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공개(ICO)가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제도 정의가 거의 전무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18주년을 맞아 블록체인과 ICO에 대해 6회에 걸쳐 집중 분석하는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편집자주]
②불법 아닌 불법...ICO하면 처벌할 수 있나?
우리 정부는 암호화폐공개(ICO)를 금지시킨 상황이다. 이 때문에 ICO를 하려는 주요 기업들이 스위스 등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에서 할 수도 있는 사업을 해외에서 해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부가 유출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규모가 크고 브랜드가 있는 기업들은 어떤 행태로건 정부 눈치를 봐야 한다. 정부 눈 밖에 나면 다른 사업을 하는 데도 애를 먹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은 그런 이유로 당분간 정부에 맞서 국내에서 ICO를 할 가능성은 적다. 아주 작은 기업들은 다를 수 있다. 상황이 급하고 투자를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국내 ICO 강행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기존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을 경우 단지 ICO를 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처벌을 할 수 있느냐다. 근거 법이 아직 존재하기 않기 때문이다.
■ '썸' 같은 ICO 정부 방침
'내 거인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라고 시작하는 노래 구절처럼 국내 ICO는 불법인 듯 불법 아닌 불법이다. 국내에서 행해지는 ICO는 정부 지침대로 불법지만, 사실상 따져보면 불법이 아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진행하는 ICO는 불법이라고 볼 수 없어서다.
정부도 해외 ICO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국무조정실의 권주성 재정금융기후정책관실 과장은 "해외에서 마약을 한다고 해보자. 어떻게 바로 알 수 있겠냐"라며 "스위스 등 해외에 나가서 ICO를 한다면, 그 나라 법에 맞춰서 위반이 되지 않게 ICO를 했을 것이다. 지금 ICO에 대해 이야기를 꼭 해야 하냐"고 말했다.
'죄형 법정주의'을 채택하고 있는 국내에서는 어떤 행위를 범죄로 처벌하려면 행위 이전에 마련된 성문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외서 이뤄지는 ICO에 대해 처벌할 법률이 현재로서는 없다. 정부가 ICO 전면 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이는 그야말로 '행정지도'에 지나지 않으며 어쩌면 '으름장' 정도로 해석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원종현 입법조사관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ICO가) 불법이라고는 하지만 불법이라고 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권주성 과장 역시 "ICO의 위법을 국가가 입증해야 하는 데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ICO와 관련해 국내에서 처벌이 이뤄진 경우는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투자자를 모집하거나, 이로 인해 투자자 피해를 초래한 경우다. 이를 테면 '사수신행위에 관한 법률'과 '자본시장법에 관한 법률'에 기반해 처벌했을 뿐이고, ICO 그 자체보다는 원금 보장과 수익률을 미끼로 다단계적 사기 행위만을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원종현 입법조사관은 "ICO를 유사수신행위로 처벌하려면 미래 수익 보장과 원금 보장을 약속해야 하는데 ICO는 원금 보장을 약속하진 않는다"며 "처벌이 어려운 부분이며 처벌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법무법인 바른의 한서희 변호사는 "형법상 사기 도박에 해당하는 모집 행위들은 유사수신행위와 관련한 법률로 처벌할 수 있다. 사람을 모집하고, 모집한 후에 이뤄지는 후속 행위에 대해서만 규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ICO를 그나마 처벌할 수 있는 법률 근거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다.
한서희 변호사는 "투자 등의 목적으로 달러와 같은 외국돈을 해외로 가져갈 경우 목적을 설명해야 한다"며 "국내에서는 ICO가 전면 금지돼 있기 때문에 목적을 속인 회사들도 있을 텐데 이 경우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투자자 보호 목적으로 전면 규제한 정부, 실상은?
정부가 ICO를 금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자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투자자 피해가 생길 우려가 크니 막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홍성기 가상통화대응팀장은 "ICO라는 건 자금을 모아서 앞으로 뭔가를 하겠다는 거다. 이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채권과 증권을 발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뭘 하는지는 대부분 다 안다. ICO는 좀 다르다. 그 계획이라는 백서를 이해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소수는 알겠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계획하고 있는 기술이나 프로젝트가 신뢰할 만한 내용인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알기 어렵고 자칫 사기로 이어져 피해를 키울 가능성을 우려하는 거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증권선물위원회(SEC)가 ICO를 허용했다고 하지만 폭넓게 ICO의 코인 발행을 증권으로 정의해서 그런 것이지, 다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독당국도 (사기에 가까운 ICO를) 100% 기술적으로 스크린할 수는 없다"며 "좋은 기술을 갖고 있으면 IPO 방식으로 하면 되는데, IPO 요건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다수의 투자자를 속이려 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홍성기 팀장은 기존 IPO 업체와 마찬가지로 유가증권 신고서류를 만들어 감독당국에 신고하고, 당국이 인가하는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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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상사법무과의 조성철 검사는 "금지한다는 방침을 이미 정했고, 위반 확인된 것은 아직까지 없다"며 "이는 법 규정으로 불분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검사는 "현재 ICO와 관련한 규정이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다"며 "각 나라가 중구난방으로 가고 있고, 지난 3월 G20회의에서 무언가 나올 거라고 기대했지만 이것이 7월로 연기돼, 7월 보고서가 나오면 각국 공조로 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