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LTE 가입자 239만여명, 또는 후불 요금제 가입자 440만여명에서 150만명이 빠지는 문제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두고 알뜰폰 퇴출 정책이라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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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알뜰폰 회사들의 경영 위기로 사업자 퇴출 수순으로 이어지면 결국 가장 큰 피해는 기존 소비자들이 입을 수 밖에 없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폰에 악영향이 없게 하겠다는 것도 결국 특례 지정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설비를 도매로 제공하는 이통사의 수익이 연 2.2조원까지 축소되는데 알뜰폰 도매대가를 추가로 인하하자는 것이 말처럼 쉬울 수 없다”며 “결국 이통사의 재무 압박은 기존 서비스 품질이나 5G 경쟁력을 일부 포기하면서 투자 비용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게 되겠지만, 설비 투자비용도 없이 재무적으로 어려운 알뜰폰은 더욱 험로를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